애플과 삼성전자, 화웨이 등 세계적인 전자·IT 업체가 이스라엘 IT 신생 업체에 잇따른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이들 업체는 이스라엘 IT 업체를 꾸준히 인수하며 자사 제품에 혁신기술을 적용하고 있다.

20일(현지시간) 나인투파이브맥, 씨넷 등 정보기술(IT) 매체는 애플이 최근 이스라엘 얼굴인식 업체 '리얼페이스(RealFace)'를 약 200만달러(약 23억원)에 인수했다고 보도하면서, 올 하반기 선보이는 아이폰8(또는 X·가칭)에 얼굴인식 잠금해제 기능을 탑재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이 업체는 2014년에 설립된 신생업체로, 스마트폰이나 PC 등에 접속할 때 비밀번호 대신 얼굴은 인식해 로그인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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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의 이스라엘 업체 인수는 이번이 네 번째로, 그간 애플은 혁신을 위해 이스라엘 업체와 꾸준히 접촉해왔다. 애플은 2012년 플래시메모리 디자인 스타트업 아노비트(Anobit)를 4억달러(약 4500억원)에, 2013년에는 3차원(3D) 센서 개발 스타트업 프라임센스(PrimeSense)를 3억4500만달러(약 3950억원)에 인수했다. 2015년에는 카메라 업체 링스(LinX)를 2000만달러(약 230억원)에 인수했다.

지난해 9월에는 애플이 이스라엘 IT 허브인 헤르첼리아에 위치한 애플 연구개발(R&D) 시설에서 아이폰8을 비밀리에 개발한다는 보도도 나왔다.

애플 못지않게 삼성전자도 이스라엘 IT 업체를 주목, 꾸준히 인수하고 있다. 삼성은 지난해 9월 스타트업 지원센터인 ‘삼성 넥스트 텔아비브’를 설립하고, 지난해 11월 모바일 소프트웨어 업체인 ‘세이프DK(SAFE DK)’에 다른 벤처캐피털과 함께 350만달러(약 40억원)를, 한달 후인 12월에는 보안 소프트웨어 업체 ‘인티저(Intezer)’에 100만달러(약 11억원)를 투자했다. 세이프DK와 인티저 모두 이스라엘 IT 스타트업이다.

올해 들어서는 삼성벤처투자를 포함해 폭스콘, 미디어텍이 이스라엘 듀얼카메라 업체인 코어포토닉스에 약 1500만달러(약 172억원)를 투자했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 갤럭시노트8을 포함한 차기작에서 듀얼카메라를 탑재하는 것이 아니냐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듀얼카메라 기술 개발에 앞장서고 있는 코어포토닉스는 2012년에 설립됐으며, 지금까지 5000만달러(약 571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스마트폰 업체 화웨이도 7년 동안 이스라엘 현지 업체인 ‘토가(Toga Networks)’를 통해 통신 보안 기술을 개발해 오고 있다. 벤처비트 등 외신에 따르면 화웨이는 지난해 12월 토가를 1억달러(약 1146억원)를 웃도는 금액에 인수했다. 토가는 암호화와 정보보안 분야의 소프트웨어와 장비를 개발하는 업체다.

세계적인 IT 기업과 이스라엘 업체 인수합병 시너지는 201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구글과 애플 등 미국 IT 기업들이 2013년쯤부터 이스라엘 업체 인수·합병에 관심을 가지면서 그 영역이나 규모가 점점 확대됐다. 지난해 기준으로 이스라엘 정보통신기술(ICT) 기업 수는 4467개에 이르고 있다.

코트라에 따르면, 대다수 이스라엘 업체는 내수시장의 한계로 수출 지향적인 정책을 가지고 있어 기술 라이센싱에 적극적이다. 이런 이스라엘 기업의 성향과 통신·IT와 보안 등에서 틈새시장을 노리고 혁신 기술을 빠르게 가져오고 싶어 하는 애플, 삼성전자 등의 전략과도 맞아떨어진 것이다.

또 벤처투자 비율도 높아 투자회수를 위한 단기적 인수합병에도 개방적이다. 지난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기업가정신 2016’ 보고서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2015년 기준 벤처캐피털 투자액이 GDP(국내총생산)의 0.38%로 OECD 회원국 중 1위를 차지했다. 이는 미국(0.35%)보다 높은 수치다. 이스라엘은 4년 연속 GDP 대비 벤처캐피털 투자액 1위를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