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희 유한양행 대표

유한양행이 지난해 국내 제약회사 최초로 3년 연속 매출 1조 클럽에 이름을 올리며 업계 매출 1위 자리를 다시 탈환했다. 유한양행은 한미약품이 지난 2015년 달성했던 국내 제약사 최대 매출인 1조3175억원보다 30억원이 더 많은 1조3208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제약업계의 최대 매출 기록을 갈아치웠다. 원료의약품(API)의 수출 증가와 주력 도입 품목의 판매 호조 덕분인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자타공인’ 국내 최정상 제약사인 유한양행의 매출에서 다국적 제약사의 제품을 수입해 파는 비중이 높은 것은 아쉬운 점으로 꼽힌다. 중장기적으로 연구개발(R&D) 성과를 높여 자체 의약품 판매 비중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한양행은 “신약 개발을 위해 개량신약 5개, 혁신신약 4개, 천연물신약 1개 등 10개(2016년 기준)의 주요 파이프라인(신약 후보물질)을 보유하고 있다”면서 “신약 개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도 용인시에 위치한 유한양행 중앙연구소 야경

◆ 3년 연속 매출 1조 클럽 수성(守城)

유한양행(000100)은 2016년 연결 기준 매출액이 1조3207억9700만원으로 전년 대비 17.0% 증가했다고 21일 공시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977억9300만원으로 13.9% 늘었고, 순이익은 1612억4900만원으로 27.9% 증가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유한양행은 해외사업(원료의약품 수출)과 약품사업, 생활건강사업 등 전 사업분야에서 고른 성장세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API 수출은 전년 대비 31.6% 증가하며 2464억3900만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특히 고혈압 치료제 ‘트윈스타’, 당뇨병 치료제 ‘트라젠타’, 폐렴구균백신 ‘프리베나13’, B형 간염 치료제 ‘비리어드’ 등 주력 도입 신약의 매출이 3509억원으로 전년보다 16.9% 늘면서 약품사업의 성장을 이끌었다.

약품사업의 경우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일반의약품(OTC) 부분에서는 고함량 기능성 비타민제제 ‘메가트루’가 104.7% 급증한 87억2200만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두각을 보였다. 이세돌 9단을 광고 모델로 쓴 효과를 톡톡히 봤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밖에 소염진통제 ‘안티푸라민(159억원)’, 피임약 ‘머시론(112억원)’, 간판 영양제 ‘삐콤씨(105억원)’ 등이 100억원 이상의 매출을 기록했다.

전문의약품(ETC)의 경우 미국 제약사 길리어드가 제조한 인간 면역결핍 바이러스(HIV) 치료제 ‘스트리빌드’의 매출이 가장 큰 폭(약 55%)으로 증가하며 263억원을 기록했다. 100억~1000억원을 기록한 블록버스터 의약품도 다수였다. 길리어드의 B형 간염 치료제 ‘비리어드’는 1392억원, 독일 제약사 베링거인겔하임의 당뇨병 치료제 ‘트라젠타’와 고혈압 치료제 ‘트윈스타’는 각각 973억원, 832억원 그리고 미국 제약사 화이자의 폐렴구균백신 ‘프리베나13’은 312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API 수출과 같은 해외 사업과 주력 도입 품목의 판매 호조로 연결과 별도 기준 모두 제약업계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며 “순이익의 경우 유한킴벌리, 유한화학, 유한크로락스 등 주요 관계사의 지분법이익이 각각 13%, 15%, 128% 증가하며 큰 폭으로 늘었다”고 말했다.

◆ 도입 품목 의존도 여전히 높아…“신약 개발 투자 확대해 자체 품목 늘려야”

유한양행이 지난해 전 사업 부문에서 고른 성장을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매출이 ‘상품매출’에서 발생하고 있다는 점은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 상품매출이란 다국적 제약사와의 코프로모션(판매 대행)을 통해 다른 제약사가 만든 약을 포장만 바꿔 파는 것을 말하는데, 상품매출의 경우 코프로모션 계약기간이 만료되면 전체 매출에 직접적으로 타격을 입힐 수 있기 때문이다. 아직 2016년 사업보고서는 나오지 않았지만, 지난해 3분기까지 유한양행의 상품매출은 전체 매출의 74%(별도 기준)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유한양행 중앙연구소 연구원들이 신약 개발을 위해 연구하고 있는 모습

유한양행은 도입 품목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방안으로 자체 품목을 확대하기 위해 신약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유한양행은 신약 개발을 위해 개량신약 5개, 혁신신약 4개, 천연물신약 1개 등 10개(2016년 기준)의 주요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다.

유한양행은 지난해 R&D 비용으로 851억원가량(별도 기준)을 투자했는데 이는 전년보다 약 19% 늘어난 수치다. 다만 R&D 투자 비중은 전체 매출액 대비 6.5%로 2015년과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유한양행은 또 신약 개발 속도를 높이기 위해 어느 정도 개발된 신약 후보물질을 도입하는 ‘오픈 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을 추진하고, 별도로 바이오 벤처에도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며 파이프라인을 강화하고 있다. 유한양행은 지난해 3월 이뮨온시아에 120억원을 지분 투자한 것을 비롯해 파멥신(30억원·4월), 소렌토(119억원·4월), 네오이뮨텍(35억원·7월), 제노스코(50억원·8월), 씨앤씨(25억원·11월) 등에 자본을 넣었다. 이들 바이오 벤처는 면역 항암제, 단백질 신약, 표적 항암제 등을 개발하고 있다. 유한양행은 2015년에는 오스코텍, 바이오니아, 제넥신 등에도 450억원을 투자해 신약 후보물질을 확보하기도 했다.

이정희 유한양행 대표는 올해 초 시무식에서 “품목 포트폴리오를 개선하고 R&D를 강화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나가자”면서 R&D에 대한 투자 의지를 강하게 내비친 바 있다. 실제로 유한양행이 보유하고 있는 10개 주요 파이프라인 중 4개의 개량신약이 임상 3상, 1개의 개량신약과 혁신신약이 각각 임상 2상 단계에 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유한양행은 지난 2015년 이정희 대표가 취임한 이후 미래전략실을 신설하고 공격적으로 R&D에 투자하며 신성장동력 확보에 나서고 있다”며 “꾸준한 성장에 힘입어 올해에도 R&D에 박차를 가하고 이를 통해 새로운 사업 기회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