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지난 2015년 7월 이후 1년 7개월여 만에 2100선을 넘어섰다. 코스피지수가 2100을 돌파하자 증권업계에서는 박스피 탈출이다, 아니다를 두고 해석이 분분한 상황이다.

박스피 탈출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지만, 증권업계 전문가들은 국내 증시가 적어도 올 상반기까지는 긍정적인 흐름을 유지하면서 2150선까지는 상승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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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플레이션·실적·外人 매수'가 증시 견인할 것

전문가들이 국내 증시를 낙관적으로 보는 것은 글로벌 증시에 비해 뒤늦게 상승 흐름을 타기는 했지만 기본적으로 국내를 비롯해 전세계적으로 인플레이션 흐름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기호 케이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코스피시장은 오는 6~7월까지 쭉 우상향하는 모습을 보일 것"이라며 "전세계적으로 인플레이션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에 7월 안에 전고점(2231포인트)도 돌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변준호 HMC투자증권 연구원도 "경기개선과 인플레이션 기대감 등이 좀 더 반영될 여지가 있어 상반기까지는 주식시장 흐름이 괜찮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국내 기업 실적이 탄탄하다는 점도 국내 증시가 순항할 것으로 보이는 이유다.

김영준 교보증권 센터장은 "국내 기업 실적이 올해 다소 주춤하다는 얘기가 있기는 하지만 '순이익 100조원 시대'는 여전히 유효한 얘기"라며 "이달 초까지만 해도 다소 주춤하는 모습이 보였지만 시장에서 다시 긍정적인 펀더멘털이 반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존에는 삼성전자(005930)SK하이닉스(000660)등 IT주가 국내 증시를 이끌었다면, 앞으로는 IT주의 좋은 흐름에 화학과 철강, 정유, 증권 등 다른 업종으로 순환매가 나타나면서 주가를 동시에 견인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현대제철 당진공장

지 센터장은 "오늘 같은 경우를 보면 딱히 주도주가 장을 이끌고 있는 것이 아니라 전반적으로 다양한 종목이 오르면서 지수가 오르고 있다"며 "대형주들이 먼저 오르고 나면 중소형주가 따라 오르는 식으로 증시가 흘러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센터장도 "코스피 상위 100개 종목을 기준으로 수익률과 표준편차 등을 보면 삼성전자에 집중됐던 것이 최근 철강이나 화학, 증권 등 경기민감주로 확대되고 있다"며 "대형주를 중심으로 업종 선순환이 계속되면 상승 여력은 충분하다"고 덧붙였다.

외국인 매수세가 더해지는 것도 반갑다. 이달 초 순매도에 나서며 지수 상승을 억눌렀던 외국인은 최근 4거래일 연속 순매수에 나서며 지수 상승을 이끌고 있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내수도 올라오고 있는 데다 외국인 수급도 더 들어오고 있어 기존 5년간 이어온 박스권 상단인 2150까지는 올라갈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센터장도 "이달 초 외국인 단기 차익 매물이 꽤 나오면서 시장에 외국인 유동성에 대한 우려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2월 중순이 지나 코스피지수가 2080을 넘어섰는데도 외국인이 순매수하고 있다는 것은 외국인들이 국내 증시가 저평가돼있다고 판단하는 것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외국인 매수세가 유입될 것으로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 박스피 돌파는 추세화가 관건…국내·외 불확실성 확인 작업 필요

당장 코스피지수가 2100을 넘어서기는 했지만 추세로 자리잡기까지는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한다는 전문가들도 많다. 국내 정치 불안정으로 인한 정책 불확실성이나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주의와 환율조작국 이슈, 중국의 사드 배치 보복 등 시장에 잡음을 일으킬 변수가 많기 때문이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김용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박스권 돌파를 말하기에는 시기상조"라며 "이번 랠리가 추세화되기 위해서는 경기 측면에서는 중국을 중심으로 3월 전후로 정책부양이 나타나야 하고 또 환율 변동성 완화, 트럼프 변수 안정화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2011년 이후 코스피지수를 살펴보면 저점 대비 10% 이상 랠리는 외국인 수급 러브콜과 함께 국내외적인 경기부양 기대감이 연결된 경우"라면서 "지금은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불확실성과 국내 정치 불안정, 중국 리스크 등 모멘텀이 약하다"고 설명했다.

김대준 연구원도 "그간 지속된 2050~2100을 넘어선 정도는 맞지만, 완전히 뚫었다고 보긴 어렵다"며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약속한 인프라 투자가 기대에 부합하는 수준으로 진행되는지 등을 좀 더 확인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