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게임의 확률형 뽑기 아이템이 ‘사행성’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모바일 게임업계는 자율적 규제로 논란을 잠재우겠다는 계획이지만, 게임업체들이 지금처럼 매출 올리는 데 혈안이 돼 있는 한 사행성 논란은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 모바일게임 확률형 아이템 사행성 논란

조선일보DB

최근 다양한 장르의 모바일 게임에서 ‘뽑기형 아이템’ 혹은 ‘확률형 아이템’이라고 부르는 시스템 때문에 한달에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을 결제하는 사용자가 나타나 사회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게임업체들은 확률형 아이템의 정확한 확률을 공개하지 않는다. 사용자들은 경험적으로 확률이 극히 낮다는 것은 알고 있다. 십만원 단위의 돈을 쓰더라도 원하는 아이템이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사용자들의 불만도 크다. 게임업체들이 고급 아이템을 획득할 확률을 낮게 만들어 사용자 간 경쟁을 부추기고 매출을 확대하려 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여기에 청소년들이 과도한 금액을 결제하는 경우가 늘면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모바일 게임 결제는 게임을 다운받을 수 있는 애플 앱스토어, 구글플레이스토어에 신용카드를 등록해 이뤄진다. 청소년 중에서도 수십만원, 수백만원 쓰는 경우가 심심찮게 나타나는 것이다.

최근에는 사행성 논란을 넘어 확률 조작에 대한 의혹까지 제기됐다. 지난 2월 6일 넷마블게임즈의 ‘리니지2:레볼루션’에서 강화 오류가 발생하자 사용자들은 아이템 확률을 조작하려는 시도라며 분노를 표출하기도 했다. 단순 오류일 수도 있는 데도 ‘조작설’이 나올 만큼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사용자의 불신의 골은 깊은 상황이다.

서버 오류로 인한 강화 실패로 사용자들에게 ‘확률 조작’이라는 비판까지 받은 넷마블의 ‘리니지2:레볼루션’. 확률형 아이템이나 강화에 대한 불신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 자율규제 나왔지만 논란 잠재울 수 있을까

PC에서 온라인으로 즐기는 포커·고스톱 등 웹보드 게임의 경우, 사행성 문제가 불거지자 이를 규제하는 법이 시행됐다. 웹보드 게임의 월 거래액 상한선을 50만원으로 제한한 것이다.

모바일 게임의 경우 사실상 결제 한도가 없다. 이 때문에 일부 사용자들은 월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에 이르는 돈을 쓰며 게임을 한다.

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출시된 모바일 게임의 경우, 결제액 상위 1%가 매출 대부분을 일으키는 구조”라면서 “확률형 아이템 역시 돈을 펑펑 쓰는 결제액 상위 1%를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상위 1%를 위해 게임이 운영돼서야 되겠냐”며 “게임업계 내에서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논란 때문에 지난 15일 한국인터넷디지털엔터테인먼트협회(K-iDEA)는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건강한 게임문화 조성을 위한 자율규제 강령 선포 및 평가위원 위촉식’을 개최했다. 자율적으로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발표된 자율규제 강령은 ▲확률정보 공개 방식 개선 및 희귀 아이템 관련 추가조치 도입 ▲확률형아이템 결과 제공 등에 관한 준수 사항 신설 ▲자율규제 평가위원회를 통한 사후관리 강화 등을 주요 내용으로 담고 있다.

K-iDEA는 이용자 관심이 높은 확률정보 제공방식에 대해서는 개별 확률과 등급별 확률을 공개하도록 했다. 다만 등급별 확률을 공개하는 경우 희귀 아이템의 개별확률과 출현현황을 공개하거나 일정 기준에 도달한 이용자에게 희귀아이템을 보상으로 제공하는 등의 추가조치가 의무화된다. 협회는 오는 7월부터 강화된 자율규제를 실시한다는 계획이다.

자율규제가 강화될수 있도록 인증제도를 운영하고 이용자 만족도 동향 분석, 정기적 자율규제 보고서 발행 등의 모니터링을 실시한다는 계획이다. 또 미준수 업체에 대해서는 권고, 경고, 공표 등 단계를 나눠 사후조치를 취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 “매출 확대만 바라보다 게임산업 위기 온다”

국내 PC시장을 장악한 리그오브레전드의 공식 경기 모습.

이런 자율 규제안에 대한 사용자의 반응은 차갑다.

한 사용자는 “넥슨, 넷마블, 엔씨소프트 등 대형 게임사들이 매출 극대화를 위해 자율 규제안을 따르지 않거나 따르는 시늉만 하다 그칠 것”이라면서 “지금까지 게임업체의 행태를 볼 때 협회가 자율 규제 미 준수 기업을 발표해도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결제액 상위 1% 사용자에 기대는 기형적인 게임이 양산되면, 결과적으로 진정한 재미를 추구한 외산 게임에 한국 시장을 내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PC 온라인 게임 시장은 최근 라이엇게임즈의 ‘리그오브레전드’와 블리자드의 ‘오버와치’가 독주하고 있다. 두 게임 모두 돈을 많이 쓰지 않아도 사용자 간 실력을 겨룰 수 있도록 구성돼 있고 게임 내 즐길 콘텐츠도 풍성하다. 국내 게임업체가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으로 돈 버는 데만 골몰하는 사이에 외산 게임들이 한국 PC방을 점령한 것이다.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도 최근 출시된 ‘포켓몬 고’가 한국 게임업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과도한 매출 유도를 하지 않더라도 돈도 벌고 사용자들한테 인기를 끄는 모바일 게임의 사례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위정현 중앙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도 언제든 리그오브레전드와 오버와치같은 게임이 등장해 한국 게임의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며 “포켓몬 고가 그 시작일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율규제 모니터링이 실효성을 거두려면 대형 게임사가 앞장서서 이를 준수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고 ‘생존’이 급한 중소 게임사들도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