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노후 자금 555조원을 굴리는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가 25일 서울(신사동)에서 전북 전주로 이전한다. 일본·노르웨이 공적연금에 이어 세계 3대 연기금인 국민연금을 운용하는 기관이 금융 중심지를 떠나게 된 것은 경제 논리가 아니라 지역 균형 발전이란 정치 논리에 휘둘려 '전주'로 배정을 받았기 때문이다.

기금운용본부는 해외에서 운용하는 자산이 150조원이 넘고, 250곳이 넘는 해외 금융사와 거래한다. 매달 200명이 넘는 외국인이 이곳을 방문한다. 이런 기관이 서울에서 왕복 5시간은 걸리는 '지방 신도시'로 가게 됐다. 전주에는 JB금융지주(전북은행·광주은행) 외에는 이렇다 할 금융회사가 없다.

세계 10대 연기금 가운데 수도나 경제 중심지가 아닌 곳에 본부를 두는 것은 국민연금밖에 없다. 후유증은 이미 나타나고 있다. 투자 전문가들이 대거 조직을 이탈하고 있다. 작년 이후 부서장급을 포함해 50명 안팎이 사표를 냈거나 퇴직 의사를 밝혔다. 이런 상황이 수익률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진다. 운용 수익률이 1%포인트만 떨어져도 5조원이 날아간다.

기금운용본부의 전주 이전이 논란이 되면서 노무현 정부 시절 시작된 '혁신 도시 정책'에 대해 전반적인 리모델링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007년부터 시행된 혁신도시특별법은 총 115개 공공기관·공기업을 전국 10개 혁신 도시로 분산하는 것이다. 현재까지 부지 조성, 공공기관 이전 비용 등 17조원 이상 비용이 들어갔고 105개 기관이 이전을 완료했다.

균형 발전이라는 측면에서 일부 성과를 거뒀지만 기능별 분산이 아니라 지역별로 공공기관을 나눠주기식으로 배분함으로써 효율성이 떨어지고, 경제 효과도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 특히 혁신 도시 기능을 수행하는 데 필수적인 산학연(産學硏) 클러스터 조성이 속도를 못 내고 있다. 10개 혁신 도시의 클러스터 부지 평균 분양률은 57%에 그친다. 김천 혁신 도시로 이전한 한국전력기술의 경우 협력 업체가 100여곳에 달하는데 4곳만 동반 이전했다. 권영섭 국토연구원 국토지역정책연구센터장은 "현재의 혁신 도시는 공공기관 이전에 따라 새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딱 주변 인구만 빨아들인 수준"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