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이 대통령 당선 전인 1997년부터 2년간 살았던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정발산동 옛 사저가 20년 가까이 빈집으로 남아 있다.

김 전 대통령 임기 중이던 1999년에 이 집 소유권이 새 주인에게 넘어갔지만 집주인이 2014년 사망한 이후 상속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최근 2년 이상은 방치 상태로 남아 있다.

지방자치단체인 고양시는 사저를 매입해 시민 공간으로 꾸릴 계획이지만, 복잡한 상속 관계 등이 걸림돌이 돼 사저 매입에 난항을 겪고 있다.

◆ DJ 취임 이후 계속 비어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정발산동 고급 주택촌 1327-6, 1327-7번지에 있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옛 일산 사저는 지하 1층~지상 2층, 2개 동에 연면적은 458㎡다.

김 전 대통령은 1995년 집을 지어 1996년 9월부터 1998년 2월 대통령에 취임하기 전까지 이 곳에서 살았다. 김 전 대통령이 1997년 12월 19일 제15대 대선 당선의 소식을 접했던 곳이기도 하다.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이 대통령 당선 전 2년 가까이 살았던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정발산동 옛 사저.

김대중 전 대통령은 5년 임기를 마치고 일산으로 오기 전에 살았던 서울 동교동 저택으로 돌아갔다. 일산 사저는 임기 중인 1999년 8월 재미교포 사업가인 고 조풍언씨에게 6억5000만원에 팔렸다. 조씨는 2008년 ‘조풍언 게이트’로 불린 대우그룹 구명 로비 사건에 연루돼 6개월간 실형을 살았으나 2010년 12월 대법원에서 무죄판결을 받았다. 그는 2011년 미국으로 돌아가 2014년 사망했다.

옛 일산 사저는 김 대통령이 대통령에 취임한 1998년 이후 지금까지 비어 있다. 조풍언씨가 김 전 대통령의 사저를 사들인 뒤에도 조씨는 일산 사저에 살지 않았다. 조씨는 미국 캘리포니아에 주소를 두고 한국을 왕래했으며, 일산 집을 산 뒤에도 일산에 거주하지는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조씨가 2014년 사망한 이후에는 상속이 이뤄지지 않아 아직 주인이 없는 상태다. 지금도 등기상 소유주는 고인인 조씨 명의로 돼 있다.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는 “김 전 대통령의 일산 집은 1998년 이후 지금까지 계속 비어 있었다”고 말했다.

◆ 고양시 ‘평화의 집’ 조성 계획, 상속 문제로 ‘난항’

고양시 측은 이렇게 방치된 김 전 대통령의 사저를 매입해 극장식 카페와 책방 등이 들어서는 ‘평화의 집’으로 꾸밀 계획이다.

고양시의 ‘김대중 사저 활용방안’ 연구용역 중간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평화의 집 조성에는 매입비 18억원, 리모델링비 12억원 등을 포함해 최대 40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계획이 발표된 지 2년이 지났지만 매입은 진행되지 않고 있었다.

고양시 관계자는 “집 소유권을 두고 상속자들 간 분쟁이 있어 매입이 쉽지 않다”며 “상속 문제가 해결되면 사업을 진행할 예정이지만, 언제 해결될 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