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시장의 저성장 기조와 무한경쟁, 국내 정치·사회적 혼란 등 한국 기업은 대내외적으로 많은 난관을 겪고 있다. 그동안 성장을 최우선 가치로 삼고 경영활동에 매진해왔던 재계는 이제 '기업의 진정한 가치'가 무엇인지 되물으며 경영 성과뿐만 아니라 정도경영과 사회적 기여 등 다양한 측면에서 존경과 신뢰를 받는 기업이 되기 위해 노력해야 할 때다. 기업이 우리 사회에서 얼마나 존경과 신뢰를 받는지 가늠해볼 수 있는 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한국능률협회컨설팅(KMAC·대표 김종립)이 20일 발표한 '2017 한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 조사 결과다.

대내외적 어려움 속에서 여러 기업들은 경영 성과뿐만 아니라 사회적 기여 등에도 힘을 쏟으며 존경과 신뢰를 받는 기업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신한카드의 ‘신한카드 임직원이 함께한 봄 김치 담그기’

◇혁신능력·사회가치 등 기업 가치를 종합 평가하는 모델

'한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 조사는 기업의 총체적인 가치 영역을 종합 평가하는 모델이다. KMAC가 독자 개발해 지난 2004년부터 발표한 것으로 올해로 14년째를 맞는다. 조사는 혁신능력·주주가치·직원가치·고객가치·사회가치·이미지가치 등 총 6대 기업 가치에 대한 분석을 통해 전체 산업을 망라한 30대 기업을 선정하는 '한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All Star 기업(이하 All Star 기업)'과 산업별 1위 기업을 선정하는 '한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산업별 1위 기업(이하 산업별 1위 기업)' 2가지로 나눠 진행된다.

올해 All Star 기업의 경우 2015년 매출과 순이익, 2016년 조사 결과 내 추천율을 기준으로 사전 조사를 거쳐 150개 후보 기업을 선정했으며, 산업별 1위 기업의 경우 각 산업별 매출액, 시장규모(GDP), 경쟁 정도 등을 통해 92개 후보 산업군을 선정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해 9월부터 12월까지 산업계 간부 7440명과 증권사 애널리스트 230명, 일반 소비자 4560명 등 총 1만223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통해 진행됐다.

지난 14년간 조사에서 총 62개 기업이 All Star 기업에 이름을 올렸다. 이들 중 유한양행, 유한킴벌리, 이마트, SK텔레콤, 신세계백화점,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LG전자, 포스코, 삼성생명보험 등 10개 기업은 존경받는 기업이 되기 위한 전사적인 가치 체계 확립과 기업의 가치 증대를 위한 이해 관계자들의 부단한 노력으로 조사 이후 14년간 All Star 기업에 선정되는 영예를 안았다.

조사 결과 All Star 기업에 선정된 기업은 6대 가치 중 '혁신능력'(7.67)과 '직원가치'(7.53)에서 우수한 평가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급변하는 경영환경에 대한 유연한 대응 능력과 인재 육성을 위한 교육 및 투자가 지속 가능한 경영체계 확립의 필요조건임을 인식하고, 이를 실천하기 위한 다각적 활동을 전개한 결과로 풀이된다. 한국쓰리엠, 풀무원, 카카오, SK하이닉스의 경우 변화에 적응하기 위한 기업 혁신성을 높이고, 직원을 경영의 중심에 둔 다양한 활동으로 해당 항목에서 우수한 평가를 받았다. 다만 '사회가치'(6.96)와 '이미지가치'(7.30)는 타 영역에 비해 보다 많은 개선이 필요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매년 조사에서 가장 저조했던 사회가치는 올해도 가장 낮은 점수를 받았으며 기업의 신뢰도 및 선호도를 측정하는 이미지가치는 지난해 대비 가장 큰 하락폭을 보였다.

대내외적 어려움 속에서 여러 기업들은 경영 성과뿐만 아니라 사회적 기여 등에도 힘을 쏟으며 존경과 신뢰를 받는 기업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KT의 사회공헌 프로그램 ‘드림스쿨 글로벌 멘토링 청학동 교류 캠프’.

◇16개 신규 산업군 조사, 12개 산업에서 1위 기업 바꿔

올해 산업별 1위 기업의 경우 총 92개 산업군(제조 부문 30개, 서비스 부문 48개, 공공 부문 14개)에 대해 조사가 진행됐다. 총 16개 기업이 14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제조 부문에서는 유한양행(제약), 한일시멘트(시멘트), 현대자동차(자동차) 등 8개 기업이, 서비스 부문에서는 삼천리(도시가스), 신세계백화점(백화점), 이마트(할인점), GS25(편의점), SK텔레콤(통신서비스), 신한은행(은행), 삼성화재해상보험(손해보험) 등 8개 기업이 14년 연속 산업별 1위 기업에 선정되는 영예를 안았다.

해당 산업군 조사가 실시된 이후 단 한 번도 산업별 1위가 바뀌지 않은 산업군(5년 연속 이상 기준)도 14개에 달한다. 제조 부문의 일신방직(면방직), 린나이코리아(가정용보일러), 하림(냉장·냉동육), 서비스 부문의 서울아산병원(종합병원), 하나투어(여행사), 인텔코리아(IT솔루션), 영진전문대학(전문대학), 삼성전자서비스(서비스센터), 신한금융그룹(금융지주), 공공 부문의 인천국제공항공사(SOC시설관리) 등이 그 주인공이다.

올해 산업별 1위 기업 조사에서는 16개 산업군(제조 부문 6개, 서비스 부문 6개, 공공 부문 4개)에 대한 첫 조사가 이뤄졌다. 올해 첫 조사에서 가정용가구 부문에서 한샘이, 외국계보험 부문에서는 푸르덴셜생명보험(외국계보험)이 각각 산업별 1위에 올랐다. 또한 총 12개 산업군에서 1위 기업이 변경됐다. 제조 부문에서는 1위 기업의 변동이 없었으나, 서비스 부문에서는 무려 10개 산업군에서 1위 기업이 변동되어 가장 큰 변동폭을 보였다. KTH(T-커머스), 에어부산(저비용항공), S-OIL(정유) 등이 산업별 1위 기업으로 새롭게 선정됐다.

◇지속적 혁신·고객 중심 경영활동으로 산업계 이끌어

올해 조사에서는 대내외적으로 더욱 어려워진 경영환경 속에서 산업별 지수가 향상하는 의미 있는 결과를 보였다. 제조 부문에서는 청호나이스(환경가전), 한국타이어(타이어), 아모레퍼시픽(화장품), 동원산업(수산), 캐논코리아비즈니스솔루션(사무기기), 파리크라상(베이커리)이 기업 이해 관계자들로부터 존경과 신뢰를 받기 위해 산업별 특성을 고려한 차별적인 경영활동을 활발히 전개해 좋은 평가를 받았다. 서비스 부문에서는 많은 고객과 차별화된 서비스를 바탕으로 카드 산업을 이끌어가고 있는 신한카드(신용카드)와 지난 41년간 대한민국 교육을 이끌며 대표적인 전인교육 기업으로 성장한 대교(교육서비스), 가족 가치 존중의 기업운영을 통해 레저업계 대표 기업으로 자리매김한 대명리조트(콘도미니엄), 세계적 수준의 경쟁력을 가진 커머스 플랫폼 기업인 SK플래닛(오픈마켓)이 지난해에 이어 산업별 1위 기업으로 선정됐다. 또한 고객 가치를 최우선으로 하는 경영이념으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삼성웰스토리(식음서비스)와 KT(IPTV), 신한금융투자(금융투자), CJ대한통운(종합물류서비스)도 산업별 1위 기업의 입지를 확고히 했다. 공공 부문에서는 근로복지공단병원(공공병원), 중소기업진흥공단(중소기업진흥)이 국민으로부터 믿음과 사랑을 받는 공공기관으로 인정받았다.

송광호 KMAC 팀장은 "이번 조사를 통해 여러 대내외적 이슈에도 불구하고 기본과 원칙에 근거한 경영활동이 존경받는 기업의 불변 요소임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며 "모든 이해 관계자들에게 존경과 신뢰를 받기 위해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진정성 있는 경영활동이 여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