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범 LG디스플레이 부회장이 올해 하반기부터 TV용 액정표시장치(LCD) 패널을 삼성전자에 공급한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물량은 아직 협의 중인 상황이며 시기는 6월 이후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상범 부회장이 직접 삼성전자에 대한 LCD 패널 공급 계획을 설명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20일 한 부회장은 쉐라톤 서울 팔래스 강남호텔에서 열린 '2017년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 총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물리적으로 (삼성전자에 대한 TV용 LCD 패널 공급이) 상반기 내에 성사되기는 힘들지만 긍정적인 방향에서 공급을 협의 중"이라며 "어느 정도 규모가 될진 모르겠지만 (하반기에는)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부회장이 20일 쉐라톤 서울 팔래스 강남호텔에서 기자들과 만나 질의응답을 진행하고 있다.

삼성전자(005930)LG디스플레이(034220)의 패널을 받아 TV를 생산하는 것은 사실상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삼성과 LG는 세계 TV 시장에서 1, 2위를 다투며 경쟁 관계라는 이유 등으로 서로 패널을 거래한 사례가 없었다.

게다가 두 회사의 TV용 LCD 패널 기술 규격도 차이가 있다. TV용 LCD 패널은 크게 VA(Vertical Alignment) 방식과 IPS(In-Plane Switching) 방식으로 나뉘는데, 삼성전자는 VA, LG디스플레이는 IPS를 사용한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LG디스플레이의 패널을 받아 생산하기 위해서는 생산 라인 일부를 수정하는 추가 투자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상황에서도 삼성전자가 LG디스플레이에 'SOS'를 친 이유는 상황이 전체적인 상황이 긴박하기 때문이다. 앞서 삼성전자는 일본의 샤프가 당초 계약과 달리 450만대의 40, 60, 70인치 TV용 LCD 패널을 지난해 말 갑자기 공급 중단한다고 통보하면서 위기에 몰렸다. 삼성전자가 단기간에 LCD 물량을 확보하지 못하면, 올해 삼성전자 TV 사업은 치명상을 입을 수 있다.

물론 삼성디스플레이와 대만 이노룩스, 중국 BOE 등에서 TV용 LCD 패널을 받을 수 있지만, 이들 업체들로부터 추가 물량을 받아도 사프가 사실상 공급을 중단한 450만대 분량을 메꾸기는 어렵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가 세계 대형 LCD 시장 점유율 1위 업체인 LG디스플레이에도 패널 공급을 요청할 수밖에 없었다.

한편 이날 한 부회장은 파주에 짓고 있는 신공장 P10에 10.5세대 이상 대형 장비가 투입될 것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대해서는 "여전히 고민 중"이라고 답했다. 업계에서는 LG디스플레이가 P10에 10세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 혹은 LCD 패널 장비를 넣을 것이라는 전망이 잇달아 제기돼 왔다.

한 부회장은 "파주 P10은 LG디스플레이가 미래를 위해 투자한 공장인만큼 10.5세대 이상 장비에 대한 고민도 하고 있다"며 "문제는 어떻게 (시장 수요에 대응해) 돈을 벌 수 있느냐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형 OLED 패널 생산이 기본이고 플라스틱 OLED도 생산할 것"이라며 "구체적인 세대수와 방식에 대해서는 계속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