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토요일 미국 플로리다 주 남부 포트로더데일 항을 출발해 바하마 등 카리브 해 섬들을 도는 크루즈선 ‘하모니 오브 시(Harmony of the Seas·바다의 화음)’ 호는 세계에서 가장 큰 유람선입니다. 2747개의 선실에 최대 6780명의 승객과 2300명의 선원이 탈 수 있는 규모로, 가히 ‘떠다니는 도시’라 할 만합니다. 전 세계 음식을 제공하는 레스토랑은 물론 대형 공연장과 카지노, 서핑을 할 수 있는 파도풀, 스케이트장, 축구 로봇 등 먹고 즐기는 것과 관련된 거의 모든 시설을 갖추고 있습니다.

‘하모니 오브 시’는 약 3년에 걸쳐 완성돼, 지난해 11월부터 상업 운항을 시작했습니다. 이 배의 가격은 무려 1조5403억원. 배를 만든 회사는 크루즈선 전문 조선 회사 STX프랑스입니다. STX조선해양이 크루즈선 제작을 미래 수익 사업으로 키우기 위해 2008년 지분 67%를 확보했습니다. 나머지 지분은 프랑스 정부가 보유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STX프랑스는 곧 이탈리아 조선사 핀칸티에리에 매각될 예정입니다. STX조선해양의 법정관리를 맡고 있는 서울중앙지법 파산부가 채권단에 대한 채무 변제를 위해 그렇게 결정했습니다.

요즘 크루즈선 산업은 글로벌 경기 불황 속에서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세계크루즈선사협회는 2015년 2225만명이던 세계 크루즈 관광객 수가 2020년에는 3700만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크루즈선 수요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지난해 1~11월에 세계 크루즈선 발주액은 전년 대비 68% 증가한 18조2000억원이었습니다. 같은 기간 한국·중국·일본의 조선 회사들이 주문받은 컨테이너선·벌크선·유조선 등 상선(商船) 수주 총액 14조4000억원을 크게 웃도는 금액입니다.

크루즈 산업 호황에 힘입어 세계 크루즈선 제조 업계는 2026년까지 작업할 일감을 확보한 상태입니다. 크루즈선 사업은 10여년 전부터 한국의 조선·해양 업계가 도전해야 할 분야로 꼽혀왔습니다. 이런 점에서 세계 최대 크루즈선 제작 기술을 가진 STX프랑스는 한국 경제에 반드시 필요한 기업임에 틀림없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국가 경제보다 눈앞의 채권 회수에 매달려 매각을 진행 중입니다. 산업을 모르는 비전문가에게 중요한 기업의 구조조정을 맡기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 보여줍니다. STX프랑스의 지분 33%를 보유한 프랑스는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이 직접 나서 “STX프랑스가 팔려도 프랑스는 주주로 계속 남겠다”고 했습니다. 한국에는 왜 이런 판단을 할 수 있는 지도자가 없는지 안타깝기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