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오후 1시 경기도 과천청사에서 출발해 3시간 만에 도착한 강원도 평창. 산과 평지에는 어제 내린 눈이 햇살에 녹고 있었다.

동계 올림픽 개막까지 1년을 앞둔 평창엔 올림픽이 열릴 현장을 찾는 관광객들이 제법 보였다. 도시는 올림픽 준비로 분주한 분위기였다. 올림픽 주무대가 될 스터디움도 공사가 한창이었다.

평창 동계 올림픽 스터디움 공사 현장

평창 동계 올림픽은 정보통신기술(ICT) 올림픽으로도 불린다. 4세대(G) 통신인 롱텀에볼루션(LTE)보다 속도가 20배 이상 빠른 5세대(G) 통신 서비스가 평창 올림픽을 무대로 최초로 선보일 예정이다.

오상진 평창 ICT 올림픽 추진팀 정보통신국장은 “세계를 선도하는 첨단 K-ICT 올림픽을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며 “방문객들은 5세대(G) 통신, 사물인터넷(IoT), 가상현실(VR), 초고화질(UHD) 방송 등 다양한 ICT 서비스를 통해 빠르고 편하고 스마트하게 즐기는 ICT 올림픽을 체험할 것”이라고 말했다.

◆ 평창 동계 올림픽의 다른 이름은 ‘ICT 올림픽’

최정호 평창ICT올림픽 추진팀장은 “이번 올림픽은 세계 최초 5G 올림픽, 편리한 IoT 올림픽, 똑똑한 AI 올림픽, VR 올림픽이란 단어들로 압축할 수 있다”며 “내년 4월까지 개최되는 테스트이벤트와 연계해 이러한 ICT 서비스들을 실증하고 서비스별 고도화와 확대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또 “특히 이번 올림픽은 세계 최초로 5G 통신망을 구축해 시범 운영한다는 점에서 통신업계의 큰 주목을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올해까지 평창과 강릉 등 올림픽 개최지에 5G 시범망을 구축하고 관람객들의 원활한 인터넷 사용을 위해 올림픽 행사장 곳곳에 기가 와이파이존을 설치할 계획이다.

5G 통신이 가능해지면 데이터 전송량과 속도면에서 비약적인 발전이 가능하다. 홀로그램은 데이터 소모가 커 5G 통신망에서 원활한 이용이 가능하다. 올림픽 경기를 생동감 있게 전달할 실시간 VR 미디어 서비스도 마찬가지다. 자율주행차나 커넥티드카 역시 많은 데이터를 신속히 처리해야 돼 5G 통신망 구축이 필수적이다.

최정호 팀장은 “이 같은 서비스들은 1초당 영화 한편을 다운받을 수 있는 초고속 통신 기술인 5G 통신망에 기반했을 때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평창 동계올림픽이 열릴 예저인 강릉 아이스 아레나 빙상 경기장

이번 평창올림픽에서는 UHD 방송과 360도 VR 영상 중계를 통해 실감나는 영상 서비스도 구현될 예정이다. UHD분야에서는 올림픽 경기와 한국의 자연미를 대화면 초고화질영상(UWV, Ultra Wide Vision)을 통해 실감 있게 구현하고 주요 참석자 인터뷰 영상들을 개인·소셜방송으로 중계할 예정이다.

VR 분야에서는 시청자가 선수와 같은 시점으로 실시간 경기 장면을 체험할 수 있도록 한다. 피겨스케이팅 경기장 내부에 설치된 100여대의 카메라로 실시간 360도 VR 중계 감상도 가능하다. 시청자가 원하는 장면만 골라 입체적으로 보는 ‘타임슬라이스’ 서비스도 선보인다.

최정호 팀장은 “실제 경기가 진행되고 있는 생생한 UHD 라이브 영상부터 선수 대기실의 모습과 연습장면까지 5G 기반의 초고속 네트워크를 통해 360도 VR 감상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평창 ICT 올림픽 준비팀은 5G를 기반으로 다양한 IoT 서비스도 준비 중이다. 교통, 관광, 숙박 등의 결제가 가능한 통합 원패스(One-Pass) 웨어러블 밴드와 올림픽 선수의 건강상태를 실시간으로 파악하는 맥파 및 뇌파 측정기도 개발하고 있다. 경기장의 환승주차장 여유 정보와 인근 주차장 현황 정보를 안내하는 서비스도 준비 중이다.

최재유 미래창조과학부 제2차관(왼쪽)과 이희범 평창 동계올림픽 추진단장(가운데)이 강릉 아이스 아레나를 방문해 시범 서비스들을 참관한 뒤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 AI로 자동 통번역… AR로 길찾기까지

평창 동계 올림픽은 언어장벽이 없는 최초의 올림픽이 될 전망이다. 평창 올림픽에서는 AI가 적용된 자동 통번역 앱(App)을 통해 관람객들에게 실시간으로 통번역 서비스가 제공된다.

이 앱은 스마트폰에 설치하면 음성을 인식해 자동으로 외국어를 통번역해 준다. 한국어, 중국어, 일본어, 영어 등 6개 국어까지 지원가능하다. 외국인들이 방문했을 때 와이파이가 안 되는 장소에서 앱을 사용할수 있도록 오프라인용 앱도 개발된 상태다.

오상진 국장은 “인공지능이 적용된 자동통번역 앱을 무료로 배포할 계획”이라며 “올림픽을 찾는 외국인 관람객들의 언어소통 불편을 해소시키고 대한민국 IT 기술의 우수성을 해외에 홍보할 기회로 삼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평창 ICT올림픽 추진팀은 AI 콜센터도 구축한다. ETRI의 음성인식 및 대화처리 R&D 결과물을 활용해 AI 자동응답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경기, 교통, 관광정보 등 각종 올림픽 관련 전화 문의를 처리하는 AI 자동응답 시스템을 선보일 예정이다.

AR 길안내 앱을 이용해 강릉 아이스 아레나에서 길찾기를 하고 있는 모습

평창ICT올림픽 추진팀은 증강현실(AR)을 이용한 길 찾기 서비스도 준비 중이라고 소개했다.

직접 평창 동계 올림픽이 열릴 예정인 강릉 아이스 아레나에서 경기장 내 관람석을 찾기 위해 AR 길찾기 앱을 사용해 보았다. 앱은 ‘스마트 가이드’라는 전용앱을 통해 구동됐다. 도착할 관람석 번호를 입력하자 길 찾기를 시작한지 3분만에 목적지를 찾을 수 있었다.

오상진 국장은 “앱을 실행시키면 경기장 내외부에 설치된 200여개의 비콘 센서가 사용자의 위치를 파악해, AR 기술로 생생하게 경기장 좌석까지 가는 법을 알려주는 것”이라며 “정밀 측위기술과 AR을 활용해 입국에서 출국까지 외국인 관람객들이 이동구간에 따라 길 안내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무료로 배포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올림픽은 2018년 2월 9일부터 17일간 평창·강릉·정선·보광 등 12개 경기장에서 치러진다. 평창을 찾는 관람객만 150만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희범 평창올림픽 조직위원장은 “평창올림픽은 5G·IoT·UHD·AI·VR 등 5개 서비스를 선보이는 ICT 경연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