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지하경제가 약 125조원 규모라는 국책연구기관의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은 국세청의 의뢰를 받아 연구한 결과, 2015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지하경제는 124조7000억원 규모이며 그해 GDP(국내총생산)의 8%였다고 17일 밝혔다.

지하경제란 과세(課稅) 대상이지만 정부의 감시를 피해 이뤄지는 경제 활동 영역을 의미한다. 사채(私債) 시장이 포함되며, 뇌물·마약 거래 자금 등으로도 활용된다.

조세재정연구원이 밝힌 지하경제 규모는 기존 연구에 비하면 작은 편이다. 가장 널리 알려진 우리나라의 지하경제 규모는 2010년 오스트리아 학자 프리드리히 슈나이더가 계산한 GDP 대비 24.7%였다. 현 정부가 출범 초기 지하경제 양성화를 추진할 때 슈나이더의 계산 결과를 내세웠다. 국세청 관계자는 "측정 모델이나 변수 적용 방식이 다양해 연구 주체별로 결과가 다를 수 있다"고 했다. 순수하게 조세 회피 목적으로 만들어진 지하경제는 2011년 기준으로 47조~58조원이라고 조세재정연구원은 밝혔다. GDP 대비로는 3.4~4.3% 수준이다.

이와 함께 국세청과 조세재정연구원은 처음으로 택스갭(Tax Gap)을 계산해 발표했다. 택스갭이란 제때 내야 할 세금과 실제로 낸 세금과의 차이를 말한다. 국세청이 밝힌 우리나라의 택스갭은 2011년 기준으로 최대 27조원이었다. 정상적인 납부 기한 내에 내야 할 세금의 15.1%를 차지한다. 국세청이 제때 거두는 세금은 전체 과세 대상의 84.9%이며, 나머지 15.1%는 고의적인 탈세나 체납 등의 이유로 제때 걷지 못했다는 얘기다.

전 세계에서 전체 택스갭을 정부 차원에서 측정하는 나라는 미국과 영국뿐이다. 우리나라의 택스갭은 미국(18.3%)보다는 낮고 영국(6.8%)보다는 높다. 세목(稅目)별로 택스갭의 비율은 상속증여세 26.7%, 부가가치세 19.1%, 소득세 15.8%, 법인세 12.9% 순이었다. 가장 징수 실적이 저조한 세목이 상속증여세라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