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여를 끌어온 한국 정부와 재벌가의 정경유착 끊기 싸움에 드라마틱한 반전이 일었다."(뉴욕타임스)

16일(현지시각)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속되자 주요 외신들은 "삼성의 실질적(de facto) 총수가 뇌물 혐의로 구속됐다"며 앞다퉈 보도했다. 뉴욕타임스는 "한국에서 부와 권력의 상징이자 삼성의 1인자인 이재용 부회장이 부패 혐의로 구속됐다"며 "전문가들은 상대적으로 성숙하지 않은 한국의 민주주의와 사법계가 화이트칼라(white collar) 범죄를 단죄할 것인지에 대한 리트머스 실험이었다고 분석한다"고 전했다.

이 부회장에 대한 두번째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한정석 영장전담판사는 17일 "새롭게 구성된 범죄 혐의 사실과 추가로 수집된 증거자료 등을 종합할 때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이 인정된다"며 영장을 발부했다. 이 부회장은 뇌물공여 혐의 이외에도 횡령, 신고 의무를 다하지 않고 재산을 국외로 반출한 혐의(재산국외도피), 특혜 지원 사실을 감추기 위해 위장 계약한 혐의(범죄수익 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국회 국정조사 청문회에 출석해 사실과 다르게 진술한 혐의(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도 받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법원의 이번 판결을 두고 "특검팀의 힘겨웠던 승리"라고 평가했다. AP는 이번 법원의 결정으로 특검팀이 더욱 대담하게 수사에 나설 것으로 예상했다.

외신들은 이 부회장이 삼성그룹 총수로서는 처음으로 구속됐다는 점에 주목하며 앞으로의 경영 활동에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AP통신은 "한국에서 가장 부유한 가문의 군주가 체포됐다"며 "한국 경제에 큰 충격을 주는 한편, 재벌에 대한 여론의 비판이 거셀 것"이라고 전했다. 로이터는 "삼성그룹의 일상적인 업무에는 타격이 미미하겠지만, 한국 최대 기업의 전략적 의사결정에는 악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포천은 "세계 최대 스마트폰, 반도체, 평면TV 제조사 삼성의 신규 투자와 기업 인수에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외신은 이재용 부회장의 삼성그룹 승계에도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블룸버그는 "이재용 부회장의 체포는 놀라운 일이며, 이 부회장이 세계 최대 스마트폰 제조사의 정점에 오르는 계획이 위태로워졌다"며 "재판이 최대 18개월을 넘길 수 있다"고 전했다.

삼성그룹은 이날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 이후 "앞으로 재판에서 진실이 밝혀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