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3.5세대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기술을 이용해 대두(콩)와 야생담배의 유전자 교정에 성공했다.

기초과학연구원(IBS) 유전체 교정 연구단 식물연구팀의 김혜란(사진) 박사는 신형 유전자가위 크리스퍼 Cpf1 기술을 이용해 대두와 야생담배의 유전자를 교정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연구결과는 16일(현지시간)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게재됐다.

유전자가위 기술은 유전자(DNA)에 각종 세포 질환을 일으키는 돌연변이가 생기면 이를 잘라내고 정상 DNA를 붙이는 획기적인 기술이다. 2015년 세계적으로 주목받았던 3세대 유전자가위 기술인 ‘크리스퍼(CRISPR) Cas9’은 잘라내고 싶은 특정 DNA에만 결합하는 유전물질인 RNA와 특정한 DNA를 잘라낼 수 있는 효소(Cas9)로 구성된 기술이다.

최근 Cas9이라는 효소 대신 Cpf1이라는 단백질 효소를 이용하는 ‘크리스퍼 Cpf1’ 기술의 정확도가 더 뛰어나다는 사실이 학계에 보고되면서 이와 관련한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기술 관련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Cpf1는 Cas9보다 결합하는 RNA 길이가 짧아 조작이 편하고 정확도도 높다.

문제는 ‘크리스퍼 Cpf1’ 기술이 식물세포에서는 잘 작동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연구진은 단백질 효소인 Cpf1를 특정 DNA와 결합하는 유전물질인 RNA를 처음부터 결합시켜 복합체로 만들어 대두와 야생담배 세포에 직접 주입했다.

연구진은 대두에서 분리한 원형질체에 Cpf1 유전자가위를 주입해 불포화 지방산 합성에 관여하는 유전자인 ‘FAD2’를 교정하는 데 성공했다. FAD2 유전자를 교정하면 대두에 함유된 불포화지방산인 ‘올레산(oleic acid)’을 증가시키는데, 올레산은 올리브유의 주성분으로 혈압과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는 역할을 한다. 유전자 교정 기술로 인체에 도움을 주는 대두를 개발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연구진은 또 야생담배에서도 Cpf1 유전자가위를 직접 주입해 유전자 교정이 가능하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식물의 생장과 발달, 호르몬 합성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AOC’ 유전자를 교정한 것이다.

신형 유전자가위 Cpf1을 RNA와 복합체 형태로 주입해 식물의 유전자 교정에 성공했다.

김상규 IBS 유전체 교정 연구단 연구위원은 “Cpf1 유전자가위를 직접 주입하는 이번 연구 결과는 단백질 효소와 RNA만으로 유전자를 교정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해 식물 유전자 교정에 널리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면서 “DNA를 직접 주입하지 않기 때문에 기존의 유전자변형작물(GMO)과는 차별되지만, 유전자 교정 작물에 대한 사회적 논의는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