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성공 이루려면 재능과 함께 운도 있어야
지장(智將) 위에 덕장(德將), 그 위엔 운장(運將)

MS 창업자 빌 게이츠는 “어른이 된 증거는 인생이 불공정한 것을 아는 것”이라고 말했다.

인생을 살수록 신의 잣대가 공평하지 않다는, 즉 운발이 존재한다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MS 창업자 빌 게이츠가 “어른이 된 증거는 인생이 불공정한 것을 아는 것”이라고 말할 정도다. 신은 운을 n분의 1로 고루 분배하지 않는다. 때론 자비가 넘치게 한 번에 몰아주기도 하고, 때론 매정하리만큼 앗아가 ‘인생의 진정한 감독’의 결정권을 신이 갖고 있음을 실감케 한다.

지장(智將) 위에 덕장(德將), 덕장 위에 운장(運將) 있다고 하는 것은 이 때문이리라. 혹자는 운칠기삼(運七技三·운이 70% 재능이 30% 작용하는 것)을 넘어 ‘운십일 기마이너스일’이라고까지 말한다. 그만큼 인생에 운이 중요하게 작용한다는 이야기다.

성공을 넘어 성숙한 리더들이 자신의 성공 비결로 소개한 것 역시 운이다. “열심히 하지 않으면 안 되지만, 열심히 한다고 해서 다 잘되는 것은 아니다”는 게 그들의 솔직한 술회다. 삼성그룹의 창업주 이병철 회장은 성공의 3대 요소로 운(運)·둔(鈍)·근(根)을 꼽은 바 있다. 중세 이탈리아의 정치 사상가 마키아벨리 역시 ‘군주론’에서 리더의 조건으로 운·역량·시대정신을 꼽았다.

‘포브스’가 선정한 미국 내 400대 부호 역시 운이 중요하다는 데 대부분 동의한다. 텍사스 석유 재벌인 레이헌트가 운에 대해 “만일 운과 지능 중 하나를 고르라면 나는 언제나 운을 택할 것이다”라고 주저없이 말할 정도다. 자수성가형 부호 로스 페로는 해군에서 일하다가 우연히 IBM에서 일할 기회가 생겨 지금의 자리에 올랐다. 그는 “대부분의 세상사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공과 같다. 인생사는 불규칙한 거미줄과 더 닮았다”고 털어놓는다.

◆ “성공의 3요소는 운(運)·둔(鈍)·근(根)”

이는 필자가 만난 국내 리더 역시 다르지 않았다. 적절한 타이밍에 찾아오는 운은 부와 성공을 결정 짓는 데 무시 못 할 요소라고 입을 모은다. 그들은 “인생을 살면 살수록 본인의 노력 못지않게 운이 크게 작용한다는 것을 절실하게 느낀다”고 고백한다. 하면 된다가 만사에 통하는 것은 아니고, 해도 안 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더란 이야기다. 한 만큼 거두는 것만 해도 대운(大運)이란 설명이었다.

똑같은 행동을 했는데도 어떤 사람은 접시 물에 빠져도 익사하는가 하면, 어떤 이는 깊은 바다에 빠져도 입에 물고기를 물고 나오는 경우가 있다. 주위를 돌아보라. 그럭저럭한 실력인데도 대거 조직 개편이 이뤄지면서 윗자리가 일제히 공석이 되는 바람에 수월하게 승진하는 경우를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반면 실력과 인품을 갖췄어도 인사가 적체돼 장기 대기하다가 승진 연한을 넘겨 아깝게 조기 퇴직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모 교육기관의 S 원장은 “사람의 기술 중 가장 큰 것은 귀인의 도움을 얻는 것이다. 그보다 더 큰 기술은 하늘의 도움을 얻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늘의 도움을 얻는 것이 이른바 ‘운발’이다.

세상에 ‘운 좋은 사람은 못 이긴다’는 것이 완전 허무맹랑한 이야기만은 아니다. 운의 중요성을 맨땅에서 헤딩하며 주먹구구식으로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경영학자인 애니타 엘버스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연예계의 스타가 되기 위한 3대 요소로 자질, 하드워크(성실성)와 함께 운(運)을 꼽는다. 블록버스터급 성공을 하기 위해서는 운이 필수란 것이다. 행동경제학의 창시자 대니얼 카네만은 아예 ‘성공 = 재능+운, 큰 성공 = 약간의 재능+큰 행운’이란 것으로 성공과 운의 상관성을 공식화했다. 그가 말하고자 한 것은 큰 성공이든, 작은 성공이든 운에서 기인하며 특히나 큰 성공의 큐대는 기술이나 재능만이 아니라 운이 상당부분 좌우한다는 것이다. 단 중요한 것은 운을 요행수가 아니라 감사와 책임의 자세로 수용해야 한다는 점이다.

행동경제학의 창시자 대니얼 카네만은 성공과 운의 상관성을 공식화했다

◆ 타인의 불운·희생 잊지 말고 감사해야
송복 연세대 명예교수는 최근 저서 '특혜와 책임'에서 40 즈음에 부총리 겸 경제기획원 장관이었던 친구 서석준 장관과의 일화를 들어 '리더와 운'의 관계에 대해 설명한다. 쾌속승진 비결을 물으니 서 장관은 "나보다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 많은데 운이 좋아서 됐다"고 대답하더란 것. 실력이 비슷비슷한 그 사람들이 불운하지 않았다면 자신이 지금 자리에 있을 수 없고, 그 은혜를 늘 잊지 않는 게 바로 '운'을 받아들이는 리더의 올바른 자세란 설명이었다.

오만한 사람은 현재 위치를 자기 힘으로 이뤘다고 생각한다. 그 운발을 만들기 위해 희생한 다른 사람들의 불운에 대해 뒤돌아보지 않는다. 그런 성찰과 감사가 없는 자는 운을 잠시 얻을 수는 있을망정, 오래 유지하긴 힘들다.

얼마 전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한 기자회견에서 “유엔사무총장 자리에 오른 것은 나의 노력의 결과였다”고 한 대답이 여론의 입방아거리에 올랐다. 주위의 직접적 도움까지는 아니더라도 그가 그 자리에 오르기까지 음덕을 발휘한 주위 사람, 보이지 않는 희생에 대한 감사를 언급했더라면 큰바위얼굴로 돋보이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자신의 실력과 노력만으로 오늘의 성공을 설명하는 것은 ‘절반의 진실’일 뿐이다. 리더의 타고난 운에는 주위의 희생이란 ‘절반의 진실’이 함께 자리하고 있다.

리더를 현재 위치까지 이끌어온 운발은 자신의 ‘빛’이 아니라 세상에 대한 ‘빚’이다. 더 많이 받은 것은 더 많은 것을 나눠주고 공헌하라는 의미다. 운을 타고난 자산이 아니라 세상에 대한 부채와 감사로 치환할 때 리더는 결코 자만해질 수 없다.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오래 가려면 함께 가라. 이는 리더의 ‘운발 보존’에도 적용되는 법칙이다. 신은 불공평하지만 운발의 패를 집중시키지 않고 계속 돌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