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NAVER(035420))와 카카오(035720)의 메신저 경쟁이 새로운 국면을 맞는다. 두 회사는 현재 나란히 인공지능(AI) 챗봇(chatbot·채팅로봇)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챗봇이란 채팅하듯 질문을 하면 AI가 자동으로 답변하는 대화형 메신저를 뜻한다.

네이버·카카오가 챗봇을 개발하는 주요 목적은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는 데 있다. 챗봇을 통해 더 많은 사업 파트너들을 유치하고 궁극적으로 메신저를 거대한 전자상거래 플랫폼으로 성장시키는 것이다. 해외에서도 구글·페이스북 등 거대 기업들을 중심으로 약 1억달러 규모의 글로벌 챗봇 시장이 형성되고 있어, 국내 AI 챗봇 시장 선점을 위한 네이버와 카카오 간 경쟁도 가속화할 전망이다.

◆ 2014년부터 챗봇 서비스한 라인...카카오, 30만개 파트너사가 주무기

14일 네이버는 도미노피자와 함께 ‘네이버 톡톡’을 활용한 챗봇 주문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이용자가 네이버 검색창에 ‘도미노피자’를 입력하고 ‘챗봇 주문하기’ 버튼을 누르면 채팅을 통해 간편하게 주문할 수 있는 서비스다. 가까운 지점이나 대표 전화번호를 몰라도 주문하고 피자를 받아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네이버가 14일 출시한 도미노피자 주문용 챗봇. 채팅을 통해 피자를 간편하게 주문할 수 있다.

네이버는 앞서 지난해 8월부터 챗봇을 활용한 ‘쇼핑 톡톡’ 서비스를 제공해왔다. 네이버 쇼핑 이용자가 상품에 대한 질문을 남기면 AI 챗봇이 대신 답변해주는 서비스로, 현재 쇼핑 입점 업체 500개가 도입해 사용하고 있다. 네이버는 올 상반기 중 쇼핑 톡톡 서비스를 5만~6만개 입점 업체에 적용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IT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네이버는 현재 자체 개발한 인공지능인 ‘아미카(Amica)’ 파트너십에 공들이고 있다. 아미카 파트너십을 체결한 SPC,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 운영 업체), 숙박 O2O(오프라인과 온라인의 연계 서비스) 업체 야놀자 등과 함께 챗봇을 만들어 테스트 중이다. 네이버의 일본 자회사에서 운영 중인 메신저 ‘라인(LINE)’을 토대로 챗봇을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는데, 회사측은 “라인의 국내 시장 점유율이 미미한 만큼 구체적으로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다”는 입장이다.

라인은 이미 일본에서 3년째 AI 챗봇을 전자상거래 서비스에 활용하고 있다. 지난 2014년 7월 아르바이트 정보 제공 서비스 판다이치로(パン田一)에 챗봇을 도입했으며, 현재는 7000여개의 챗봇 계정이 라인 플랫폼에서 작동하고 있다. 택배 예약과 택시, 음식 배달 업체 등이 라인 챗봇을 통해 소비자를 자동 응대하고 있다.

아르바이트 정보 서비스 ‘판다이치로(パン田一郎)의 라인 챗봇 계정. 도쿄역 부근 커피숍 아르바이트 자리를 추천해달라고 하자, 자동으로 링크를 보내준다.

라인은 이달 말부터 다음달 초까지 스페인에서 열리는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에서도 챗봇 사업의 현황과 향후 계획에 대해 발표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데자와 다케시(出澤剛) 라인 최고경영자(CEO)는 다음달 1일(현지 시간) 기조 연설자로 MWC에 참가해 ‘대화형 커머스’라는 주제로 챗봇을 통한 메신저의 전자상거래 플랫폼화(化)에 대해 발표할 예정이다. 이데자와 CEO와 함께 연사로 나서는 박스에버(Boxever)·트윌리오(Twilio)·킥(KIK) CEO가 모두 챗봇 개발 및 서비스에 전념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MWC에서의 발표도 챗봇에 중점을 둘 가능성이 매우 크다.

네이버 뿐 아니라 카카오 역시 올 1분기 중으로 카카오톡에 AI 챗봇을 적용해 ‘톡 간편 주문’ 서비스를 도입한다는 방침이다. 라인과 마찬가지로 카카오톡을 전자상거래 플랫폼으로 발전시키겠다는 계획이다.

임지훈 카카오 대표이사는 지난달 24일 자신의 개인 블로그에 올린 신년사를 통해 “카카오톡의 기업용 계정 ‘플러스친구’를 통해 쇼핑과 음식 주문 및 구매 상담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카카오 챗봇의 가장 큰 강점은 국내 시장에서 탄탄한 이용자층을 이미 확보했다는 것이다. 전세계 시장에서는 라인에 밀리나, 내수 시장에서는 확실한 우위를 점할 수 있다. 현재 라인과 카카오톡의 글로벌 월 사용자 수(MAU)는 각각 2억1700만명, 4900만명이지만 국내 시장 점유율은 각각 12%, 94% 수준이다.

카카오는 이미 플러스친구라는 강력한 무기를 갖고 있다. 현재 카카오는 플러스친구와 ‘옐로아이디’ 등 두가지 기업용 계정을 운영 중인데, 두 계정을 모두 더하면 약 30만개에 달한다.

◆ “2020년 전세계 챗봇 시장 규모 10억달러”

국내 인터넷 시장에서는 챗봇 간 경쟁이 이제 막 시작되고 있으나, 사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이미 지난 2015년부터 챗봇이 화두가 돼왔다.

글로벌 챗봇 시장을 선점한 업체는 구글과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MS) 등 3개 업체다. 미국 시장 조사 기관 TMR(Transparency Market Research)에 따르면, 지난 2015년 이들 3개 업체의 시장 점유율은 약 97.5%에 달했다.

페이스북은 지난해 4월 AI 챗봇을 처음 선보였으며, 현재까지 총 3만4000개 챗봇 계정을 운영하고 있다. MS의 경우 지난해 인종차별 등 ‘막말 파문’을 일으킨 챗봇 ‘테이(Tay)’를 대신해 지난해 12월 새 AI 챗봇 ‘조(Zo)’를 출시하며 화제가 됐다.

전세계 챗봇 시장은 폭발적인 성장세를 나타낼 전망이다. TMR에 따르면, 지난 2015년 글로벌 챗봇 시장 규모는 약 1억1300만달러였다. TMR은 2016~2024년 전세계 챗봇 시장이 매년 28%씩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2024년 말에는 시장 규모가 약 10억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