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TV 시장에서 11년째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삼성전자(005930)가 프리미엄 TV 부문에서는 리더십이 흔들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2500달러 이상 고가형 TV 시장에서 LG전자(066570)에 1위 자리를 내준 것으로 확인됐다.

14일 시장조사업체 IHS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판매량 기준으로 2500달러 이상 프리미엄 TV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점유율이 전년(63.1%)에서 25.2%로 급격히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2000달러 이상 고가형 TV 시장에서도 전년(46.8%)에서 21.6%로 떨어졌다.

김현석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사장이 올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17’ 행사에서 QLED TV를 소개하고 있다.

만년 2위였던 LG전자의 도약은 눈부셨다. LG전자의 2500달러 이상 TV 시장 점유율은 전년(13%)에서 지난해 42.8%로 3배 이상 늘었다. 2000달러 이상 TV 시장에서도 전년(16%)에서 46%로 급등하며 1위를 차지했다. 지난 수년간 LG전자가 밀어붙여온 OLED TV가 프리미엄 TV 시장에서 안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전자의 프리미엄 TV 점유율 하락은 올해 이 회사가 기존의 ‘SUHD TV’라는 브랜드를 ‘QLED TV’로 바꾸는데 결정적인 계기를 제공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 내부적으로 QLED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것이 시기상조라는 반론도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LG전자의 OLED TV에 대항할 확실한 모멘텀이 필요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 삼성전자가 올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17'에서 QLED TV를 공개했을 당시 업계에선 격렬한 논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액정표시장치(LCD) 기반의 TV를 퀀텀닷 소자가 자발광한다는 의미로 사용되는 QLED TV로 명명하는 것이 적절한가에 대한 논란이었다.

디스플레이 분야 저명한 전문가로 꼽히는 켄 베르너(Kenneth Werner)는 최근 디스플레이 데일리에 기고한 글에서 "삼성전자가 소개한 QLED TV는 기술 커뮤니티가 인지하는 QLED와 다르다"며 "삼성전자 마케팅 부대(marketing army)가 '사과는 오렌지'라고 부르기로 했다면 그것은 오렌지가 된다"고 비꼬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본격적인 QLED TV 마케팅을 본격화했다. 삼성전자 미국법인은 최근 QLED TV 일부 모델의 가격을 공개하고 사전주문을 받기 시작했다. QLED TV는 3월 중순 이후 한국과 미국에서 출시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가 신제품 출시를 한 달 이상 남겨놓고 사전주문에 들어간 것은 이례적이다.

삼성전자는 LG전자의 OLED TV를 의식해 가격도 비슷한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그동안 삼성전자 프리미엄 TV인 퀀텀닷(양자점) TV(SUHD TV)는 LG전자 OLED TV보다 가격이 20∼30%가량 낮았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이같은 삼성전자가 QLED TV의 성공에 대해 강한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는 얘기"라며 "동시에 프리미엄 TV 시장을 점령한 LG전자의 OLED TV와 정면 승부를 벌여 고가 시장에서의 리더십을 되찾겠다는 강력한 의지로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