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유럽의 불사조 기업 <10> 日 주류 백화점 '야마야'
지방에서 출발해 매출 9000억원 기업으로 성장
유통 거인과 제휴하고 최대 이자카야 체인 인수

오사카부 이바라키시에 있는 야마야 JR이바라키역앞점

한국에선 집에서 마실 술을 살 때 일반적으로 편의점이나 집 근처의 수퍼마켓, 대형마트를 찾는다. 술만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주류 백화점'이 있지만, 많이 찾는 편은 아니다.
일본에선 50년 가까운 역사를 가진 대형 주류 백화점이 있다. '야마야'라는 업체다. 한국과 달리 소비자들이 술을 사기 위해 많이 방문하고 접근성도 좋다. 도쿄엔 긴자·신주쿠·아카사카 등 시내 중심지에 매장이 있다. 야마야는 일본 전국에 331개 점포(지난해 9월 말 기준)를 갖고 있다. 1년 전보다 점포수가 7개 늘었다.

10년만에 매출140%, 순익 440% 증가
2015회계연도(2015년 4월부터 2016년 3월까지) 매출액은 연결 기준으로 1694억엔(약 1조7300억원)을 기록했고, 순이익은 23억6200만엔(약 241억원)을 냈다. 외식 사업 자회사 등을 제외하고 단독 실적만 따져도 매출액은 901억엔(약 9200억원), 순이익은 18억9200만엔(약 193억원)이다. 성장 속도도 빠르다. 2015년 매출액은 10년 전보다 240%, 같은 기간 순이익은 440% 증가했다.

숫자로 나타나는 회사의 외형은 크지만, 야마야는 일본 동북지방 미야기(宮城)현의 작은 마을에서 시작했다. 지금도 본사가 이곳에 있다. 회사가 세워진 것은 1970년이지만, 주류 전문점으로 사업 방향을 정하고 술을 할인해 팔기 시작한 것은 1982년의 일이다.
이런 야마야가 빠르고 지속적으로 성장해 대형 주류백화점 체인이 됐다. 비결은 △전 세계 다양한 술을 한 곳에 모아 놓고 싼 가격에 판매하고 △전국적으로 영업망을 늘리면서 온라인 판매로 진출하며 △술을 생산하는 계열사를 두거나 PB상품을 들여와 유통망의 강점을 활용하고 △이자카야(居酒屋·일본식 선술집) 등 연관 산업으로 진출한 것 등이다.

성공비결1
세상의 모든 술을 저렴하게 판매
야마야는 일본 여행을 떠난 한국인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곳 중 하나다. 매장에 들어가면 일본 소주·사케·와인·위스키·맥주 등 모든 종류의 술이 빽빽하게 차 있는 진열장이 고객을 반겨준다. 편의점이나 수퍼마켓에서 보기 힘든 술도 많고, 한국에선 구할 수 없는 술도 이곳엔 있다. 야마야는 술 이외에 함께 먹을 수 있는 육포나 치즈, 스낵 등 간단한 안주거리와 음료도 함께 판매한다.

야마야는 가격 면에서 특히 강점이 있다. 한국에서도 많이 판매되는 맥주 ‘아사히 수퍼드라이’, ‘기린 이치방시보리’ 500㎖가 230엔(약 2350원)쯤 한다. 한국의 젊은 여성 여행객들이 일본에서 많이 사오는 ‘호로요이’도 소비세를 포함해 110엔(약 1100원) 정도로 편의점이나 수퍼마켓보다 10~20엔쯤 싸다.

외국인 관광객이 더 편리한 주류 쇼핑을 할 수 있도록 구매 즉시 소비세를 빼고 계산하는 점포도 도쿄·교토·오사카·후쿠오카 등에 57곳 만들었다. 이 점포는 관광객이 많이 사는 양주를 중심으로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성공비결2
유통 거인과 제휴·자회사 만들어 사케 생산
야마야는 일본의 거대 유통기업 이온과 1994년 업무 제휴를 맺었다. 이온은 지금도 야마야 지분 19.1%를 갖고 있다. 야마야는 이온과 공동 출자한 '코르동 베르(Cordon Vert)'를 통해 와인 수입이나 PB상품 개발을 함께하고 있고 일부는 이온 점포에서도 판매한다.

야마야에선 350㎖ 캔 1개에 ‘1000원’보다 싼 맥주도 판다. 한국의 OB맥주가 2006년부터 제조업자설계개발생산(ODM) 방식으로 수출하고 있는 ‘구굿토나마’ 맥주다. 6개 들이 포장은 500엔(약 5100원) 이하에 팔린다. 맥주의 원료인 맥아(麥芽·보리를 싹 틔워 말린 것) 함량이 낮은 ‘제3맥주(일본의 맥주 분류 중 하나)’에 속하지만, 소비자들에게서 “싸고 맛있다”라는 평가를 받는다. 세계적 주류 품평회 ‘몽드실렉션(Monde Selection)’에서 금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야마야 매장에 진열된 술.

또 회사 자체적으로 자회사를 통해 술을 만들어 팔고 있다. 야마야는 1993년 사케를 만드는 다이와구라(大和蔵)주조를 설립했다. 주류 판매가 본업인 만큼, 자회사에서 만드는 사케를 유통 채널에서 판매할 수 있다. 야마야는 센다이(仙臺) 지방이 배경인 일본 영화 ‘나으리, 이자이옵니다!’에서 따온 사케 ‘도노노하루카제(殿の春風)’를 지난해 출시하기도 했다.

성공비결3
지방에서 시작해 전국·온라인으로 영업망 확대
일본 동북부에 위치한 미야기현은 인구 230만명으로 많지는 않은 편이다. 야마야 본사는 미야기현 현청 소재지인 센다이(仙臺)에 있다. 도호쿠 지방 중심 도시이지만 인구는 100만명밖에 되지 않고 도쿄나 오사카와 같은 대도시와 멀리 떨어져 있다. 2006년 전까지는 인구 5만명의 미야기현 시오가마(塩釜)시에 본사가 있었다.

이런 야마야가 전국적으로 확대될 수 있었던 것은 각 지역의 주류 백화점을 인수했기 때문이다.
2008년엔 오사카와 인근 지역을 중심으로 영업하던 주류 판매 체인점 '사케노라쿠이치(酒の楽市)'를 인수했다. 이 체인점은 마에다(前田)라는 회사가 운영하고 있었으나, 2008년 도산했고 야마야가 49개 점포의 사업을 승계했다.

2009년엔 역시 오사카를 중심으로 영업망을 갖고 있던 주류 백화점 체인 ‘스피드’의 21개 점포를 인수했다. 2012년에는 메이지야(明治屋)산업이 후쿠오카(福岡)·야마구치(山口)현에 갖고 있던 주류 판매 11개 점포, 다이닌(大仁)주조가 후쿠야마(富山)현에서 운영하던 주류 판매 3개 점포를 인수했다.

온라인 판매에 일찍 진출한 것도 회사 성장에 보탬이 됐다. 통신 판매는 1986년부터 시작했다. 한국은 전통주를 제외하곤 술을 인터넷으로 팔 수 없지만 일본은 다르다. 일본 온라인 쇼핑몰 ‘라쿠텐(樂天)’과 통신사 NTT도코모의 ‘d쇼핑’, 회사 자체 홈페이지에서 주류를 주문할 수 있다. 또 온라인 판매를 확대하기 위해 통신사 NTT도코모의 ‘d포인트’를 받거나 쓸 수 있는 점포가 됐다. 지난해 4월부터는 라쿠텐의 ‘라쿠텐Edy’, 이온의 ‘WAON’, 교통카드 계열 전자 화폐(스이카·파스모) 등 다양한 전자 화폐를 모든 점포에서 사용할 수 있다.

성공비결4
칼라일 소유 이자카야 회사 인수해 사업 확장
야마야는 2013년 일본 최대 이자카야 체인 '침니(Chimney)'를 인수했다. 침니는 여러 차례 주인이 바뀐 전력이 있었다. 야마야의 인수 당시엔 칼라일이 최대주주였고, 야마야는 '공개매수(TBO)'라는 방법을 써서 침니를 인수했다.

아오모리(靑森)현에 있는 ‘하나노마이’의 한 매장. 하나노마이는 침니의 이자카야 브랜드 중 하나다.

침니는 1984년 쟈스코(현 이온)의 외식 부문으로 설립됐다. 당시엔 맥주와 돼지갈비 요리를 내놓는 서양식 주점이었다. 그 후 쇼핑센터 사업에 주력하기 위해 이온의 경영 방침이 바뀌면서 1997년 요네큐(米久)에 매각됐다. 요네큐는 햄, 소시지 등을 만드는 육가공업체다. 요네큐는 자신들의 제품이나 크래프트 비어(소규모 양조장 맥주)를 판매처로 시너지 효과를 노리고 침니를 인수했다.

야마야 자회사 다이와구라주조의 사케 ‘유키노 마쓰시마 준마이다이긴조’(왼쪽)와 맥주 ‘구굿토나마’.

그런데 침니가 인수되기 전인 1995년 개발한 ‘하나노마이’라는 이자카야가 인기를 끌었다. 신선한 해산물을 판매하는 이자카야가 콘셉트여서 요네큐와의 시너지 효과가 줄어들었다. 그러던 2007년 요네큐의 대주주가 기린맥주에서 미쓰비시(三菱)상사로 바뀌었다. 당시 침니는 요네큐그룹 영업이익의 절반 이상을 벌어들일 정도로 회사의 주력이었다. 하지만 미쓰비시상사는 이토(伊藤)햄과 제휴하는 등 육가공 사업에 집중하고 있었고, 해선(海鮮)요리에 강점이 있는 침니는 경영 구상에서 빠져 있었다.

당시 이즈미 마나부(和泉学) 사장 등 침니 경영진은 세계적 사모펀드 칼라일과 손잡고 2009년 11월 MBO 방식으로 경영권을 인수했다. 이후 침니는 2010년 4월 상장폐지한 뒤 칼라일로부터 임원을 받아들였다. 조리기술 향상을 위해 사내 대학을 설립했고 생선 가공 공장을 세우는 등 경영 혁신에 나섰다. 2012년엔 자위대의 군부대 식당을 위탁받는 등 이자카야 이외 분야로 사업을 확장했다. 2012년 12월엔 증시에 재상장했다.

야마야가 침니 인수에 뛰어든 것은 2013년 11월이다. 야마야는 주식을 공개매수하는 방식으로 침니를 인수하겠다고 밝혔다. 그러자 당시 침니 주식 47.97%를 보유한 최대주주였던 칼라일은 야마야의 제안에 응해 모든 주식을 야마야에 매각하겠다고 했다.

’침니’의 이자카야 브랜드 ‘사카나야도조’의 매장(위)과 메뉴(아래)


칼라일은 침니가 재상장하면서 80억엔, 야마야의 공개 매수로 140억엔을 손에 넣었다. 칼라일이 침니에 투자한 금액은 100억엔이어서 침니 투자로 원금의 2배 이상인 120억엔의 이익을 얻었다.
야마야가 이자카야 체인을 인수한 것은 개인을 대상으로 주류를 판매하는 데에서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서다. 야마우치 히데하루(山内英靖) 야마야 사장은 침니 주식 공개매수를 선언하면서 "주류 판매는 경쟁이 심하다. 침니라는 사다리를 빌려서 외식 사업에 뛰어들 것"이라면서 "(이자카야에 납품하는) 업무용 주류 판매를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야마야는 2013년 12월 침니 인수를 완료했다.

침니는 야마야에 인수될 당시 ‘하나노마이’ 등을 일본 전국에 700여곳 갖고 있는 거대 이자카야 체인이었다. 가족이 방문할 수 있는 이자카야 ‘하나노마이’, 20~60대 회사원 대상 ‘사카나야도죠’, 20~60대 회사원이 타깃 고객층이지만 약간 가격이 저렴한 ‘도요마루수산’ 등 다양한 브랜드를 갖고 있다. 지난해 9월 말 기준으로 점포수는 총 735개다. 2015년엔 지금까지의 이자카야와 전혀 성격이 다른 스테이크 체인점(스테이크 침니)으로 진출했다. 침니는 빠르게 신규 점포를 확장해 2018년엔 1000개 점포 돌파를 목표로 하고 있다.

◆ 플러스 포인트
창업주 야마우치 히데후사

야마야 창업주 야마우치 히데후사 회장.

야마야는 주식회사 형태로 1970년 설립됐다. 기원은 창업주 야마우치 히데후사(山内英房) 회장의 어머니 야마우치 야스코(寧子)가 미야기현 시오가마시에 세운 '야마야상점'이다.
야마우치 히데후사 회장은 1934년 태어나 센다이전파고등학교를 졸업하고 NHK에 입사했다가 1960년 어머니의 야마야상점에 입사했다. 1970년 이 상점을 주식회사 형태로 설립하면서 현재의 주류백화점 야마야를 창업했다. 현재 사장을 맡아 경영을 이끄는 야마우치 히데하루 사장은 히데후사의 장남이다.

◆ 키워드

MBO(management buy out)
기업의 전부 또는 일부 계열사나 사업부를 회사 내에 근무하고 있는 경영진과 임직원이 인수하는 것이다. '경영자 인수'라고도 한다. 외부의 제3자에 의해 이뤄지는 대부분의 기업 인수와 달리 회사 내의 경영진이 기업을 인수하므로 고용이 안정적으로 승계된다. 또 자연스럽게 한계 사업을 정리해 기업의 효율성도 추구할 수 있다.

공개매수(TOB)
어떤 기업의 경영권을 획득할 목적으로 주식의 매입 기간·가격·수량 등을 미리 공개적으로 알리고 증권시장 밖에서 불특정다수를 상대로 주식을 매입하는 것을 가리킨다. 다른 기업을 매수할 때 효과적인 방법으로 쓰인다. 영어로는 일반적으로 'TOB'라고 하는데, 영국에서 사용하는 'take over bid'의 줄임말이다. 미국에서는 'tender offer'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