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 TV, 냉장고 등 여러 전자제품에 탑재되는 타이젠 OS를 소개하는 이미지

삼성전자가 올해 9월 독자 개발 운영체제(OS)인 ‘타이젠 4.0’을 선보이며 ‘탈(脫) 구글’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타이젠 기술의 고도화를 통해 구글 안드로이드 OS의 의존도를 낮추고, 타이젠 생태계를 강화해 독자 OS 갖추겠다는 것이 삼성의 목표다. 삼성전자 내부적으로도 스마트폰을 제외한 모든 제품에는 안드로이드를 대신해 타이젠 탑재를 결정했고, 인공지능(AI) 개발 역시 타이젠을 기반으로 설계하고 있다.

1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해 6월 타이젠 4.0의 프리뷰를 시작하고 9월에 완성 버전을 일반에 공개할 예정이다. 특히, 삼성전자는 올해를 세탁기, 냉장고, 청소기에도 타이젠을 적용하는 원년으로 삼겠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가 올해 1월 미국 소비자가전쇼(CES)에서 첫 공개한 QLED TV와 사이니지 등에는 타이젠 OS가 들어갔다. 현재 타이젠은 삼성전자의 일부 저가형 스마트폰과 스마트TV와 스마트워치 ‘기어S3’에 사용되고 있다.

◆ IoT 놓치지 않겠다는 삼성, 타이젠 4.0의 키워드는 ‘확장성’

타이젠 4.0은 기존 3.0에 비해 실행속도와 그래픽 처리, 호환성이 크게 개선됐다. 특히 눈여겨 볼 부문은 ‘확장성'이다.

타이젠 4.0은 마이크로소프트(MS)의 프로그래밍언어인 닷넷(.Net)을 탑재해, 기존 MS 닷넷 개발자들도 스마트폰, 스마트워치, 스마트TV 등에 사용되는 타이젠 앱을 쉽게 개발할 수 있다.

타이젠 4.0 개발 일정

타이젠은 초소형 컴퓨터 모듈 라즈베리파이나 아틱(Artik) 보드 등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 다양한 기기에 통신 모듈이 탑재돼 서버와 데이터를 지속적으로 주고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개발자들이 타이젠 프로그래밍을 쉽게 할 수 있도록 그래픽유저인터페이스(GUI) 기반의 개발도구 ‘타이젠 스튜디오’도 있다. 타이젠 스튜디오를 사용하면 코드작성부터 사용자인터페이스(UI)·사용자경험(UX) 적용, 디버깅(오류수정) 작업을 간단히 할 수 있다.

개발자 들이 타이젠 프로그래밍을 쉽게 하기 위해 만들어진 타이젠 스튜디오의 모습

타이젠은 사물인터넷 표준화 기구인 OCF(Open Connectivity Foundation)의 아이오티비티(IoTvity) 프로토콜을 지원한다. OCF에는 300여개 회원사가 있다. 현재 삼성전자와 시스코, GE디지털, 인텔, 마이크로소프트 등 10개 업체가 이사회를 맡고 있다.

이 단체는 최근 또다른 IoT 표준화 단체인 올씬 얼라이언스(AllSeen Alliance)와 합병에 세를 키웠다. 올씬 얼라이언스에는 LG전자, 파나소닉, 하이얼 등이 소속돼 있다. 삼성전자 OCF와 올씬 얼라이언스의 합병과 이들 회원사의 제품에 타이젠을 접목해 IoT 시장에서 타이젠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전략이다.

사물인터넷 표준화 기구인 OCF 이사회 보드 회원

삼성전자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스마트폰을 제외한 모든 제품의 OS를 타이젠으로 사용하기로 결정했다”며 ”아직 IoT 시장에서는 표준과 같은 OS가 정해지지 않은 만큼 타이젠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타이젠은 패스트팔로워가 아닌 퍼스트무버가 되겠다는 삼성전자의 의지를 보여주는 기술“이라고 덧붙였다.

타이젠 OS를 탑재한 삼성전자 스마트폰 ‘Z2’

◆ 타이젠의 목표는 ‘탈(脫) 구글’…HW·SW 영역 파괴에 따른 마찰 불가피

지난 2010년 스마트폰의 등장이라는 큰 변화에서 OS가 없던 삼성전자는 구글의 개방형 OS 안드로이드에 관심을 갖게 됐고 갤럭시S 시리즈를 출시하면서 위기를 극복했다. 하지만 이후 삼성전자는 세계 1위의 스마트폰 제조사가 됐지만, OS의 개발일정에 따라가야 하고 플랫폼 사업에 대한 권한을 모두 구글에 내주게 됐다.

전문가들은 삼성전자가 타이젠 OS 개발을 지속하는 배경에 대해 구글 안드로이드 OS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향후 IoT 시장 선점을 위한 결정으로 분석한다. 삼성전자가 세계 1위의 스마트폰 제조사이지만 OS가 없어 사업의 주도권을 구글에 빼앗기는 상황을 되풀이 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삼성과 구글의 협력을 의미하는 컴퓨터 이미지

삼성전자와 구글은 그동안 스마트폰 사업을 펼치면서 크고 작은 마찰을 빚어왔다. 최근에는 하드웨어(HW)와 소프트웨어(SW) 기업간의 경계 붕괴가 가속화 되면서 삼성전자와 구글의 사업적 충돌은 불가피해졌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4년 갤럭시S5 출시 당시 구글의 요구로 스마트폰에 출시 전 미리 탑재하던 선탑재 애플리케이션(앱) 수를 줄였다. 안드로이드 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구글의 의견에 따를 수 밖에 없었다는 판단이 있었기 때문이다.

또 삼성전자가 2015년 모바일 결제 솔루션 삼성페이를 만들기 위해 미국 루프페이를 인수할 때도 구글의 눈치를 봐야 했다.

당시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삼성이 지금까지 안드로이드를 통해 구글과의 파트너 관계를 유지했지만, 모바일 결제분야에서는 구글과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삼성전자가 오는 4월 출시하는 갤럭시S8에 도입하는 인공지능(AI) 기술도 마찬가지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의 인공지능 기술이 구글의 반대로 갤럭시S8에 탑재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구글 역시 자체 AI 서비스 ‘어시스턴트’를 서비스하고 있기 때문이다.

2011년 삼성전자는 구글과 ‘모바일 앱 유통 계약(MADA)’을 비롯해 안드로이드 알고리즘을 활용해 새로운 OS를 개발할 수 없다는 내용의 AFA 계약(Anti-Fragmentation Agreement)을 맺었다. 해당 계약은 구글을 기본 검색엔진으로 설정하고 구글이 정한 앱을 스마트폰에 선탑재해야만 제조사들이 스마트폰을 판매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삼성전자뿐만 아니라 안드로이드 OS를 사용하는 스마트폰 제조회사들은 구글과 MADA 계약을 맺어야 한다.

13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해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현재 공정위는 구글이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해 모바일 OS 시장의 경쟁을 제한했는지 여부를 조사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