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이 ‘뉴메모리’ 시대를 선언하며 극비리 개발한 ‘3D 크로스포인트’의 실체가 조금씩 알려지고 있다. 이 기술을 이용한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드(SSD) 제품의 데이터 입출력 속도는 현존하는 SSD 제품 중 가장 빠르지만, 내구성은 기대이하인 것으로 확인됐다.

13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인텔의 3D 크로스포인트 기술을 탑재한 첫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드(SSD) 제품인 ‘옵테인(Optane)’에 관한 자료가 반도체 커뮤니티에 유출됐다. 인텔이 작성한 것으로 알려진 자료의 유출 경위는 확인되지 않았다.

자료에 따르면, 옵테인(Optane) 시리즈의 'DC P4800X'은 랜덤 읽기 속도 55만 IOPS(초당입출력성능), 쓰기 속도 50만 IOPS 수준의 속도를 갖추고 있다. 이는 기존 인텔의 SSD 제품보다 성능이 6~7배 빠른 것이다.

인텔은 지난 2015년 3D 크로스포인트 기술을 발표하며 기존 메모리 반도체보다 1000배 빠른 속도와 1000배 높은 내구성, 10배 높은 집적도를 가진 메모리를 생산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현재까지 SSD 시장에서 가장 빠른 속도를 자랑하는 제품은 지난해 삼성전자가 내놓은 '960 프로' 제품이다. 이 제품은 랜덤 읽기, 쓰기 속도가 각각 44만, 36만 IOPS로, 기존 초고속 비휘발성 메모리 인스프레스(NVMe) SSD보다 최대 3배 빠른 수준이다.

옵테인은 데이터 입출력 속도뿐만 아니라 레이턴시(Latency·데이터에 접근하는 데 걸리는 지연시간)도 크게 줄였다. 레이턴시는 중앙처리장치(CPU)와 D램, 스토리지의 성능 병목 현상을 일으키는 주요 원인이다. 옵테인의 지연시간은 기존 SSD 제품보다 10분의 1수준인 10마이크로세컨드(백만분의 1초) 수준이다. 이는 현존하는 가장 빠른 NVMe SSD와 비교해도 두 배 이상 높은 성능이다.

옵테인의 성능치가 알려지자, 업계에서는 3D크로스포인트의 기술 수준이 기대치를 어느 정도 만족시켰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메모리 업계 관계자는 “인텔은 3D 크로스포인트 기술을 SSD 성능을 최대화하는 방향, D램을 대체하는 스토리지클래스메모리(SCM)용으로 쓰는 방향 등 크게 2가지로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옵테인은 SCM이 아니라 SSD의 성능을 끌어올리기 위한 제품으로 보이는데, 사실상 인텔이 내놓는 첫 보급형 제품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괜찮은 성능”이라고 말했다.

지난 2015년 인텔이 발표한 3D 크로스포인트 기술은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패러다임을 뒤흔들 수 있는 신기술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업계의 주목을 받아왔다. 기존의 대표적인 저장 매체인 낸드플래시의 정보 저장, 운용 방식을 바꿔 CPU와 스토리지(SSD)의 비효율적인 소통 방식을 구조적으로 바꾸는 것이 목표다.

3D 크로스포인트도 낸드 메모리처럼 기본적으로 셀 단위로 비트를 기록하지만, 셀 위아래에 가로와 세로로 엇갈리는 금속 회로 교차점(크로스포인트)마다 0과 1의 신호를 담는 '메모리 셀'과 '메모리 셀렉터'를 설치한 것이 특징이다. 크로스포인트마다 일종의 도로 주소를 지정해 정보를 한층 빨리 찾을 수 있도록 설계한 것이다. 인텔은 이를 통해 메모리의 속도, 내구성이 기존 낸드의 1000배, 집적도는 10배 이상 끌어올릴 수 있다고 공언해왔다.

옵테인의 성능이 당초 기대에 못미치는 부분도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우선 내구성과 수명이 당초 예상보다 크게 낮다는 지적이다. 인텔이 명시한 DC P4800X의 수명은 약 100만시간으로, 기존의 삼성전자 960 프로(150만시간)보다 현저히 낮다. 3D 크로스포인트가 애초 기존 낸드플래시보다 수명이 1000배 길다는 점을 강조했다는 점에 비춰볼 때 기대에 못미치는 셈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인텔이 내놓은 신제품은 입출력 속도 등의 측면에서는 놀라운 수준의 SSD 제품이지만, 지난 2015년 인텔이 3D 크로스포인트로 제시한 1000배의 속도, 1000배의 내구성을 달성하기까지는 아직 갈 길이 남아있다"며 "중국 다롄 공장을 통해 생산력을 강화해 제품 가격을 낮추는 것도 과제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