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저녁 9시쯤 서울 지하철 홍대입구역 3번 출구에서 밖으로 나오자, 경의선 숲길 공원과 일대 카페·레스토랑이 늘어선 거리가 나타났다. 영하 날씨에도 데이트를 즐기는 젊은이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이 일대는 이른바 '연트럴파크'(연남동 센트럴파크)로 불리는 지역. 공원과 가까운 주택가로 접어들자 곳곳에 레스토랑이 나타났고, 상당수 다가구 주택들은 상가 주택으로 개조하는 리모델링 공사가 벌어지고 있었다. 박원준 솔로몬부동산중개소 대표는 "재작년부터 상가를 지어 세를 놓으려는 투자자가 많이 몰리고 있다"며 "골목 안쪽도 위치에 따라 높게는 호가가 3.3㎡당 7000만원까지 올랐다"고 말했다.

저금리 기조 속에서 꾸준히 오르던 상업용 부동산의 상승세가 작년 10월 이후 무뎌졌다. 올해 상업용 부동산 시장 향방에 대해서는 낙관론과 비관론이 엇갈린다.

저금리 기조가 계속되면서 2015년에 이어 지난해에도 상업용 부동산의 자산 가치(가격) 상승이 이어졌다. 하지만 10월 이후 소비 심리 위축과 김영란법 시행 등 요인이 겹치면서 상승세가 둔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금융 당국이 가계 부채 대책의 대상을 올 하반기부터 '부동산 임대 사업자'까지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으면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상업용 부동산도 하락 전환할 것"이라는 비관론과 "여전히 예금 금리보다 수익성이 높아 내리지 않을 것"이라는 낙관론이 엇갈리고 있다.

상업용 부동산 상승세 4분기에 둔화

12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상업용 부동산의 연간 임대수익률(세후 기준)은 3층 이상 중대형 상가가 4.6%, 2층 이하 소형 상가는 4.1%, 주상복합 건물이나 쇼핑몰에서 '칸' 단위로 분양하는 집합 상가는 5.27%였다. 같은 시기 정기예금 금리(1~11월 평균)인 1.48%의 세 배 안팎이었고, 단순 땅값 변동률(2.73%)보다도 높았다.

그 결과 시중 유동자금이 쏠리면서 자산 가치도 상승했다. 임대 수익률에 자산 가치 상승률을 더한 '투자 수익률'은 중대형 상가 6.34%, 소형 상가 5.93%, 집합 상가는 6.93%였다.

지역별로는 부산과 대구, 제주 등에서 투자 수익률이 높았고, 대전, 충북, 전북 등은 낮았다. 서울에서는 홍대·합정 지역 상권 수익률이 모든 형태의 상가에서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부산에서는 연산로터리 인근, 대구는 시지 지구의 수익률이 높았다.

하지만 상승세는 작년 10월 들어 전체적으로 둔화하는 모습이다. 중대형 상가 가격 상승률은 3분기 0.45%에서 4분기 0.37%로 내려갔고, 집합 상가는 0.38%에서 0.19%로 급감했다. 소형 상가만이 0.41%에서 0.43%로 소폭 상승했다. 노경석 한국감정원 상업자산통계부장은 "소비 심리 위축과 부정 청탁 방지법 시행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사실상 상승세는 끝났고, 당분간 보합이냐 하락이냐 갈림길에 놓였다"면서 "금리 변동과 소비 심리 등에 좌우될 것"이라고 말했다.

"금리 오르면 하락" 대 "수익성 여전히 높다"

올해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 대한 전문가들의 전망은 다양하다. 선종필 상가뉴스레이다 대표는 "금리가 계속 오른다면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서도 하반기쯤 전체적으로 하락세가 시작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상반기에 관망세가 이어지다가 하반기 들어 금리 인상 여파가 본격화하면서 대출이자를 감당하지 못한 건물주들이 건물을 급매로 내놓을 것이란 관측이었다. 선 대표는 "금융 당국이 하반기부터는 부동산 임대업자에게도 대출 원금과 이자를 동시에 갚도록 할 방침이어서, 가격이 내려가도 이를 받아낼 매수 세력이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론도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금리 인상으로 수익형 부동산 수요가 둔화하겠지만, 월세 수익률이 여전히 예·적금 이율보다 높기 때문에 저가 매물 중심으로 거래가 이뤄질 것"이라며 "자산가들 사이에서는 30억~50억원 정도 '꼬마 빌딩'에 투자하려는 수요가 꾸준하다"고 전했다. 작년 말 국민은행의 자산가 고객 120명 대상 조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었다. 이들 가운데 74%가 선호하는 수익형 부동산 유형으로 '상가빌딩'을 꼽았다. 또 2017~2020년 중 부동산 투자 적기(適期)로는 2017년을 꼽은 사람이 66%(상반기 29%·하반기 37%)로 가장 많았다. 이남수 신한금융투자 부동산팀장은 "서울 등 대도시에 사실상 빈 땅이 없는 상황에서 토지 그 자체의 가격은 계속 오를 수밖에 없다"며 "집합 상가는 어려워질 수 있겠지만, 상가 주택이나 중소형 빌딩처럼 '토지 가치를 그대로 인정받는' 형태의 부동산 자산 가치는 떨어지기 어렵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