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드자동차 창업주인 포드 집안은 7%의 지분으로 주주총회에서 40%의 의결권을 행사한다. 창업주 등 장기(長期) 주식 보유자에게 1주당 1표 이상의 의결권을 주는 '차등의결권' 제도 덕분이다. 하지만 한국은 거꾸로 가고 있다. 3% 룰, 집중투표제, 근로자 대표 이사 선임제 등 1주당 1표제의 기본 원칙에 어긋나는 제도들이 국회에 잇따라 발의되고 있는 것이다.

단기 투자자보다 장기 투자자를 우대하는 차등의결권은 '기업 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제도다. 이런 환경은 기업의 본사 위치를 결정하기도 한다. 이탈리아 기업인 크라이슬러-피아트는 2014년 차등의결권이 허용되는 네덜란드로 본사를 이전했다. 국민 기업을 빼앗겨 자존심이 상한 이탈리아는 부랴부랴 그해 차등의결권 제도를 도입했다.

차등의결권은 전 세계적으로 점점 확대되고 있다. 프랑스도 2014년 2년 이상 장기 보유 주주에게 자동으로 1주당 2표의 의결권을 주기로 했고, 덴마크는 2009년 기존에 있던 차등의결권 제도를 확대해 1주당 10표 내로 제한한 규제를 아예 없애고, 기업들이 자율적으로 비율을 정하도록 했다.

발의되고 있는 우리의 상법 개정안에 담긴 규제들은 해외에선 없거나 폐지하는 추세다. 소액주주들의 이사 선임을 가능케 하는 '집중투표제 의무화'는 미국·일본 등 20여 개국에 제도가 있지만, 기업이 자율적으로 도입 여부를 선택할 수 있다.

모회사의 소액주주가 자회사 경영진을 상대로 경영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다중대표소송제' 역시 도입한 나라가 거의 없다. 미국·유럽 등은 법원이 개별 사안별로 판단하는데, 대체로 모회사가 자회사 지분을 100% 보유한 경우에 한해 인정된다. 그러나 상법개정안은 모회사의 자회사 지분이 30~50%만 돼도 모회사의 소액주주가 소송을 제기할 수 있어, 자회사 평균 지분율이 75%가 넘는 우리나라 지주회사들엔 큰 위협이 된다. 권재열 경희대 로스쿨 교수는 "선진국에선 기업 지배구조를 규제하기보다는 시장의 자율적 견제에 맡긴다"며 "우리와 규제 수준이 비슷했던 일본 역시 투기자본의 공격으로부터 자국 기업을 방어하기 위해 규제 완화 쪽으로 방향을 튼 지 오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