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목표 조기 달성’, ‘노인성 질환 시장 점유율 확대’.

16년째 전문경영인으로 삼진제약을 이끌고 있는 이성우 삼진제약 대표가 올해 1월 시무식에서 언급한 키워드다. 1968년 설립된 국내 중견 제약사 삼진제약은 2016년 전년보다 11%가량 증가한 2393억원의 매출을 달성하며 5년 만에 매출액을 30% 늘렸다. 이 대표의 키워드에서 볼 수 있듯 2016년 목표(두 자릿수 매출 성장)를 조기 달성한 것이다.

삼진제약의 실적에서 눈여겨 봐야 할 점은 2016년 영업이익이 421억원(영업이익률 약 18%)으로 1조원을 넘나드는 매출을 기록한 국내 주요 제약사들의 영업이익률을 압도했다는 점이다.

국내 주요 제약사들의 영업이익률은 10%에 미치지 못한다. 최근 녹십자, 유한양행, 한미약품 등 국내 주요 제약사들의 영업이익률은 갈수록 줄어드는 추세다. 외형적으로 매출은 늘어나고 있지만 연구개발(R&D) 투자 비용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영업이익률이 높은 삼진제약의 매출액 대비 R&D 투자 비중은 최근 3년간 7% 내외로 국내 중견 제약사 중에서는 적지 않은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업이익률이 높은 것은 노인성 질환 치료제에 집중, 탄탄한 블록버스터급 의약품으로 자리매김한 전문의약품들이 있기 때문이다.

삼진제약 공동 창업주 최승주(왼쪽), 조의환 회장

이처럼 노인성 질환 시장에서 자사 의약품의 점유율을 꾸준히 높이고 있는 삼진제약은 최승주 회장과 조의환 회장이 1968년 공동 창업했다. 전문경영인인 이성우 사장이 장기간 회사를 이끌고 있지만 최근 몇 년 동안 두 창업주의 자녀들이 삼진제약 임원으로 올라서며 오너 2세의 행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공동 창업으로 내년 창립 50주년 삼진제약의 경영구도는

2018년 창립 50주년을 맞는 삼진제약은 두 창업주가 큰 무리 없이 그동안 공동 경영체제를 유지해왔다. 하지만 1941년생인 조 회장과 최 회장이 고령인 데다 최근 국내 제약업계에서 불고 있는 세대 교체 바람과도 맞물리면서 향후 몇 년안에 오너 2세가 경영 전면에 등장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성우 삼진제약 사장

현재 삼진제약은 최승주 회장과 조의환 회장 그리고 이성우 사장 3인의 공동 대표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전문 경영인인 이 사장이 지난 2001년 처음 대표에 오른 이후 지금까지 6연임에 성공하며 16년동안 회사 경영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이 사장은 1974년에 삼진제약에 합류했다. 회사가 세워진 지 6년밖에 안됐을 때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40년간 삼진제약에 몸담고 있는 이 사장은 최 회장과 조 회장의 절대적인 신뢰를 얻고 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에 최 회장과 조 회장의 자녀들이 삼진제약 임원으로 선임되면서 오너 2세로의 경영 승계 이슈가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제약업계 최장수 전문경영인인 이 사장의 임기가 끝나는 오는 2019년에는 경영 승계 작업이 본격적으로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최 회장과 조 회장의 대표 임기는 이보다 앞선 2018년까지다.

◆ 5년만에 매출 30% 급성장…잘나가는 삼진제약

삼진제약은 외형에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2012년부터 매년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늘었다. 2012년 2000억원에 조금 못미치던 매출액은 5년 만에 30% 가까이 증가했고, 영업이익도 이 기간 동안 2배가 넘는 400억원을 넘어섰다.

삼진제약 제공

삼진제약이 보유하고 있는 고령화사회 맞춤 제품이자 다양한 노인성 질환 의약품이 실적 상승을 이끌고 있다. 특히 지난해의 경우 1968년 설립 이래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는데 주력 제품인 항혈전제 '플래리스(사진)'와 고지혈증 치료제 '뉴스타틴-A', 치매 치료제 '뉴토인' 등이 실적 견인을 주도했다. 삼진제약은 원료의약품의 수출 확대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삼진제약의 2016년 매출과 영업이익은 2393억원, 421억원으로 각각 전년 대비 11%, 17% 증가했다. 오는 2018년에는 매출 3000억원, 영업이익 500억원 고지를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현욱 BNK투자증권 수석 연구원은 “삼진제약은 항혈전제, 고지혈증 치료제, 치매 치료제, 뇌기능 개선제, 소염 진통제 등 국내 최고 수준의 노인성 질환 제품군을 확보하고 있다”며 “노인성 질환 패키지를 통해 연평균 10%를 기반으로 하는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충북 오송에 위치한 삼진제약 원료의약품 공장 전경

◆ 창업주 2세들의 움직임이 주목받는 이유

삼진제약 공동 창업주의 자녀들이 회사 경영에 참여하기 시작하면서 지난 50년간 이어져온 공동 경영체계가 오너 2세로의 경영 승계 과정에서도 그대로 이어질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삼진제약은 현재 조 회장의 장남인 조규석 이사와 최 회장의 딸인 최지현 이사가 임원 자리에 올랐지만 아직 경영 일선에 나선 것이 아닌 만큼 경영 승계를 말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조 이사와 최 이사 모두 2016년 이사로 승진했다. 근속 연수는 최 이사가 7년 정도로 조 이사보다 1년 넘게 오래 근무했다. 현재 조규석 이사와 최지현 이사 모두 삼진제약 미등기임원으로 주요 임원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1972년생인 조 이사는 삼진제약에서 경리와 회계 등 재무 업무를, 최 이사는 마케팅과 홍보 등 대외협력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아직은 조 이사와 최 이사 모두 보유하고 있는 회사 지분 자체가 미미하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 경영 승계가 이뤄질지 쉽게 예측할 수는 없다. 조 이사는 삼진제약 주식을 한 주도 보유하고 있지 않은 반면, 최 이사는 1524주를 보유 중이다. 조 이사와 최 이사가 본격적으로 회사 주식을 매입하기 시작하면 그때가 바로 경영권 분쟁이 수면 위로 드러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삼진제약 연구원이 의약품 개발에 몰두하고 있는 모습

현재 지분구조만 본다면 조 회장이 삼진제약의 최대주주로 회사 주식 168만9322주(12.15%)를 보유하고 있다. 최 회장은 이보다 적은 122만7033주(8.83%)를 보유해 2대 주주다. 또 자사주 144만7123주(10.41%)와 우리사주조합이 보유 중인 62만9188주(4.53%)까지 합하면 공동 창업주 측에 우호적인 지분은 36%에 달한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다른 산업에 비해 제약업계의 가업 승계는 보편적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있다”면서도 “지난 50년간은 창업 1세대들이 공동 경영체제를 유지해왔지만, 후대에까지 이같은 경영체제가 이어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향후 오너 2세들의 회사 지분 매입이라든가 부친의 지분 증여 등 경영 승계 방법에 있어서는 모든 가능성이 열려 있는 상태”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