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2010~2011년 가축 348만 마리를 살처분한 '구제역 대란'을 거친 이후, 2010년부터 모든 농가에 백신 접종이 의무화됐지만 구제역이 연례행사처럼 계속 발생하고 있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백신 접종 의무화 정책 이후 구체역 항체 형성률은 소의 경우 87.7~100%, 돼지는 61.6~81.7%에 달한다(2016년 기준). 그러나 최근 충북 보은과 전북 정읍 등 구제역 발생 농가에서는 항체 형성률이 5~20%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이에 대해 정부는 "표본조사이기 때문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농가의 백신 투여 과정에서 실수가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해명하고 있다. 하지만 현행 구제역 예방 및 방역 시스템을 들여다보면 곳곳에 허점이 보인다.

구제역 예방을 위해 정부가 한 해 500억원대 예산을 들여 소·돼지에 백신 접종을 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서 구제역 발생은 연례행사가 되고 있다. 7일 전남 강진군 군동면 강진우시장 입구에서 방역 차량이 출동에 앞서 소독 절차를 거치고 있다.

현재 각 축산 농가는 구제역 백신을 직접 주사기로 투여하고 있다. 수의사가 아닌 일반 농장주들에게 백신 접종은 간단한 일이 아니다. 축산 농가들은 "덩치 큰 소에 주사 놓는 것 자체도 쉬운 일이 아닌데, 4~7개월마다 한 번씩 100여마리에 주사를 놓다 보면 어느 소를 접종했는지 헷갈릴 때도 있고 소가 움직여 주삿바늘이 빠지기도 한다"고 말한다.

현재 정부는 소의 경우, 전국적으로 9만5000여곳에 달하는 축산 농가 중 10%에 해당하는 농가를 표본으로 추출, 표본 농가 1곳당 1마리(총 9500마리)의 소에 대해 항체 형성 여부를 조사해 전체 항체 형성률을 발표한다. 해당 농가의 소에 항체가 형성돼 있으면 농장 전체가 아무 문제가 없는 것으로 간주된다. 하지만 농가 규모 등을 고려하지 않고 소 1마리만 표본으로 삼는 경우, 항체 형성률의 정확도가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전문가들의 구제역이 연례행사가 된 또 다른 요인으로 농민들의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를 지적한다. 백신이 젖소의 우유 생산량을 떨어뜨린다거나 사산율, 기형 송아지 확률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해 많은 축산 농가가 백신을 놓지 않고 어물쩍 넘어간다는 것이다. 지인배 농촌경제연구원 축산실장은 "무허가 축사 비율이 높고 우리 농가의 방역 의식 자체가 선진국에 비해 뒤떨어져 있다"고 말했다.

선진국들은 구제역 대응 체계가 우리나라보다 훨씬 강력하다. 일본은 2011년부터 각 지자체를 대상으로 구제역 상황을 가정한 대대적인 방역 연습을 매년 실시한다. 각 지자체의 초동 대응 능력을 평가하기 위해서다. 방역 인력도 우리의 약 2배인 860명 수준이다. 대만은 농가가 축협에서 구입한 백신 기록에 의존하는 우리와 달리 백신 접종 가축에 '백신 접종 증명서'를 발급하고 있다.

선진국들은 백신 생산 능력도 키워나가고 있다. 2001년 대규모 구제역을 경험한 네덜란드는 정부 산하 백신은행을 운영해 48시간 내 25만회분의 백신을 제조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미국은 캐나다·멕시코와 국립항원백신은행을 공동 운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