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전체를 35층 성냥갑 아파트로 병풍을 치려는 것이냐. 이런 규제는 우리밖에 없다."(은마아파트 재건축추진위)

"35층으로도 아름다운 경관을 만들 수 있다. 무분별한 재건축을 막아야 한다."(서울시)

서울 강남의 대표적인 재건축 아파트 단지 층수를 놓고 '35층 논란'이 뜨겁다. 서울시가 재건축 아파트 높이를 최고 35층으로 규제하면서 재건축 조합 등 주민과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초고층으로 수익성 對 스카이라인 훼손

서울시는 지난 1일 최고 50층으로 짓겠다는 서울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 재건축 사업 계획을 보류했다. 반면 지난달에는 기존 45층에서 35층으로 사업안을 변경한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 재건축안은 승인했다.

현재 35층 이상 초고층으로 재건축을 추진 중인 서울 재건축 아파트는 잠실주공5단지를 비롯, 강남 압구정동 '현대(45층)'와 대치동 '은마(49층)' 등 3곳이다. 이 단지들은 45~50층 아파트로 탈바꿈하겠다는 계획이 번번이 서울시로부터 '퇴짜'를 당해 사업 추진이 지지부진하다.

이 아파트들 재건축 사업 관계자들은 "서울시가 특별한 기준 없이 35층이라는 자의적인 잣대로 사업을 가로막고 있다"고 주장한다. 은마아파트는 오는 4월까지 부동산업계와 학계 전문가 100명에게 35층 제한 규제가 과연 합당한지 의견을 모아 제출하겠다는 입장이다.

주민들이 초고층 재건축을 고집하는 이유는 뭘까. 서울시 관계자는 "겉으로 내세우진 않지만 결국 수익성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고층으로 지으면 일반 분양 때 조망권이 좋은 고층 가구를 비싸게 팔아 수익성을 높일 수 있다는 얘기다. 초고층 아파트일수록 지역 랜드마크가 되면서 주변보다 20~30% 시세가 높게 형성된다. 서울 용산구 이촌동 56층짜리 '래미안 첼리투스'는 3.3㎡당 아파트값이 4791만원으로, 이촌동 평균(2715만원)의 1.8배 수준이다. 555m 높이 잠실 롯데월드타워에 들어서는 레지던스 분양가는 3.3㎡당 1억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는 "최근 건설 공법이 많이 발전해 35층이든 50층이든 공사비에 큰 차이가 없다"면서 "조망권이 뛰어난 초고층 아파트는 일반 분양가보다 평당 수천만원 비싼 펜트하우스로 분양해 수익성을 낼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조합 관계자들은 "사실 면밀히 비교해보면 35층이든, 50층이든 수익성에 큰 차이는 없다"는 입장이다.

서울시는 초고층을 허용하면 주변 환경과 부조화, 조망권 독점, 다른 아파트와 형평성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도시계획과는 "2014년 수립한 '2030 서울플랜'에 따라 3종 일반 주거지역은 35층 이하라는 원칙을 적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도시경관 둘러싼 입장 차 뚜렷

도시경관에 대한 시각도 다르다. 은마·잠실5단지들은 "35층으로 똑같이 키를 맞춘 아파트를 줄 세우는 것보다 50층 높이 주동(主棟) 몇 개를 세우고 나머지 부지는 녹지 공간으로 만드는 게 경관 면에서 낫다"고 주장한다. 서울시는 "35층으로도 충분히 멋진 도시경관을 만들 수 있다"고 반박한다. 주거지역은 35층으로 제한하는 대신 랜드마크가 필요한 상업·준주거지역에는 50층 남짓 초고층을 허용해 다양한 스카이라인을 조성할 수 있다는 것.

주민들은 지자체장이 바뀔 때마다 재건축 정책이 오락가락한다고 비판한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 재임 시에는 '한강변 르네상스' 정책을 내세우며 한강변에 초고층 아파트가 들어설 수 있게 했지만, 박원순 시장이 들어오면서 180도 바뀌었기 때문이다. 실제 현재 서울 내 35층 이상 아파트인 용산구 '래미안 첼리투스', 성동구 '서울숲 트리마제', 서초구 '아크로리버파크' 등 3개 단지는 오세훈 시장 시절 허가를 받았다. 업계 전문가는 "35층 규제 자체를 정치적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며 "시장이 바뀌면 다시 35층 이상으로 지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