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상장 기업들의 배당수익률이 올해 1.88%로 역대 최대일 것으로 예상되지만 러시아·중국 등 13개 신흥국 중에선 여전히 바닥 수준인 것으로 조사됐다. 배당수익률이란 1주당 배당금을 현재 주가로 나눈 비율을 말한다. 만약 한국에서 A기업의 주식을 10만원에 샀다면 1년간 평균 1880원의 배당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는 의미다. 이상진 신영자산운용 사장은 "한국 기업들은 장사를 잘해서 이익이 생겨도 사내에 쌓아두기만 할 뿐 주주(株主)에게 돌려주는 배당은 인색하다"면서 "저성장으로 새로운 투자 기회를 찾기 힘들기 때문에 주주 가치를 높이라는 사회적 요구는 계속 커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배당수익률, 역대 최대지만 전 세계 하위권

6일 대신증권에 따르면 모건스탠리 캐피털 인터내셔널(MSCI) 지수에 편입된 상장사를 기준으로 추정한 올해 한국 주식시장의 배당수익률은 1.88%에 그칠 전망이다. 러시아·중국 등 신흥국 13개국 중에선 11위였다. 한국보다 예상 배당수익률이 낮은 신흥국은 인도(1.7%), 필리핀(1.66%) 등 2곳뿐이었다. 경제가 성숙해 기업 활력이 떨어진다는 일본(2.05%)은 물론이고, 말레이시아(3.09%)나 인도네시아(2.53%)보다도 낮았다. 13개 신흥국의 올해 평균 예상 배당수익률은 2.89%로 작년 배당수익률(2.5%)보다 올라갈 것으로 전망됐다. 신흥국 중에서 배당이 가장 후할 것으로 점쳐진 곳은 러시아였다. 올해 배당수익률이 전년 대비 1%포인트 넘게 올라 4.93%에 달할 것으로 예상됐다. 신흥국뿐만 아니라 미국·독일 등 선진국까지 아우른 세계 24개국 중 단연 최고다. 김세찬 대신증권 연구원은 "러시아 주식시장은 원유 관련 국영 기업들이 시총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데, 유가가 안정되면서 정부가 국영 기업들에 배당 확대를 요구하고 있어 고배당 기대감이 높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현금 곳간 두둑… 배당 더 늘려야"

최근 삼성전자·현대차 등 대기업들은 통 큰 현금 배당을 발표하며 적극적인 배당책을 펼치겠다고 밝히고 있다. 정부도 기업 이익의 일정 부분을 배당·임금 인상 등에 사용하지 않으면 과세하는 정책을 펼쳐 배당 활성화에 힘쓰고 있다. 주주 가치를 높이려는 기업들이 늘면서 5년 전만 해도 1% 수준에 불과했던 국내 상장사들의 배당수익률은 조금씩 올라 현재 1.9%선에 바짝 다가섰다. 하지만 아직도 갈 길이 멀다. 한국 기업들이 쌓아두고 있는 현금성 자산을 고려하면 배당 여력을 높일 여지가 더 있다는 게 대다수 전문가의 시각이다. 국내 시가총액 100대 상장사의 잉여 현금 흐름은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55조207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8% 늘어 사상 최고치였다.

강대권 유경PSG자산운용 본부장은 "한국 주식시장엔 시가총액의 절반 이상을 현금으로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배당을 거의 하지 않는 짠돌이 기업들이 수백곳"이라며 "성장이 정체되어 기업 수익성이 낮아지고 있는 상황인데 투자 목적에서 현금을 놀린다는 핑계는 앞으로 쉽게 통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해외 투자자들의 배당 요구가 더욱 거세질 것이란 지적이다. 실제로 삼성전자와 GS홈쇼핑은 지난해 주주 배당을 확대하라는 미국계 헤지펀드의 요구를 받기도 했다.

중소형 운용사의 본부장인 A씨는 "오는 3월 주총 시즌에는 배당 확대나 자사주 매입 같은 주주 친화 정책이 큰 이슈가 될 것"이라며 "(우리도) 지난주부터 배당을 늘려야 한다는 내용증명을 투자 기업들에 발송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