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와 자산운용사 등 금융투자업계는 현재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불리한 경기를 하고 있습니다. 은행이나 보험사에 비해 불합리한 대우를 받고 있는 만큼 올해 부당한 규제를 바로잡아 제대로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습니다."

황영기〈사진〉 금융투자협회 회장은 6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기울어진 운동장 바로잡기'를 올해 과제로 꼽았다. 또 "우리 규제는 한국의 골드만삭스를 탄생시킬 수 없는 환경"이라며 "증권사가 공정한 경쟁을 하지 못하게 막는 각종 규제의 뒤에는 은행이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지난 4일 취임 2주년을 맞은 황 회장은 대표적인 부당 규제 사례로 금융결제원이 증권사의 법인 지급 결제를 제한하고 있는 것을 지적했다. 현재 법인은 증권사에 개설한 계좌에서 다른 법인의 계좌로 직접 송금할 수 없고, 직원들 월급이나 물품 대금 등도 지급할 수 없게 돼 있다. 은행과 저축은행 등에서만 법인 지급 결제가 가능하다.

황 회장은 "2007년 국회에서 논의돼 증권사의 개인·법인 지급 결제를 허용하기로 했는데 금융결제원 내부 규약만으로 법인 지급 결제를 지금까지 막고 있는 것은 공정거래법상 위반 소지가 있다"며 "증권사들을 초대형 투자은행(IB)으로 만들겠다면서 법인 간 자금 이체도 못 하게 하는 상황은 없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법인 지급 결제를 허용하면 삼성그룹이나 현대차그룹 같은 대기업들이 은행에 들어 있는 예금 상당 부분을 계열사인 삼성증권이나 HMC투자증권 등으로 옮겨 은행이 타격을 받을 것이란 주장을 하는데 이는 과도한 우려"라고 했다.

증권사가 고객에게 환전을 해주지 못하도록 막는 등 외환 업무를 제한한 것도 기울어진 운동장의 한 사례로 언급했다. 황 회장은 "증권사는 투자 목적 이 외에는 외화를 이체하거나 환전할 수 없는데 명동에 있는 환전소에서도 하는 업무를 은행 고유 업무라고 주장하는 것은 말이 안 되는 처사"라며 "미래에셋이나 한국투자증권 등 국가를 대표해야 하는 회사들이 절름발이 상태"라고 말했다.

황 회장은 또 올해 말 끝나는 '비과세 해외주식투자펀드' 혜택을 연장하는 방안도 추진하기로 했다. 작년 2월 도입된 비과세 해외 펀드는 해외 주식에 60% 이상 투자하는 펀드의 수익에 대해서 세금을 매기지 않는 제도다.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도 세제 혜택을 강화하거나 중도 인출을 허용해 상품성을 높이는 방안을 추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