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면허'로 불리던 자동차 운전면허시험이 작년 12월부터 '불 면허'로 돌변했습니다. 운전면허시험에 경사로와 T자 코스가 포함되고 시험 문제도 730개에서 1000개로 늘어난 것이죠.

그런데 제도 시행 한 달 만에 자동차 학원비가 역대 최고 수준으로 올랐습니다. 교통 안전을 위해 시험을 어렵게 만든 게 엉뚱하게 가계 부담으로 이어진 셈입니다. 불경기에 불 면허와 역대급 학원비까지… 결과적으로 국민은 이중고를 겪게 됐습니다.

6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자동차 학원비는 1년 전보다 33.2% 올랐습니다. 이는 1982년 4월 46.1% 오른 이후 35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오른 것입니다. 지난달 전체 소비자물가지수가 2.0% 오른 것과 비교하면 무서울 정도입니다.

제도가 시행된 작년 12월과 비교하면 불과 한 달 만에 23%가 올랐습니다. 이는 통계청이 자동차 학원비를 조사하기 시작한 1975년 이후 역대 최고입니다. 실제 40만원씩 하던 학원비는 올 들어 50만원을 넘겼습니다.

경찰은 기능 평가 항목이 2개에서 7개로 늘어나면서 시설 확충 비용이 든 데다 의무 교육 시간도 2시간에서 4시간으로 늘어 학원비가 오른 것 같다고 말합니다. 그래도 외국과 비교하면 여전히 비싸지는 않다고도 합니다. 실제로 독일은 250만원, 일본은 200만원 수준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국민들이 체감하는 부담은 훨씬 클 것으로 보입니다. 경찰은 학원비가 오를 것이라고 예상은 했지만 학원비를 강제로 내릴 방법은 없다고 합니다.

대신 학원비를 각 지방경찰청 홈페이지에 공개해 자연스럽게 인하를 유도하고 있다고 합니다. 실제로 이후 전체 371개 학원 중 24곳이 자율적으로 가격을 내렸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 정도 대책으론 소비자들의 추가 부담을 덜어주기엔 역부족으로 보입니다.

운전면허시험 제도 개선안을 설계할 때, 이에 따른 학원비 인상을 예상하고, 소비자들의 추가 부담을 어떻게 완화할 수 있을지 대책도 함께 모색되었어야 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