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고기 55%, 포도 71%, 주꾸미 91%, 견과류 93%….

지난해 국내 대형 마트가 판매한 먹거리의 외국산(産) 매출 비중이다. 농산물·축산물·수산물·가공식품 가릴 것 없이 외국산이 우리 식탁을 대거 장악하면서 '신토불이(身土不二·몸과 땅은 하나)'는 옛말이 되고 있다.

지난해 이마트 축산코너에서 판매된 소고기 중 미국·호주 등 외국산 매출 비중은 2013년 41.4%였지만, 지난해엔 처음으로 한우를 제치고 절반 이상(54.8%)을 차지했다. 특히 지난해 우리나라의 미국산 소고기 수입량(1만551t)은 광우병 파동 이후 8년 만에 처음으로 호주산(8382t)을 제치고 수입 소고기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수산물의 외국산 공세는 더욱 거세다. 지난해 이마트의 주꾸미 매출 91%는 베트남·태국 등 외국산이 차지했다. 문어는 아프리카에 있는 '모리타니'산 비중이 88%였다. '국민 생선'인 고등어는 2014년 5%에 불과했던 외국산(노르웨이·영국) 비중이 지난해 15%까지 늘었고, 갈치 역시 같은 기간 외국산(세네갈·인도네시아) 비중이 14%에서 19%로 늘었다. 이마트의 수산물 수입국은 2008년 4국에 불과했지만, 2015년에는 17국으로 늘었다.

롯데마트에서 지난해 팔린 포도 중 칠레 등 외국산 비중은 71.7%에 달했고, 이마트에선 지난해 수입 견과류 비중이 92.5%에 달했다.

외국산 공세의 배경에는 국내산이 공급 부족으로 가격이 치솟은 게 핵심이다. 김윤섭 이마트 팀장은 "한우는 도축두수 감소로, 갈치·주꾸미·문어 등 국내산 수산물은 지구온난화 영향으로 어획량이 감소해 수요를 맞추기 어려워졌다"며 "자유무역협정(FTA) 영향으로 수입 가격도 낮아진 데다 소비자 입맛도 다양해지면서 외국산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