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기만 하던 전국 아파트값 오름세가 11개월 만에 꺾였다. 특히 서울 한강 이남 지역 아파트값이 크게 내리며 전체 하락세를 이끌었다.

5일 KB국민은행 주택가격 동향조사에 따르면, 1월 전국 아파트 '중위가격'은 3억319만원으로 작년 12월(3억337만원)보다 18만원 내렸다. 주택 중위가격은 주택 거래 가격을 순서대로 나열했을 때 그 중간에 해당하는 가격이다. 소수의 초고가·초저가 주택으로 인한 가격 왜곡이 '평균가격'보다 적어, 글로벌 시장에서도 시장 가격 추세를 판단하는 대표적인 주택 지표로 쓰인다.

전국 아파트 중위가격은 작년 2월에 전달보다 17만원 내린 이후 작년 말까지 계속 상승세를 탔다. 하지만, 정부의 부동산 규제 정책이 잇따른 데다 1년 가까이 이어진 가격 급등의 피로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상승세에 급제동이 걸렸다는 분석이다.

지역별로는 서울의 낙폭이 가장 컸다. 서울 아파트 중위 가격은 5억9828만원에서 5억9585만원으로 243만원 내렸다. 한강 이남 11개 구(區) 아파트값이 465만원 하락(7억4082억원 →7억3617만원)한 게 원인이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강남·서초·송파 등 강남 3구와 목동(양천구) 등 그간 많이 오른 지역의 하락 폭이 컸다"고 말했다.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아파트의 중위가격도 3억9860만원에서 3억9784만원으로 소폭 내렸다.

비(非)수도권에서는 경북이 1억5273만원에서 1억5162만원으로 떨어져, 낙폭이 가장 컸다. 이어 대구(-91만원), 경남(-87만원), 충남(-35만원), 충북(-27만원)의 순이었다.

중형 아파트(전용면적 63~96㎡) 가격 하락이 전체 중위가격을 끌어내렸지만, 나머지 소형·중소형·중대형·대형 아파트의 가격은 46만~71만원 올랐다.

부동산 정보업체 '부동산114'의 함영진 리서치센터장은 "최근 1년 사이 가격이 많이 올라 매수자들이 관망세로 돌아서고 있다"며 "여기에 실수요 중산층도 대출 조건이 강화되고 금리가 오르면서 중형 대신 대출 부담이 적은 중소형을 선택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박원갑 전문위원은 "이번 하락이 추세 하락의 시작인지 여부는 봄 이사 철이 본격화되는 3~4월쯤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