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이 1140원대로 떨어졌다. 지난 2일 전날대비 11.30원(0.98%) 하락해 1146.80원까지 떨어진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이날도 11시 26분 현재 전날보다 0.85원 떨어진 1145.95원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된 이후 강달러 기조가 계속되면서 올해 초만 하더라도 환율은 1200원을 넘을 정도로 고공행진을 이어갔지만, 불과 한달새 환율이 60원 가량 떨어졌다.

최근의 달러 약세 현상은 트럼프 대통령의 ‘입’에서 시작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취임 이후 자신이 내건 공약인 미국 우선주의와 보호무역주의를 내세우면서 약달러 기조를 부추기고 있다. 여기에 2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연방기금 금리를 0.5~0.75% 범위에서 동결하면서 약달러 기조는 당분간 변곡점을 찾기가 힘들 전망이다.

증권업계 전문가들은 향후 미국의 추가 금리인상 시기를 5~6월로 가늠하고 있다. 중국과 한국, 일본 등 대미무역 흑자를 보이는 국가들을 대상으로 환율조작국 지정까지 검토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의 성향을 감안하면 금리 인상 이전까지는 달러화 가치는 약세를 보이는 반면, 원화 강세 압력은 커질 것이란 설명이다.

이승훈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2월 FOMC에서는 경제주체의 심리 회복 이외에 고용, 인플레이션 등 기존의 경기 판단을 유지하면서 만장일치로 금리를 동결했다”며 “이는 경기 전망의 상·하방 리스크를 모두 인식하고 있다는 것으로 트럼프 정부 예산안의 윤곽이 드러날 올 2분기까지는 관망세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달러화 약세가 국내 증시에 긍정적으로도, 부정적으로도 작용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먼저, 약달러 기조가 이어지면 우리나라와 같은 신흥국은 수급 측면에서 수혜를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달러 가치가 떨어지면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달러 선호 현상이 옅어지면서 위험자산으로 분류되는 국내 증시로 외국인 자금이 유입될 가능성이 크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신흥국 통화 절상 기대감에 기반한 글로벌 자금의 신흥시장 유입 확대를 기대해볼 수 있다”며 “글로벌 경기가 동반 확장세를 보이고 있고 긴축에 부담이 높지 않다는 점도 위험자산 선호 심리를 강화시킬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수출 의존도가 높은 수출 기업에는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약달러 기조 하에서는 수출 제품의 달러화 표시 가격이 상승하기 때문에 제품의 가격 메리트가 떨어지는 데다, 미국의 보호무역주의와 맞물려 있어 수출이 둔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작년 연말 원·달러 환율이 높을 때 제품을 수출했던 기업들의 경우 최근 대금 결제 시점을 맞아 환차손 우려도 커졌다.

김영준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환율에 민감한 자동차나 소재 업종 등은 환율이 하락하면 실적에 압박을 느낄 수 있다”며 “최근 현대차(005380)현대모비스(012330), 기아차등의 주가가 급락한 데는 실적 부진에 대한 실망감과 환율 하락, 보호무역주의 등의 우려감이 동시에 작용한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증권업계 전문가들은 약달러 기조가 장기화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올 2분기에는 환율을 뒤흔들 변수가 대부분 사라지기 때문이다.

그간 연준이 금리를 인상할 때마다 달러화 가치는 상승하는 모습을 보여왔는데, 2분기(5~6월) 안에는 추가적으로 금리 인상을 할 것으로 기대되는 만큼 달러화 가치 하락 압력은 제한적이다.

또, 미 재무부의 4월 환율보고서 발표 이후 신흥국에 대한 환율조작국 지정 위험이 경감될 수 있고 보호무역주의가 계속되면 미국 경기 회복과 무역적자 축소 등으로 달러화가 강세를 보일 수밖에 없다는 점도 약달러 기조가 장기화하는데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분석했다.

박형중 대신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주의가 강화하는 과정에서는 달러화 가치가 약세를 보일 수 있지만, 미국의 경기·통화정책의 방향과 보호무역주의가 야기하는 경제적 결과는 트럼프의 의도와는 반대로 달러화 강세 압력을 높이기 때문에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 하락이 장기화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