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당국 관계자는 2일 "환율이 경제가 아니라 정치에 휘둘리고 있다. 내일 트럼프가 어떤 말을 할지 누가 알 수 있겠느냐"면서 "향후 환율은 상당히 출렁거릴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의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 전망은 크게 엇갈린다. 크레디트 스위스는 지난 1일 '달러 강세'를 예상했다. 올해 1분기 달러당 1182원에서 4분기 1220원까지 꾸준히 올라갈 것으로 봤다. 같은 날 미즈호은행은 '달러 약세' 전망을 내놨다. 1분기(1180원)를 지나 2분기(1200원)에 조금 올랐다가 3분기(1180원), 4분기(1160원)엔 잇따라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2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미국 대선 이후 처음으로 1150원 아래로 떨어졌다.

달러 약세 전망은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주의를 근거로 들고 있다. 하이투자증권 박상현 투자전략팀장은 "미국이 해외로 나가려는 기업을 붙잡아둔 상태에서 달러 강세가 되면 수출 기업들이 타격을 받게 된다"며 "미국이 약(弱)달러를 위해 환율 조작국 지정 카드를 적절히 활용할 것"이라고 했다.

미국 기업의 수출을 늘리기 위한 인위적 약달러 정책은 장기간 지속되기 어렵다는 분석도 있다. KEB하나은행 외환파생영업부 서정훈 연구위원은 "수출이 늘면서 외화가 많이 들어오면 미국 내에 인플레이션이 생길 수 있고 이에 따라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를 올리면 달러 약세가 달러 강세로 뒤집힐 수 있다"고 했다.

원·달러 환율 급락은 미국의 금리 인상 속도가 그리 빠르지 않을 것이라는 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국 연준은 지난 1일(현지 시각)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어 기준금리를 현행(0.5~0.75%)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향후 금리 인상 일정에 대해서도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달러 강세가 주춤해졌다.

정부는 환율의 급격한 변동에 신경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6일 대외경제장관회의를 주재한 뒤 "환율 변동성이 너무 크다. 우리로서는 대응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말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