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남성 A씨는 작년 9월 한 P2P(개인 대 개인) 대출 업체를 통해 1100만원을 2년간 빌리기로 했다. 월 소득 400만원에 금융권 대출 금액도 없고 신용등급도 1등급이었지만, 싸게 돈을 빌릴 수 있는 시중은행 대신 금리가 더 높은 P2P 업체를 이용했다.

A씨처럼 고(高)신용자임에도 시중은행보다 금리가 높은 P2P 업체(개인 대 개인 대출)를 이용하는 대출자가 의외로 많다. SNS 보편화로 사람과의 직접 대면을 꺼리는 '히키코모리(은둔형 외톨이라는 뜻)'가 늘어나면서 대출도 100% 비대면으로 받는 방식을 선호하는 사람이 많아지는 것이다.

국내 대표 P2P 업체인 에잇퍼센트에 따르면, 이 회사에서 대출받는 사람 5명 중 1명은 고신용자였다. 전체 대출자의 17.3%가 신용등급 1~3등급이라는 분석이다. 통상 1~3등급인 고신용자의 경우 은행에서 3~4% 초반대의 금리로 신용 대출을 받을 수 있다. 반면 1~3등급이 P2P 업체에서 돈을 빌리면 연 7%대의 대출금리를 지불해야 한다.

금리가 배나 차이 나는데도, 일부 고신용자가 P2P 업체를 찾는 건 '비대면성' 영향이 크다고 업계는 분석한다. 카카오톡이나 페이스북처럼 사람을 직접 마주하지 않고 소통하는 방식에 익숙해지다 보니, 은행 창구에서 직접 은행원을 마주하고 대출을 받는 걸 부담스러워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최근 P2P 업체를 통해 600만원을 빌린 5년 차 직장인 B씨는 "내 신용등급이 얼마나 되는지 잘 모르다 보니 '은행을 갔을 때 대출을 거부당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에 P2P 업체를 찾았다"고 했다.

P2P 업체 대부분이 대출 상환 일정과 상환금 안내를 온라인으로 처리한다는 점도 '익명성'을 중시하는 대출자에겐 장점이다. 시중은행은 물론 캐피털 업체도 대출 상환 안내를 우편으로 보내는 경우가 많다 보니, 가족에게 대출 사실을 알리고 싶어하지 않은 이들이 부담스러워한다는 것이다. 별도로 시간을 내서 은행 지점을 방문하지 않아도 온라인상으로 대출을 받을 수 있는 '편의성'도 고신용자를 끌어들이는 유인 중 하나다. 에잇퍼센트 관계자는 "중도 상환 수수료가 없다는 점도 단기로 돈을 잠깐 빌리려는 고신용자에게 매력으로 꼽히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