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간편 결제 서비스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모바일 페이가 현금과 신용카드를 대체하면서 작년 3분기에 모바일 간편 결제 건수는 하루 평균 101만건, 하루 결제 금액은 295억원에 달했다. 2분기에 비해 무려 42%나 급증한 것이다. 2015년 하반기 국내에 본격적으로 서비스가 도입된 뒤 작년 9월까지 누적 이용 건수는 2억건을 웃돌 정도다. 모바일 페이는 온라인 쇼핑몰 결제는 물론이고 공과금 납부, 해외 송금, 멤버십 등으로 사용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이병태 카이스트 교수(경영학)는 30일 "모바일이 일상생활 속으로 침투하면서 간편 결제도 트렌드가 됐다"며 "모바일 결제 시장을 잡는 곳이 신용카드로 대변돼온 신용거래 시장을 장악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뱃돈부터 공과금까지

쇼핑몰이나 영화관 등에서 주로 쓰였던 모바일 간편 결제는 최근 들어 전기요금·아파트 관리비 등 각종 공과금과 세금 납부 등으로 영역을 확대해가고 있다. 카카오의 '카카오페이'는 카드 결제, 전기요금, 가스요금 납부에 이어 지난달 말부터 부산시 지방세 납부 서비스를 시작했다. 신세계의 'SSG페이'도 아파트 관리비 납부에 이어 서울시 지방세와 상·하수도 요금까지 서비스를 확대했다. 카카오 관계자는 "공과금 납부같이 소비자들이 정기적으로 내야 하는 서비스일수록 간편 결제에 대한 수요가 많다"면서 "카카오페이는 '알림톡'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공과금 납부 시점을 알려줘 소비자들이 잊어버릴 염려를 덜어준다"고 말했다. 이뿐만 아니라 국세청은 최근 공개한 올해 운영 방안에서 앞으로 지로 용지 없이 각종 세금 납부를 '카카오페이'와 같은 간편 결제로 할 수 있게 하겠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 신용카드로도 세금 납부가 저조한 현실을 감안하면 간편 결제 납부는 획기적인 변화"라면서 "간편 결제 시장이 비약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송금도 모바일 페이 업체들이 공을 들이는 분야다. 공인 인증 등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하는 인터넷 뱅킹보다 간편해 소액 송금을 중심으로 시장이 커지고 있다. 서비스 초기부터 송금 기능을 제공한 네이버는 설을 맞아 세뱃돈 송금 이벤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삼성전자의 '삼성페이'도 유료 해외 송금 서비스를 새로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다. 스마트폰으로 ATM(자동입출금기)을 이용하는 서비스도 삼성페이에서 SSG페이, 게임회사 NHN엔터테인먼트의 '페이코' 등으로 확산되고 있다.

쇼핑 결제를 위한 가맹점 확대 경쟁도 치열하다. 카카오는 지난 19일 카카오페이를 온라인 매장들이 쉽게 적용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 개발 정보'(API)를 공개했다. 삼성페이도 신세계그룹과 제휴를 맺고 지난달부터 모든 매장에서 쓸 수 있게 됐다. 페이코는 서울 경희대 등 대학 7곳에 페이코로 결제하면 할인 혜택을 주는 '페이코존'을 만들며 시장 확대에 나서고 있다.

삼성·네이버·카카오·신세계… 모바일 페이 시장 잡기 경쟁 치열

국내 모바일 페이 시장은 올해 하루 평균 거래 건수가 200만 건을 돌파하는 등 작년보다 2~3배 가까이 성장할 전망이다. 우리나라도 중국처럼 모바일페이가 신용카드를 위협하는 수준까지 클 것이란 예상이다. 중국은 작년 9월 모바일 페이의 거래액이 무려 4조1000억달러(약 4792조원)에 달했다.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네이버페이·삼성페이·카카오페이·페이코 등 4곳이 간편 결제 금액 1조원을 돌파했다. 여기에 신세계백화점·이마트 등 국내 최대 유통망을 등에 업고 최근 가입자 300만명을 모은 SSG페이가 급부상하고 있다. 이 업체들은 스마트폰(삼성페이), 포털(네이버페이), 메신저(카카오), 대형마트(신세계) 등 각자의 강점을 바탕으로 거래액과 거래 건수를 늘리고 있다. 이동통신·유통업체를 배경으로 한 페이나우(LG유플러스), T페이(SK텔레콤), 시럽페이(SK플래닛), 스마일페이(이베이코리아) 등도 사업 확대에 힘을 쏟고 있다. 올해는 구글, 애플 등 해외 기업의 국내 진출도 점쳐지고 있다. 정구민 국민대 교수(전자공학부)는 "중국은 신용카드를 건너뛰고 '알리페이' 같은 간편 결제로 바로 넘어갔다"며 "간편 결제가 노점상까지 파고든 중국 사례를 보면 국내도 간편 결제가 머지않아 주류 결제 수단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모바일 간편 결제(페이)

스마트폰에 미리 신용카드 정보 등을 저장해놓고 온라인 쇼핑몰이나 일반 상점에서 결제하는 서비스다. 예컨대 스마트폰에 삼성페이를 저장한 뒤, 일반 상점의 신용카드 단말기에 가져다 대면 신용카드처럼 결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