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시바(TOSHIBA)가 약 7000억 엔(약 7조1300억원) 규모의 해외 원전사업 손실을 메우기 위해 반도체 사업의 분사를 결정했다.

29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도시바는 전날 이사회 의결을 통해 주력제품 ‘메모리 반도체(낸드 플래시)’ 사업 분사를 발표했다. 도시바는 분사 후 신설회사 주식의 약 20%를 매각할 방침이다. 도시바는 이를 통해 2000억엔(약 2조500억원)의 자금을 조달해 해외 원전사업 손실을 만회한다는 계획이다.

일본 도시바 사옥에 부착된 로고의 모습

현재 도시바는 에너지 시스템&솔루션, 인프라 시스템&솔루션, 스토리지&디바이스 솔루션, 인더스트리얼 정보통신기술(ICT) 솔루션 등 4개 사업군을 보유하고 있다. 이 가운데 에너지 시스템&솔루션 부문이 지난해 미국 원자력 발전 사업을 벌이다 6조~7조원 규모의 손실을 입었다.

도시바는 원전 사업의 손실이 그룹 전체로 재무 위기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스토리지&디바이스 솔루션의 핵심인 메모리 반도체 사업을 분할해 일부 지분 매각으로 외부 자금을 수혈할 계획이다. 도시바는 분사한 메모리 반도체 신설회사의 기업공개(IPO) 가능성도 열어 두고 있다.

도시바는 2015년 회계조작이 드러나면서 위기를 맞은데 이어 작년 말 미국 원자력발전 사업에서의 손실 등 악재가 잇따라 불거지면서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이와 관련 도시바 시가 시게노리(志賀重範) 회장이 28일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시바는 미국 원자력 발전사업에서 발생한 손실액에 대해 오는 2월 14일 결산발표시 공개할 예정이다. 반도체 사업부문 분사는 3월 말 실시할 예정이다. 반도체 사업 분사시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사업도 포함할 것으로 알려졌다.

도시바의 반도체 사업은 2016년 3월말 회계연도 기준 매출 8조6000억원과 1조1000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도시바는 낸드(NAND·비휘발성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점유율 20%로 삼성전자(30%)에 이어 2위 업체다. 이 외에 샌디스크(19%), 마이크론(13%), SK하이닉스(10%), 인텔(6%) 등이 뒤를 잇고 있다.

현재 분할한 회사의 지분 인수 대상자로는 웨스턴디지털(WD), 일본정책투자은행(DBJ), 프라이빗에쿼티(PEF) 등이 꼽힌다. 또 칭화유니그룹을 비롯한 중국계 기업도 도시바 인수전에 뛰어들 수 있다. 다만 최근 샤프가 대만 훙하이그룹에 넘어간 이후 비판 여론이 커졌다는 점을 감안할 때 또 한번 일본 기업을 중국에 넘기는 결정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SK하이닉스도 잠재적 인수 후보군 중에 하나다. SK하이닉스는 최근 반도체 웨이퍼 회사인 LG실트론을 전격 인수했으며 추가 7조원 수준의 대규모 투자계획을 발표하는 등 반도체 사업에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SK하이닉스가 도시바 낸드 플래시 사업을 인수할 경우 적지 않은 시너지가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SK하이닉스는 2015년에도 일본 오이타현에 있는 도시바 이미지센서 공장을 인수하려고 시도했다. 하지만 SK하이닉스 경영진이 검토하는 사이 소니가 선수를 쳐 약 1800억원에 오이타 공장을 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SK하이닉스가 이번 도시바 지분 인수건은 속도를 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한편 SK하이닉스는 지난 26일 2016년 4분기 컨퍼런스콜에서 “도시바는 저희가 현재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그외에는 아무것도 결정된 바 없고 이뤄진 바도 없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