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창규 KT 회장이 사실상 연임에 성공했다.

KT CEO추천위원회는 26일 오전 회의를 열고 황 회장을 차기 회장 후보로 추천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황 회장은 3월 개최 예정인 주주총회에서 KT 회장으로 최종 선임될 전망이다. 최종 선임될 경우 황 회장의 임기는 2020년 3월 주주총회까지다.

황창규 KT 회장

KT CEO추천위원회는 “지난 16일과 26일 양일간 황 회장을 직접 면접했으며 논란이 됐던 최순실 게이트 문제와 임기 중 경영실적, 차기 임기기간 중 경영전략과 계획 등을 면밀히 검토했다”면서 “지난 3년간 황창규 회장이 이룬 경영혁신과 사업성과, 향후 3년간의 경영계획을 심도있게 검토한 결과 황 회장이 차기 CEO로 적합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 영업 이익 1조 시대 연 황 회장의 연임 도전 성공...최순실 사태 영향 못 미쳐

황 회장이 연임에 성공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실적이다.
황 회장 취임 후 KT(030200)는 2년 연속 '영업이익 1조 클럽' 달성이 유력한 상태다. KT가 1조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것은 2012년 이후 2016년이 처음이었다. KT는 2016년 2~3분기 연속 분기 영업이익 4000억원 달성했다. 이는 2011년 이후 5년 만이다.

2014년 말 한국신용평가와 한국기업평가는 KT의 신용등급 전망을 ‘AAA 부정적’에서 ‘AAA 안정적’으로 상향 조정했다. 국제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푸어스(S&P)도 신용등급 전망을 ‘A- Negative’에서 ‘A- Stable’로 상향 조정했다.

한때 황 회장이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에 연루되면서 연임이 어렵지 않겠냐는 시각이 적지 않았다. 지난해 말 차은택 전 창조경제추진단장이 박근혜 대통령을 앞세워 KT 임원 인사에 개입하고 자신이 소유한 광고업체에 68억원어치의 KT 일감을 몰아줬다는 검찰 조사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황 회장도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연임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

황 회장의 연임 도전이 공식화한 것은 지난 5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 열린 세계 최대 IT쇼 ‘CES 2017’에서였다. 불참을 예고하던 그가 CES 2017에 갑작스럽게 참석하면서 연임 도전에 나서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KT에 정통한 관계자는 “KT가 특검 수사 선상에 비켜 나 있는 등 어느 정도 연임에 대한 확신이 있었기 때문에 (황 회장이) 기자들이 몰리는 CES에 간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실제로 황 회장은 CES에서 만난 기자들에게 연임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혔다.

현재 KT의 최대주주는 10.34%의 지분을 보유한 국민연금공단이다. CEO추천위원회와 이사회가 주주의 선임으로 구성된다는 점을 봤을 때 차기 회장 선정에 국민연금공단의 입김이 작용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이동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그동안 정치권이 KT 회장 자리에 적지 않은 영향력을 행사해왔는데, 이번엔 대통령의 부재 등으로 정국이 요동치면서 황 회장의 연임이 정치권의 관심 밖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재계 관계자는 “KT도 역시 혼란스러운 정국의 영향을 받아 컨트럴 타워를 교체하기 보다는 기존 CEO의 연임을 통해 회사를 안정화시키고 싶었을 것”이라면서 “3월 주총 통과시 일단 황 회장의 임기가 2020년까지는 보장되겠지만, 향후 정권 교체 후 황 회장이 임기를 계속 유지할 수 있을 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조기 대선이 실시되고 상반기 차기 대통령이 나올 경우 인수위원회를 꾸릴 시간이 없어 기존 정부조직과 정부의 입김이 센 기업의 경영진을 최소 한 두달 정도는 그대로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황창규 KT 회장이 1월 2일 서울 광화문 KT스퀘어에서 열린 신년 결의식에 참가해 신년사를 낭독하고 있다.

◆ 황 회장이 만들 뉴 KT호… “지능형 네트워크 기반 플랫폼 회사”

황창규 회장이 사실상 연임에 성공함에 따라 KT가 기존 통신회사에서 지능형 네트워크 기반 플랫폼 회사로의 변신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세부적으로는 5세대(G) 이동통신과 인공지능(AI), 스마트 에너지 등 신사업에 힘을 쏟을 것으로 예상된다.

황 회장은 2015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2015에서 '5G, 미래를 앞당기다(5G and Beyond, Accelerating the Future)'를 주제로 5G가 만들어낼 미래상을 발표해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바 있다.

또 2015년 6월에는 황 회장이 세계 최초로 '기가 LTE'를 상용화해 유선(기가 인터넷)에 이어 무선에서도 ‘기가 시대’를 열었다. 기가 LTE는 이종주파수묶음기술(3CA) LTE와 기가 와이파이를 하나의 통신망으로 묶어 기존 롱텀에볼루션(LTE)보다 15배 빠르고, 3CA보다 4배 빠른 최대 1.17기가비트(Gbps)의 속도를 제공한다.

황 회장은 지난 2일 서울 광화문 KT스퀘어에서 신년 결의식을 열고 “KT의 목표는 1등 통신회사가 아니다”라며 “지능형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글로벌 시장을 주도하고 이용자를 이롭게 하는 ‘혁신기술 1등 기업’이 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황 회장은 “통신망이 인공지능(AI) 및 ICBM(사물인터넷, 클라우드컴퓨팅. 빅데이터, 모바일) 등과 융합하면서, 이용자의 삶을 더욱 안전하고 편리하게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KT는 지난 19일 AI 기반 플랫폼 확대를 위해 음성 및 영상인식 기반 AI 디바이스인 ‘기가 지니’를 출시했다.

황 회장은 미래사업으로 스마트 에너지에도 큰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KT는 2015년 12월에 에너지의 '생산-소비-거래'를 통합 관제할 수 있는 KT-MEG 센터를 열었다. 이곳에서는 신재생에너지(생산), 에너지효율화(소비), 전기자동차 충전, 수요자원 운영(거래) 등 에너지와 관련해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한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에너지 관리 사업에 AI와 빅데이터, 통신이 융합되면 그 시너지는 상상을 초월할 것”이라며 “KT가 공을 들이는 것이 에너지 관리사업이라기 보다는 사실상 AI에 기반한 데이터 플랫폼 사업이라고 봐야한다”고 말했다.

황 회장은 내달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규모 모바일 전시회 ‘MWC 2017’에서 기조연설에 나설 예정이어서 MWC가 ‘황창규 2기 뉴 KT호'의 향배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자리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