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과 얼음 위에서 펼쳐지는 동계올림픽은 '스피드의 향연'이다. 구불구불한 얼음 트랙 위에서 시속 120㎞ 이상으로 내달리는 봅슬레이(bobsleigh), 루지(luge), 스켈레톤(skeleton)은 동계올림픽의 대표적인 '초고속 종목'이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썰매 3종목'이 열릴 강원도 평창 '알펜시아 슬라이딩 센터'는 트랙 설치를 끝내고 현재 올림픽 운영에 필요한 부속 건물 건설과 조경 공사 등을 남겨놓고 있다. 전 세계에 올림픽 썰매 종목이 열릴 수 있는 경기장은 단 18곳뿐. 알펜시아 슬라이딩 센터는 세계 19번째 트랙이 된다. 올림픽 개막 연도를 기념해 총길이 2018m로 만들어지는 알펜시아 슬라이딩 센터는 스타트 지점과 도착지의 해발고도 차이가 약 120m로 세계 최대다. 그만큼 짜릿한 스피드를 즐길 수 있는데, 곡선 코스를 적절히 배치해 최고 속도가 시속 133.5㎞까지 나올 수 있게 설계됐다.

썰매 경기장은 한마디로 약 2㎞짜리 초대형 얼음 미끄럼틀을 만드는 것이다. 냉동 파이프를 촘촘히 깔고 그 위에 콘크리트를 덮어 트랙 모양을 만든다. 구들장 원리처럼 파이프에 냉매를 넣어 트랙 전체를 영하 15~20도로 만든 다음 물을 100여 차례 분사해 5~10㎝ 두께의 얼음 길을 만든다. 마지막으로 아이스메이커(제빙기술자)가 직접 대패를 사용해 원하는 각도로 얼음 트랙을 깎는다.

토목공사 기술 접목해 공사 기간 단축

알펜시아 슬라이딩 센터 건설에는 기존 썰매 경기장 건설 때 쓰지 않던 기술이 총동원됐다. 공기(工期)를 단축하기 위해서였다. 시공을 맡은 대림산업 관계자는 "부지 정리와 각종 인허가가 늦어지면서 적어도 30개월 이상 걸리는 공사를 올림픽 개막에 맞춰 1년 안에 끝내야 하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우선 대림산업은 냉동 파이프를 설치하는 기초 뼈대 제작 공정에 토목공사 현장에서 주로 사용하는 '레이저 커팅' 기술을 접목해 시간을 절약했다. 기존 썰매 경기장은 기다란 철봉을 아치 모양으로 구부린 뒤 파이프 거치용 고리를 일일이 용접했다. 그러나 대림산업은 레이저로 두꺼운 철판을 잘라 냉동 파이프를 걸 수 있는 톱니바퀴 모양의 '지그(jig·파이프를 걸칠 수 있는 거치대)'를 제작·설치했다. 고속도로 건설 공사에서 'H빔'을 자를 때 주로 쓰는 레이저 커팅 기술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얼음 트랙의 뼈대가 되는 수백 개의 지그를 불과 한 달 만에 만들어낼 수 있었다.

냉동 파이프를 길게 연결할 때는 배관 용접에 주로 쓰는 '자동용접기'를 사용했다. 커다란 빨래집게처럼 생긴 자동용접기에 파이프 양끝을 물리면 1600~6000도의 고온으로 이음매를 용접하는 방식이다. 자동용접기를 사용하면 파이프와 파이프를 연결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약 1분 30초에 불과하다. 사람이 직접 용접할 때보다 시간이 최대 10분의 1 정도로 줄어든다. 최태희 대림산업 알펜시아 슬라이딩센터 현장소장은 "용접 시간도 줄이고, 파이프 이음매 사이로 냉매가 새어나가는 위험도 원천 봉쇄했다"고 말했다.

42군데 곡선 주로의 비밀은 '느리고 강한 숏크리트'

알펜시아 슬라이딩 센터 트랙 공사에서 상하좌우 각도가 제각각인 42개 곡선 주로의 콘크리트 타설이 또 다른 난관이었다. 대림산업은 특허를 받은 '숏크리트(shotcrete)' 기술을 적용해 '강도'와 '곡선 성형(成形)'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숏크리트는 분무기로 물을 뿌리듯 압축 공기로 분사해 붙이는 콘크리트를 가리킨다. 숏크리트는 고(高)강도이면서 20~30초 정도면 건조되는 장점이 있다. 이 때문에 터널 등을 만들면서 단기간에 천장 부분을 고정해야 할 때 많이 쓰인다. 대림산업은 혼화제(混和劑·굳는 속도를 조절하는 화학약품) 비율 조정으로 약 4시간에 걸쳐 굳는 숏크리트를 알펜시아 슬라이딩 센터에 사용했다. 세차장에서 쓰는 고압 분사기처럼 생긴 장비로 숏크리트를 뿌린 다음 완전히 굳기 전에 원하는 각도로 곡선 트랙을 만든 것이다. 장민수 과장은 "굳는 속도를 조절해 쉽게 원하는 모양을 만들어냈을 뿐 아니라 기존 숏크리트보다 강도가 50% 이상 높은 고강도 재료를 사용했다"고 말했다. 알펜시아 슬라이딩 센터는 평창올림픽 개막에 앞서 2월 루지 월드컵, 3월 봅슬레이·스켈레톤 월드컵 등을 잇따라 개최해 트랙 상태를 계속 점검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