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류 가격이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연이어 인상되면서 관련 종목 주가에 호재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지만, 최근 주요 주류 종목은 부진함을 면치 못하는 흐름을 보였다.

증권사들도 주요 업체의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한 상태다. 업계 전문가들은 올해 6월 롯데칠성의 제 2공장 완공 이후 맥주 시장 변화가 기업의 실적과 주가 추이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서울 한 대형마트에서 소비자가 맥주를 고르고 있다.

◆ 연이은 가격 인상에도 주가 흐름 부진

지난해 11월 비상장사인 오비맥주가 카스, 프리미어OB 등 주요 제품의 출고가를 평균 6% 인상했다. 12월에는 하이트진로(000080)롯데칠성(005300)등 맥주 제품을 취급하는 상장 업체들이 맥주 제품 출고가를 평균 6.33% 올렸다. 소주는 하이트진로가 지난 2015년 11월 참이슬 가격을 올리면서 롯데주류, 무학(033920), 보해양조(000890)등도 함께 가격을 인상했다.

이어 지난 1월 10일 주류 가격은 또 한 번 인상됐다. 정부가 맥주와 소주의 빈병 보증금을 올리면서 빈병을 취급하는 편의점과 대형마트 등 유통업체들이 그 인상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빈병 보증금은 소주가 40원에서 100원으로, 맥주는 50원에서 130원으로 인상됐다. 소주 가격은 60~100원, 맥주 가격은 50~100원 올랐다.

당시 전문가들은 제품 가격 인상이 업체의 실적 개선을 이끌어 주가의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주요 주류 종목의 주가는 부진한 흐름을 면치 못한 모양새다.

하이트진로는 지난해 가격 인상 이슈가 언급되기 시작한 11월부터 12월 말까지 4% 이상 상승했지만, 이후 하락 반전해 1월 19일 기준 12월 최고 종가 대비 5.8% 이상 하락한 상태다. 롯데칠성도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11월 중반까지 4% 이상 올랐던 주가는 역시 하락세로 돌아선 뒤 19일 기준 11월 최고 종가 대비 12% 이상 빠졌다.

중소업체들의 주가는 혼조세를 보였다. 진로발효(018120)는 19일 기준 지난 11월에 비해 4% 이상 하락했다. 보해양조와 무학은 각각 2.8%, 1.3% 정도 올랐다.

◆ 목표주가 하향 조정 잇따라…롯데 ‘제 2공장’ 완공 뒤 주목

주요 주류 종목들에 대한 증권사들의 목표주가 하향 조정도 잇따르고 있다. 한국투자증권과 하나금융투자는 올해 들어 롯데칠성의 목표주가를 각각 250만원에서 225만원으로, 210만원에서 170만원으로 내렸다. KB증권도 롯데칠성 목표주가를 200만원에서 180만원으로 내렸다. 또 하나금융투자는 하이트진로의 목표주가도 3만1000원에서 2만6000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이경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소비침체 상황에서 판매촉진을 위한 마케팅비 부담이 커지는 점 등을 이유로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올해 2분기 이후 맥주 시장의 변화에 주목하고 있다. 롯데칠성이 지난해 말 준공한 롯데주류 제2공장을 올해 6월 완공하고 맥주 생산을 시작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롯데칠성의 연간 맥주 생산 능력(CAPA)은 기존 10만kl(킬로리터)에서 30만kl로 3배 가량 늘어난다.

심은주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하이트진로의 분명한 주가 상승을 위해서는 맥주 점유율 회복이 전제돼야 한다”며 “그러나 올해 2분기 말 롯데칠성의 제 2맥주 공장 완공으로 맥주 시장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애란 KB증권 연구원도 “양적 성장이 제한적인 주류산업 특성 상 점유율 변화와 가격 인상 요인은 중요한 포인트”라며 “국산 맥주 수요 위축, 수입 브랜드 고성장, 롯데칠성의 제2공장 완공 이후 경쟁 심화 가능성 등 영업환경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롯데칠성의 주가를 누르는 요인은 제2맥주공장에 대한 대규모 투자 부담, 6월 완공 이후 맥주 마케팅비 증가 우려 등”이라며 “다만, 이는 단기적 영향에 그칠 수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