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긴 밤이었습니다."

19일 아침 7시. 약 22시간 만에 서울 서초동 사무실로 돌아온 이재용 부회장이 밤샘 대기 중이던 최지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을 비롯한 미래전략실 팀장들에게 한 말이다. 전날 아침 9시 사무실을 출발한 그는 법원, 서울구치소 등을 거치며 '인생에서 가장 길고 힘든 하루'를 보냈다.

지난 18일 오전 10시 30분부터 시작된 이재용 부회장의 영장실질심사는 점심시간도 없이 오후 2시 10분까지 이어졌다. 곧바로 형사소송법에 따라 실질심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대기하느라 서울구치소로 갔지만 이미 점심시간은 지난 뒤였다. 오후 6시에 1식(食) 3 찬(饌)의 1440원짜리(한 끼당 예산) 저녁 식사가 나왔다. 긴장한 탓인지 이 부회장은 거의 식사를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치소에서 황갈색 수의로 갈아입고 고무신을 신은 이 부회장은 2평짜리 독방에서 12시간 이상 보내면서도 한숨도 자지 않았다고 한다. 교정 당국 관계자는 "구치소에서는 흉기와 같은 '위해(危害) 물품' 등을 지닐 수 있기 때문에 항문 검사를 포함한 간단한 신체검사를 한 뒤 수의로 갈아입는다"며 "이 부회장도 다른 사람들과 똑같은 절차를 거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애초 특검은 이 부회장이 특검 사무실에서 대기할 수 있도록 조치했지만 영장실질심사 담당 조의연 부장판사가 "특검 사무실은 형사소송법이 정하는 유치 장소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려우니 서울구치소에서 대기하라"고 결정 내렸다.

이 부회장이 머문 독방은 6.56㎡(1.9평) 크기로 접는 매트리스와 TV, 1인용 책상 겸 밥상, 세면대, 화장실 등이 갖춰져 있다. 법원에서 구속영장이 발부됐다면 이 부회장은 '최순실 게이트'의 주인공 최순실과 '구치소 동기'가 될 뻔했다. 또 다른 교정 당국 관계자는 "굳은 표정으로 들어온 이 부회장은 주로 서류 등을 들여다보고 무엇인가 곰곰이 생각하는 모습이었다"며 "밤을 꼬박 새웠다"고 전했다.

다음 날 아침 6시 10분 구치소에서 나온 이 부회장은 기다리던 삼성 관계자에게 흰 쇼핑백을 건네줬다. 여기에는 서류와 책 등이 들어 있었는데, 독방에는 책을 갖고 들어가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 법원에서 왔다 갔다 하는 내내 표정이 어두웠던 이 부회장은 구치소에서 나올 때 잠시 표정이 풀리기도 했다. '특검팀' '법원팀'으로 나뉘어 1박 2일 동안 이 부회장을 따라다닌 삼성그룹 홍보팀 임직원 10여 명도 밤새 서울구치소 앞에서 대기했다.

구치소에서 곧장 귀가할 것이란 예상과 달리 곧바로 서초 사옥으로 돌아온 이 부회장은 구내식당 밥으로 아침을 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관계자는 "'은둔의 경영자'였던 이건희 회장과 달리 의전을 신경 쓰지 않고 적극적으로 현안을 챙기는 '미국식 경영 스타일'이던 이 부회장이 이번 사건을 겪으면서 경영 방식에 어떤 변화를 보일지 주목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