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소형차의 무덤, 중국은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일본은 친환경차'.

본지가 지난해 한·중·일 '베스트 셀링 카' 유형을 분석한 결과다. 한국 소비자들은 경차나 중대형차에 집중했고, 소형차들엔 관심이 없었던 반면, 중국에선 지난해 SUV가 돌풍을 일으켰다. '경차 천국'으로 통하던 일본은 하이브리드·전기차가 강세를 보이면서 '친환경차 천국'으로 바뀌고 있었다.

한국, 경차 아니면 중대형

지난해 국내 자동차 시장 '10대 베스트 셀링 카' 중에서 판매량이 10만대가 넘는 차는 하나도 없었다. 2013년 이후 3년 만이다. 불황 여파로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하지만 경차는 달랐다. 상위 10위권에 포함된 경차인 기아차 '모닝'과 한국지엠 '스파크'의 지난해 총 판매량은 전년 대비 4% 정도 늘었다. 10대 베스트 셀링 카 중에서 중형차 이상 차종의 비중도 늘었다. 중형차는 현대차 '쏘나타'와 '싼타페', 기아차 '쏘렌토', 르노삼성 'SM6' 등 4종, 대형차는 현대차 '그랜저'와 기아차 '카니발' 2종이 포함돼 중형 이상 차종은 모두 6종으로 집계됐다. 2015년 5종에서 1종 늘었다.

반면 '10대 베스트 셀링 카' 중 소형차는 하나도 없다. 지난해 가장 많이 팔린 소형차인 현대차 '엑센트'는 30위권 밖이고 기아차 '프라이드'도 고전하고 있다. 김용근 자동차산업협회 회장은 "지난해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양극화 현상이 심해졌다"고 분석했다.

일본, 하이브리드차 1등… 친환경차 강세

지난해 일본 자동차 시장에서는 도요타의 하이브리드차 '프리우스'가 판매량 1위를 차지했다. 프리우스의 판매량은 2015년보다 95% 증가했다. 도요타의 하이브리드 해치백 '아쿠아'가 3위에 올랐으며 도요타 '시엔타'(5위)와 혼다 '피트'(7위)도 하이브리드 모델을 앞세워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9위에 오른 닛산 '노트'의 경우 지난해 11월 하이브리드 모델을 출시하면서 30년 만에 처음으로 월별 기준 자동차 판매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전통적으로 일본에서는 경차의 인기가 높았다. 하지만 '베스트 셀링 카 톱10'에서 경차의 비중은 최근 3년 새 계속 떨어지고 있다. 2014년에는 7개가 경차였지만 2015년에는 6개로 줄었고, 지난해에는 5개로 감소했다. 이에 대해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일본 정부가 2014년 경차에 대한 증세를 단행하면서 경차 인기가 조금씩 빠지기 시작했는데 지난해 터진 미쓰비시자동차의 연비 데이터 조작 스캔들로 경차 인기가 더 떨어졌다"고 말했다. '10대 베스트 셀링 카'에 중형차 이상급 차종은 하나도 없었다.

중국, SUV 급성장… 토종 브랜드 활약

지난해 중국에서는 2803만대 자동차가 팔려 역대 최대 판매량을 기록했다. 특히 SUV 판매가 전년 대비 45% 급증하면서 중국 자동차 시장 성장세를 이끌었다. 일반 승용차는 3%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 같은 흐름은 '10대 베스트 셀링 카' 목록에서도 나타난다. 지난해 중국에서 가장 많이 팔린 자동차 10종 가운데 4종이 SUV로 2년 전(1종)의 4배로 늘었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중국인들의 소득수준이 높아지면서 여가활동을 즐기는 시간이 늘어나 SUV 수요가 증가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토종 브랜드 판매도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10대 베스트 셀링' 제조업체로는 창청(長城)자동차광저우(廣州)자동차 2곳이 포함됐다. 2015년보다 한 곳이 더 늘어났다. 창청자동차가 내놓은 '하발 H6'과 광저우자동차의 '트럼프치 GS4' 모두 SUV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