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규모 490조원의 국내 최대 금융그룹을 이끌게 된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 내정자는 조직을 다독이는 소통능력이 뛰어난 덕장(德將)으로 평가받는다. 회식자리에 직원들과 사발주를 나누며 격의없이 어울리는 것으로 유명하다.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금융시장은 물론 일본까지 신한은행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넓혀나가는 광폭행보를 보이기도 했다. 뉴욕지점장을 거치며 국제적 감각을 갖춘 리더다.

영업부문에서는 서울 세종로지점과 경기도 분당지역에서 활약했고 본점 인사부와 기획부를 거치며 은행업무의 전반적 사안을 모두 꿰고 있다는 평가도 받는다. 조 내정자가 차기 신한금융의 수장에 오르면 글로벌 네트워크와 국내영업력 강화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는 동시에 신한금융 조직원들과의 단합도 크게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조용병 차기 신한금융지주 회장 내정자

신한사태 파벌싸움 완전히 극복하자…중립인사 조용병 선택한 사외이사들

1957년생인 조 내정자는 대전 출신으로 대전고와 고려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1984년 신한은행에 입행했고 2015년 3월 신한은행장으로 취임했다.

조 내정자의 선임은 ‘신한사태’의 상처를 완전히 극복하자는데 사외이사들의 의견이 모아진 결과로 읽힌다. 신한사태는 2010년 라응찬 전 신한회장과 신상훈 전 신한금융 사장 간에 벌어진 경영권 다툼이다. 결국 당시 라 전 회장과 신 전 사장이 동반사퇴하면서 일단락됐지만 7년여가 지난 지금도 신한금융 내부에선 상처가 아물지 않은 상태다.

당시 라 전 회장과 신 전 사장의 편으로 나눠졌던 주요 임원들과 달리 조 내정자는 중립적인 입장을 지켰다. 금융권 관계자는 “가장 막내급 부행장이었기에 가능했던 일이긴 하지만 결과적으로 조 내정자가 신한사태를 비껴갈 수 있었던 이유”라고 했다.

이상경 회장후보추천위원회 위원장(신한금융 사외이사·전 헌법재판소 재판관)은 최종 후보를 확정하기 위해 회추위 본회의 직전 기자들과 만나 “일단 과거에 한 번 아픔을 겪었기 때문에 안정적으로 승계절차가 이뤄지는 것이 바람직한 것으로 위원들끼리 의견을 모았다”고 말했다. 실제 사외이사들은 차기 회장 자리에 파벌싸움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웠던 조 내정자에 힘을 실어준 모습이다.

◆ 글로벌 금융위기 겪은 조용병 내정자…해외 네트워크 확대 속도낼 듯

조 내정자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발하기 직전인 2007년 뉴욕지점장으로 발령받아 금융위기의 파고를 겪었다. 이후 2009년 2월에는 은행 글로벌사업그룹 전무로 발탁됐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글로벌 금융시장에 대한 경험이 많기 때문에 은행장으로 취임해서도 글로벌 사업의 네트워크를 확대해 나가는 경영을 했다”고 설명했다.

조 행장이 취임한 2015년부터 현재까지 은행의 글로벌 지점은 16개국 72곳에서 20개국 150곳까지 늘었다.

특히 신한은행은 지난 2015년 8월에는 인도네시아 현지은행 뱅크메트로익스프레스(BME)를 인수하는 성과를 냈다. BME는 지난해 5월 BSI로 은행명을 바꿨다. 또 인도네시아 현지은행 CNB까지 인수해 BSI와 통합했다. 900억원 가량의 증자까지 추진해 인도네시아 금융시장에서 신한은행의 위치를 확고히했다.

신한은행에 따르면 신한은행의 수익 가운데 10%는 해외부문에서 발생하고 있다. 조 내정자가 글로벌 부문을 강화한 결과다.

금융권 관계자는 “조 내정자가 은행장으로서 동남아시아나 일본 등 글로벌 시장을 개척하는데 크게 역점을 뒀다”며 “이런 점이 신한금융 차기 회장으로서도 기대되는 부분”이라고 했다.

◆ 영업력과 소통능력도 탁월…사발주·스마트근무제 도입하기도

조 내정자는 ‘사발주’ 문화를 신한금융에 도입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냉면을 담는 쇠사발에 소주와 맥주를 섞은 사발주를 만들어 한모금씩 돌려먹으면서 회식을 하는 것은 직원들과 격의없이 지내는 조 내정자만의 방식이다. 은행 관계자는 “사발주라는 것을 처음 만들어 적용하면서 하나의 문화가 돼버렸다”고 했다.

스마트근무제 도입도 ‘직장은 구성원들의 행복한 일터가 돼야 한다’는 조 내정자의 철학을 담고 있다. 스마트근무제는 재택근무나 출퇴근시간 자율조정 등 직원들의 업무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들을 묶어 놓은 제도로 신한은행이 은행권 최초로 도입했다.

은행 관계자는 “처음에는 신청하기가 눈치가 보였지만 지금은 전 은행 차원에서 스마트근무를 독려하고 있어 쉽게 이 제도를 이용하고 있다”며 “업무 효율성이 높아지는 것을 체감한다”고 했다.

조 내정자가 이렇게 직원들의 효율적 업무환경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만큼 앞으로 신한금융 전 계열사가 이런 조직문화를 확산해나갈 가능성이 높아졌다.

하지만 업무환경이 좋아지는 만큼 영업성과에 대한 엄정한 평가도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조 내정자는 서울 세종로지점장 재직 당시 은행 성과평가에서 전국 1위를 할 정도로 뛰어난 영업맨이다. 또 경기도 분당 미금동지점장으로 일할 때는 인근 토지보상 이슈가 걸려있던 지역의 영업을 따내면서 발군의 영업력을 보여주기도 했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본인이 영업을 잘해낸 사람이기 때문에 성과에 대한 평가와 보상을 가장 중요한 인사의 기준으로 삼는 스타일”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