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들은 19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특검의 구속영장 청구가 기각됐다는 소식을 앞다퉈 속보로 전했다. 주요 외신들은 한국 법원이 이 부회장을 구속할 이유나 필요성을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로이터는 "삼성이 총수 구속이라는 최악의 사태를 면했다"고 전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3일 오전 서울 대치동 특검 사무실을 나서며 차에 오르고 있다.

외신은 법원의 영장 기각을 계기로 특검팀의 수사 동력이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니혼게이자이는 "특검이 수사 전략을 재검토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특검이 제기한 의혹이나 혐의들을 입증하기 어렵게 됐다"고 보도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삼성 외에 특검이 대가성을 지닌 뇌물공여 혐의를 두고 있는 롯데, SK, CJ 등 다른 대기업의 혐의 입증도 어렵게 됐다"고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한국의 정계와 재계를 뒤흔든 부패 스캔들이 반전을 맞이했다"며 "특검의 수사에 찬물을 끼얹었다"고 보도했다. 워싱턴포스트는 "특검에는 충격적인 결정"이라고 했다.

블룸버그는 이번 결정이 이 부회장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내다봤다. 블룸버그는 미국의 한국경제연구소 연구책임자 트로이 스탕가론의 말을 인용해 "특검이 법원에 제출한 증거 가운데 결정적인 게 없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며 "이 시점에서 이 부회장이 앞으로 승계작업을 진행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외신들은 이 부회장과 삼성을 둘러싼 혐의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는 점도 강조했다. 외신들은 2015년 7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으로 이 부회장이 삼성그룹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했다는 점에 주목하며 이 과정에서 삼성이 ‘비선실세’ 최순실씨에게 건넨 돈의 배경을 자세하게 보도했다. 니혼게이자이는 "법원이 이 부회장을 구속할 필요성을 찾지 못했을 뿐 수사가 불필요하다는 뜻을 내비친 것은 아니기 때문에 불구속 기소를 계속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워싱턴포스트는 "한국에서 삼성과 같은 재벌들이 이전부터 사법부의 관대한 판결의 수혜를 봐왔다"며 "뇌물과 부패는 한국 재계의 전형(hallmark)"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삼성이 맞이할 한국 대중의 '분노'와 '반발'도 감당해야 할 부분이라고 했다. 뉴욕타임스는 "삼성이 실리콘밸리 스타일 기업을 추구하면서도 경영 체제는 중세 왕조 스타일로 유지했다는 것을 주주와 파트너들은 납득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서울중앙지법 조의연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19일 오전 4시 53분 “뇌물 혐의 요건이 되는 대가 관계와 부정한 청탁 등에 대한 현재까지 소명 정도, 각종 지원 경위에 관한 구체적 사실관계와 법률적 평가를 둘러싼 다툼의 여지 등에 비춰볼 때 현 단계에서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이로써 삼성그룹은 총수 오너가 구속되는 초유의 사태를 피하게 됐다.

앞서 박영수 특검팀은 지난 16일 이재용 부회장에 대해 뇌물공여,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법상 횡령, 국회에서의 증언·감정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를 내세워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검은 삼성이 국민연금의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찬성 등 그룹 핵심 현안인 경영승계와 관련해 정부의 지원을 바라고 최씨 측을 지원한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