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서울 광화문 KT스퀘어에서 마케팅을 총괄하는 임헌문(오른쪽) KT 사장이 셋톱박스에 음성 인식 인공지능을 결합한 ‘기가 지니’를 모델과 선보이고 있다. ‘기가 지니’는 TV·공기청정기와 같은 가전제품을 관리할 수 있고, 배달 주문·음악 재생 같은 비서 기능도 수행한다.

음성 인식 인공지능(AI)과 TV가 만났다.

KT는 17일 서울 광화문 KT스퀘어에서 세계 최초 인공지능 TV ‘기가(GIGA) 지니’의 공개 시연회를 열었다. 기존의 음성 인식 인공지능 스피커가 귀로 듣는 서비스 위주였다면 ‘기가 지니’는 인터넷TV(IPTV) 방송을 수신하는 셋톱박스에 내장됐기 때문에 TV를 통해 귀뿐 아니라 눈으로 즐길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KT마케팅을 총괄하는 임헌문 사장은 “각 가정의 거실에선 여전히 TV가 중심인 만큼 KT의 첫 번째 인공지능 기기를 TV와 연동되는 셋톱박스로 준비했다”며 “이를 기반으로 계속 차별화된 인공지능 서비스를 내놓겠다”고 말했다.

◇TV 연동 통한 시청각 서비스 제공

‘기가 지니’는 기본적으로 음성 인식을 기반으로 한다. 가령 TV로 뉴스를 보다가 “지니야, 스포츠 채널 틀어줘”라고 말하면 채널을 바꿔준다. 기가 지니를 통해 인터넷TV의 다시보기(VOD) 서비스 연결도 가능하다. 드라마 ‘도깨비’를 보고 싶다면 “지니야, 도깨비 틀어줘”라고 말하면 된다. 배달 주문·택시 호출과 같은 홈 비서 기능도 있다. “지니야, 치킨 먹고 싶어”라고 말하면 위치정보에 기반해 집 주변에 배달이 가능한 치킨 전문점 리스트를 TV를 통해 보여주고 원하는 가게로 전화를 연결한다. 호출어는 “지니야”뿐 아니라 “기가 지니” “친구야” “자기야” 중에서 선택할 수 있다.

‘기가 지니’는 도어록, 홈캠, 공기청정기, 가스밸브, 스마트 플러그 등 11가지 가정용 사물인터넷 기기를 소비자의 음성으로 제어할 수 있는 허브 역할도 한다. KT 뮤직의 스트리밍 음악 서비스 ‘지니뮤직’과 연동돼 있어 듣고 싶은 곡명과 가수 이름을 말하면 해당 음악을 들려준다. KT는 고품질의 음원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세계적인 오디오 업체 ‘하만카돈’의 스피커를 셋톱박스에 장착했다. TV와 연동시키지 않을 땐 인공지능 스피커로도 사용이 가능하다. 백규태 KT 융합기술원 서비스연구소장은 “자체 개발한 음성 인식 기술에 최근 전 세계적으로 각광 받고 있는 딥러닝(기계 학습) 기법을 도입했다”며 “음성 인식률이 95%까지 올라간 상태”라고 말했다.

◇5년 후 세계 시장 55조 규모…국내 기업들 선점 경쟁 나서

글로벌 인공지능 시장은 오는 2020년 470억달러(약 55조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시장조사 기관인 IDC는 최근 발간한 연구 보고서에서 “전 세계 인공지능 시스템 시장은 지난해 80억달러(약 9조3000억원)에서 2020년까지 5년간 연평균 55.1%의 성장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때문에 국내에서도 IT(정보기술) 기업뿐 아니라 통신업체들도 이 분야에 적극 뛰어들고 있다.

SK텔레콤이 지난 9월 국내 최초로 출시했던 인공지능 스피커 ‘누구(NUGU)’는 최근 누적 판매량이 4만 대를 넘었다. 출시 당시에는 음악 재생, 날씨정보 검색 등 5가지 기능만 가능했지만, 최근 업그레이드를 통해 내비게이션 서비스와 라디오 재생 등 다양한 기능이 추가됐다. LG유플러스도 올 상반기 인공지능 서비스 출시를 준비 중이다.

삼성전자는 올 초 미국에서 열린 세계 최대 IT 전시회 ‘CES 2017’에서 스마트 냉장고 패밀리허브에 음성 인식 인공지능 기능을 추가한 ‘패밀리허브 2.0’을 발표했다. 두 손으로 요리하면서 음성으로 식재료 주문, 음악 감상과 뉴스 검색이 가능하다. LG전자는 CES에서 가정용 인공지능 로봇 ‘허브’를 공개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로봇에게 음성 명령을 내리면 가정 내 TV·에어컨과 같은 가전제품을 제어할 수 있다. 로봇이 사물인터넷 기기 작동을 담당하는 가정 내 ‘집사’ 역할을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