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반도체 핵심 인력이 포진한 곳
"IoT MCU로 미래 10년 준비"

벼랑 끝에 선 한국 팹리스(반도체 제조 공정 중 하드웨어 소자의 설계와 판매만을 전문으로 하는 회사) 업체 중에서 사실상 거의 유일하게 매년 성장세를 구가하며 글로벌 반도체 공룡들과 경쟁하는 기업이 있다. 지난 2006년 설립된 이후 10년여간 승승장구하고 있는 어보브반도체(102120)가 그 주인공이다.

가전, TV, 스마트폰 등 전자기기의 두뇌격인 마이크로컨트롤러유닛(MCU)을 생산하는 한국 기업은 손에 꼽을 정도다. 더군다나 직접 MCU를 설계해 국내 기업뿐만 아니라 해외 글로벌 기업에게 납품하는 기업은 어보브반도체를 포함해 국내에 2~3개 정도뿐이다. 어보브반도체는 한국산 MCU의 명맥을 잇는 몇 안되는 기업중 하나인 셈이다.

최은호 어보브반도체 경영지원팀 부장은 "회사의 설립은 2006년이지만 전신(前身)이나 다름없는 LG반도체 시절을 감안하면 MCU 분야에서 20년 넘는 노하우를 보유한 회사"라며 "중소형, 대형 가전제품과 모바일용 MCU 등 다양한 제품군을 설계해 제조, 납품할 수 있는 국내 반도체 회사는 어보브반도체가 사실상 유일하다"고 설명했다.

어보브반도체 본사 전경.

◆LG반도체 명맥 이어 MCU 분야서 승승장구…“연매출 1000억원 돌파 유력”

어보브반도체는 지난 2006년 설립됐지만 사실상 1995년 창립한 LG반도체를 뿌리로 하고 있다. LG반도체에서 1999년 현대전자 시스템IC 사업부, 2001년 하이닉스의 시스템IC 사업부에서 2004년 매그나칩으로, 이후 2006년에는 매그나칩에서 분사해 어보브반도체로 독립했다. 현재 회사를 이끌고 있는 최원 대표, 최재하 개발본부장 등 주요 경영진과 개발담당 임원 역시 LG반도체 시절부터 20년 넘게 시스템 반도체를 연구해온 장인(匠人)들이다.

어보브반도체는 MCU개발 전문회사로 주요 매출품목은 리모콘, 소형·대형 가전제품, 스마트폰 등에 탑재되는 MCU이다. MCU는 비메모리반도체로 컴퓨터의 중앙처리장치(CPU)와 마찬가지로 특정 시스템을제어하기 위한 전용 프로세서를 말한다. 제어목적에 따라 종류가 천차만별인 MCU칩은 메모리, 소프트웨어, 연산장치인 CPU, 입출력 제어장치 등으로 구성된 프로세서로 조명이나 디스플레이를 제어하는 저전력 칩부터, 중소형 가전제품 및 대형 가전 제품의 메인 콘트롤러 기능을 하는 고성능 칩까지 다양하다.

어보브반도체의 강점은 다양한 MCU 분야에서 고루 포트폴리오를 갖추고 있다는 점이다. 어보브반도체의 제품 라인업은 리모컨, 중소형가전, TV, 세탁기, 냉장고, 스마트폰 충전기 등 400여 개에 달한다. 특히 리모컨과 베터리 충전기 분야에서는 시장을 독차지하다시피 하고 있으며 대형 가전에 탑재되는 고성능 32비트 MCU 매출도 지속적으로 커지고 있다.

국내 반도체 업계의 한 관계자는 "가전, 스마트폰 등에 탑재되는 스탠다드(범용) MCU 제품의 경우 지난 수십년 동안 르네사스,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프리스케일, 도시바 등 해외 기업들이 시장의 대부분을 독식해왔다"며 "국내 기업들도 MCU 분야에 도전해왔지만 현재까지도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사례는 흔치 않고, 어보브반도체처럼 매년 실적이 급상승하는 기업은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어보브반도체 R&D 시설 내부 전경.

실제 어보브반도체는 설립 첫해부터 현재까지 10년 연속으로 매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2006년 275억원 수준이었던 매출액은 2010년에 500억원 돌파한 데 이어 2013년에 883억원을 기록했다. 최근 증권가에서는 이 회사의 지난해 매출액이 1000억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익 규모 역시 설립 첫해 58억원 수준이었던 매출총이익이 지난 2015년에는 226억원으로 4배 가까이 증가했다.

이같은 성공 가도의 배경에는 민첩한 MCU 사업 전략과 LG반도체 시절부터 이어져온 오랜 노하우, 연구개발(R&D) 역량이 자리잡고 있다. 특히 지난해 어보브반도체는 수년간 주력 매출원이었던 8비트 MCU에서 32비트 MCU 비중을 늘려 대형 가전, TV 등 갈수록 고사양화 하는 전자제품 트렌드에 보조를 맞췄다. 또 매출의 약 40%를 차지하는 중국 시장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미국, 일본 등지의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 국내 팹리스 업체 절반 이상이 적자로 전환하는 상황에서도 성장세를 유지한 원동력이기도 하다.

◆다음 10년 준비하는 어보브반도체…“IoT용 MCU에 R&D 집중”

"MCU칩은 전자제품을 제어하는 기능을 하기 때문에 IoT 환경이 도래할 경우 전자기기들간의 연결을 위한 고사양의 MCU가 필요하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여기에 새로운 MCU의 수요가 있는 것이죠."

이희연 어보브반도체 전략기획팀 이사의 말이다. 소형, 대형 가전제품에 탑재되는 MCU로 시작해 설립 10년만에 연 매출 1000억원 돌파를 넘보고 있는 어보브반도체의 다음 10년은 바로 IoT에 달려 있다는 뜻이다.

이를 위해 어보브반도체는 전체 인력의 50% 수준인 R&D 인력 중 20~30%를 모두 IoT용 MCU 연구개발에 집중 투입했다. 매출에서 R&D 비용이 차지하는 비중 역시 매년 13~14%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현재 어보브반도체가 집중적으로 개발하고 있는 분야는 IoT 구현의 핵심 솔루션 중 하나인 초절전 블루투스 BLE(Bluetooth low Energy) 기술이다. 현재 어보브반도체는 SK텔레콤 등과 함께 비콘(Beacon: 블루투스 근거리 무선통신장치)에 응용가능한 IoT MCU 칩을 개발 중이다. 개발과 양산이 성공적으로 완료될 경우 각종 소매상점, 사무실, 병원, 호텔 등의 위치 정보 서비스뿐만 아니라 LED 조명, 스마트 도어락 등 스마트홈 분야에도 확대 가능한 유망 기술이다.

최은호 부장은 “IoT 시대와 함께 전자기기에 들어가는 칩의 메모리가 커지고 통신채널이 증가하는 건 불가피한 일”이라며 “통신 기능과 연계되는 MCU 칩이 모두 바뀌어야 하고 사양도 높아져야 하기 때문에 신규, 교체 수요가 지속적으로 커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어 “블루투스 비콘용 칩뿐만 아니라 다양한 기기에 고루 쓰일 수 있는 범용 MCU를 비롯해 저사양, 고사양 등 다양한 IoT용 제품군을 보유하기 위해 역량을 집중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원 어보브반도체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