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노선을 아무리 잘 갖추고 있어도 지하철과는 차이가 크죠. 경전철 뚫리고 나면 강북도 재평가를 받을 날이 곧 올 겁니다.”

한강 북쪽 지역에서도 저평가된 곳으로 꼽히는 서울 강북권이 다시 조명을 받고 있다. 서울 1호 경전철인 ‘우이~신설선’이 올해 7월 개통을 앞두고 막바지 공사가 진행되면서 이 일대에 거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 강북구 미아동 일대 우이~신설선 공사현장.

우이~신설선은 서울 동대문구 일부와 성북구, 강북구를 지나는 총 연장 11.4㎞의 경전철 노선. 이 일대는 그동안 특별한 호재가 없어 재개발이 끝난 일부 뉴타운 지역을 제외하면 낡은 주택이 다수고, 상권도 거의 형성이 안 된 곳인데, 경전철 개통을 계기로 지역 활성화가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 올해 7월 개통 앞두고 공사 박차

우이~신설선은 포스코건설 등 10곳이 컨소시엄을 만들어 2003년 6월 서울시에 제안, 추진돼 온 민간투자 사업이다. 2009년 4월 실시협약을 체결하고 그 해 9월부터 착공했다. 서울 시내 첫 경전철 노선이다.

총 13개 역 중 신설동역(1·2호선)과 보문역(6호선), 성신여대역(4호선)을 통해 서울 지하철로 환승할 수 있으며 10개 역이 새로 생길 예정이다. 신설되는 역 이름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시는 서울시 지명위원회 심의를 거쳐 이르면 다음달까지 역명을 확정할 예정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주변 대학이나 사찰 등으로부터 역명 신청을 받았고 이달 중 지명위원회가 열릴 것”이라면서 “심의 과정에서 이견이나 보완사항이 없으면 다음달 중에는 역명이 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우이~신설선은 지난해 8월 사업이 한 달 가까이 중단되기도 했다. 민간 사업자가 경전철 개통 이후 손실이 예상되자 자금 조달과 관련해 서울시에 보증 등을 요구했지만, 시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공사가 한 달 가까이 중단됐었다. 양 측이 협의한 끝에 공사는 재개됐다. 이달 기준 공정률은 90% 수준으로 마무리 단계다.

◆ 미아동 일대 ‘교통난’ 숨통 트일듯

대단지 아파트가 밀집한 서울 강북구 미아동 일대.

우이~신설선의 주된 수혜지로는 뉴타운 재개발로 아파트가 밀집한 강북구 미아동 일대가 꼽힌다. ‘SK북한산시티’와 ‘두산위브트레지움’, ‘벽산라이브파크’ 등 약 7000가구에 이르는 대단지 아파트가 밀집해 있지만, 그동안 시내로 나가려면 버스를 타고 나가 지하철로 환승해야 한다는 한계가 있었다.

서울 다른 지역과 비교하면 아직도 가격이 저렴한 편이라 교통이 다소 불편해도 실수요자들이 꾸준히 찾는 지역이다.

지난해 하반기 부동산 대책이 잇따르면서 이 지역도 서울 타 지역과 마찬가지로 거래가 뜸해지긴 했지만, 호가가 크게 떨어지지는 않았다. 이 지역에서 가장 새 아파트인 ‘두산위브트레지움’(2011년 입주) 전용면적 84㎡의 경우 4억9000만~5억원 초반을 호가하고, ‘SK북한산시티’ 전용면적 84㎡는 3억9000만~4억2000만원선에서 매물이 나오고 있다. 일부 가구가 작년 하반기보다 500만원 정도가 낮아진 것을 제외하면 시세에 큰 변동이 없다.

미아동 삼성공인 최옥화 대표는 “실수요자들이 선호하는 편이고, 교통여건이 더 좋아질 것이란 기대가 있어 가격이 무너지지 않고 버티고 있다”면서 “경전철은 버스나 택시보다 정시성이 크게 보장되기 때문에 주민들의 출퇴근 편의성도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주민 오정현(38) 씨는 “공사가 진행되면서 도로 일부를 막아놓은 데다 버스와 자동차 통행량이 많아 출퇴근 시간이면 늘 막혔는데, 경전철이 개통되면 이런 점이 해결돼 시내 나가기가 훨씬 수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 노후주택 재정비도 속도…상권 형성 조짐도

낙후된 서울 강북권의 재정비도 기대된다. 낡은 단독주택이 밀집해 있는 성북구 정릉동 일대 20만3965㎡를 1417가구로 재개발할 예정인 정릉골 재개발 사업도 그중 하나다. 이 구역은 지난 2012년 재개발 지구로 지정된 이후 주민들의 의견이 모이지 않아 사업이 지지부진했으나, 최근 주민 동의율이 77%에 도달하면서 오는 21일 조합설립 총회를 열기로 했다.

정릉동 정릉타운공인 이기동 대표는 “사업 진행 여부에 의문을 가진 집주인들이 많았는데, 우이~신설선 공사가 순조롭게 진행돼 앞으로 교통 여건이 좋아질 것이란 기대가 커지면서 지난 몇 달간 동의서가 빠르게 모였다”면서 “경전철이 지나가는 다른 지역의 재정비도 예전보다 속도를 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이~신설선이 통과하는 지역은 상권이라고 부를 만한 곳이 마땅히 없는데, 경전철 신설을 계기로 국지적으로 상권이 형성될 가능성도 커졌다. 국민대와 서경대 등 두 개 대학이 있는 성북구 정릉동의 경우 역 주변을 중심으로 소규모 대학가가 형성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정릉동 M공인 박모 사장은 “서경대 정문에서 경전철역까지 내려오는 길목과 대로변은 과거 시장을 중심으로 상권이 생겼다가 최근엔 침체됐는데, 우이~신설선 개통을 계기로 활기를 되찾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면서 “대로변 상가건물이 최근 3.3㎡당 3000만원이 넘는 가격에 팔렸고, 이면부 상가도 2년 만에 20%가 넘게 오른 3.3㎡당 2000만~2500만원을 호가한다”고 말했다.

우이~신설선이 통과하는 서울 강북구 수유동 일대 대로변.

강북구 수유동 지역도 경전철역을 중심으로 상권이 만들어질 가능성이 보인다. 그동안 영세한 소규모 가게가 주로 있었던 곳인데, 최근 1~2년간 프랜차이즈 카페나 음식점 등이 자리를 잡으면서 임대료도 조금씩 올랐다. 전용면적 33㎡ 내외 대로변 점포의 경우 보증금 2000만~3000만원에 월 임대료는 100만원 전후다. 2년 전보다 15~20% 이상 오른 것이다.

수유동에서 음료전문점을 하는 최은미(40) 사장은 “임대료가 저렴해 5개월 전에 가게를 열었다”면서 “경전철역이 바로 앞이라 개통되면 유동인구가 많아져 손님도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