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게이트’를 수사 중인 특별검사팀이 지난 16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등 수사 강도를 높이면서 재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특히 특검은 미르, K스포츠 재단 출연금을 뇌물로 규정하고 있어 이들 재단에 출연한 기업들이 전전긍긍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권오준 포스코 회장의 연임 여부를 결정할 포스코 최고경영자(CEO) 후보추천위원회의 고민도 깊어질 수밖에 없다는 해석이 나온다. 포스코는 미르재단 30억원, K스포츠재단 19억원 등 총 49억원을 출연했다. 또 권 회장은 비선실세 최순실씨 측이 포스코 광고 계열사 포레카를 강탈하려고 시도했을 때 개입했다는 의심도 받고 있다.

지난해 11월 검찰 조사를 위해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도착한 권오준 포스코 회장.

현재 포스코 CEO 후보추천위는 지난해 12월 연임 도전 의사를 밝힌 권 회장에 대한 자격 심사를 진행 중이다. 이명우 CEO 후보추천위 의장(동원산업 사장)은 오는 25일 포스코 이사회 전까지 권 회장 연임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의장은 지난 4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권 회장의) 연루 의혹이 있고, 문제가 있으면 (연임이) 안 되는 것”이라면서도 “아무 것도 확인된 것이 없고, 리스크(위험)가 될 수 있는 부분은 위원들이 충분히 점검하고 있다”고 했다.

포스코 내부 관계자는 “CEO 후보추천위가 권 회장에 대한 의혹이 정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연임을 결정했다가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는 점을 고려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CEO 후보추천위를 구성하고 있는 선우영 법무법인 세아 대표변호사 등 포스코 사외이사들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특검의 구속영장 청구가 권 회장 연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선 함구하고 있다.

CEO 후보추천위는 권 회장의 연임 여부를 우선 결정한다. 후보추천위가 권 회장의 연임이 불가하다고 판단하면 포스코는 회장 후보를 선정할 자문단을 구성하게 된다. 자문단이 후보를 추천하면 CEO 후보추천위가 다시 이들에 대한 자격 심사를 통해 1명을 최종 후보로 선정한다. 이후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 선임 과정을 거친 뒤 이사회에서 대표이사 회장으로 선임하는 절차가 진행된다.

권 회장은 연임 결정을 앞두고 최대한 몸을 낮추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10일 철강협회 신년인사회에서는 기자들의 질문 공세에도 입을 열지 않고 황급히 자리를 떴다. 권 회장이 취임 이후 매년 참석했던 포스코의 연간 실적 및 전망 기업설명회는 컨퍼런스콜 형식으로 대체된다. 포스코 관계자는 “비용절감 차원이다"라고 말했지만 권 회장의 언론 노출을 최대한 피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권 회장은 2014년 3월 포스코 회장에 취임한 이후 구조조정을 대체로 성공적으로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포스코 별도 부채비율을 사상 최저치인 16.9%로 끌어내렸다. 권 회장은 현재까지 포스코가 세운 구조조정 목표 149건 중 98건을 마무리했다. 포스코는 구조조정을 통해 부실 법인을 털어내고, 철강 부문 실적 개선을 이끈 결과 지난해 3분기에는 4년 만에 분기 영업이익 1조원을 회복했다.

재계 관계자는 “‘최순실 게이트’로 재계가 몸살을 앓고 있다"며 “기업들이 정상적인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빠른 시일내 게이트 여파에서 벗어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