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미래·KB 등 빅3 자산운용사들이 글로벌 자산배분펀드 시장을 두고 진검승부에 나선다. 글로벌 자산배분 펀드란, 주식·채권 등 전통적인 금융 자산뿐만 아니라 부동산이나 원자재 등 틈새 자산에도 투자하고 시장 상황에 따라 현금 비중도 조절해서 연 4~5% 수익을 추구하는 상품을 말한다. 우리보다 앞서 고령화를 겪고 있는 선진국에선 꾸준히 팔려나가는 베스트셀러 상품이다.

서준혁 신한금융투자 펀드팀장은 "현재 국내 펀드시장에는 연금펀드 위주의 노후 자금이 유입되면서 위험을 회피하려는 성향이 강해지고 있다"면서 "올해는 자산시장 전망이 불확실해서 싱글에셋(한 자산)에만 올인하면 위험하기 때문에 여러 국가와 자산에 골고루 섞어 투자하는 상품이 대세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운용업계, 연금성 자금 놓고 불꽃경쟁

지난해 국내 운용사들은 국내외 주식형 펀드에서만 9조원 넘는 돈이 빠져나가면서 몸살을 앓았다. 펀드시장 침체로 고전하던 운용사들이 주목한 것은 '연금성 자금'이다. 연금성 자금은 개인들이 노후에 대비하려고 연금저축펀드나 IRP(개인형 퇴직연금)에 불입하는 돈을 말한다. 연금저축펀드나 IRP에 한 번 넣은 돈은 좀처럼 빠져나가지 않기 때문에 운용사 입장에선 꼭 잡아야 하는 손님이다. 연금저축펀드나 IRP는 계좌처럼 운용되기 때문에 개인들은 자유롭게 상품을 고르거나 갈아탈 수 있다.

삼성운용의 '삼성글로벌선진국펀드'는 미국·유럽·일본·영국 등 글로벌 선진국 23개국에 있는 총 3200종목이 투자 대상이다. 나라별 투자 비중은 미국이 60%로 가장 높은데, 미국 증시가 호조를 보이면서 최근 1년 수익률은 10%가 넘는다. 이진아 삼성운용 시스템전략팀장은 "지금까진 대다수 투자자가 한 국가, 한 자산만 집중 투자해서 만족할 만한 수익률을 올리지 못한 측면이 있었다"면서 "글로벌 경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선진국에 분산 투자하면 단일 국가 투자 위험을 피하면서도 글로벌 주식시장의 성장 수혜를 누릴 수 있다"고 말했다.

미래에셋운용의 '다양한 자산기회 포착펀드'는 전 세계가 투자 대상이다. 수수료가 저렴한 상장지수펀드(ETF)를 활용한다는 것이 특징인데, 최근 1년간 수익률은 12.8%로 국내 코스피 지수 상승률(10.53%)보다 높다. 신흥국 주식과 국채 비중이 46%로 높은 편이다.

KB운용이 올해 대표 펀드로 밀고 있는 'KB글로벌주식솔루션펀드'도 ETF로 해외 주식에 골고루 분산 투자한다. 6개월 수익률은 6% 선으로, 국내 주식형 펀드(1.4%)를 웃돈다.

중소형 운용사들도 자산배분형 펀드를 간판 상품으로 내놓고 있다. 한화운용의 '한화멀티에셋크루즈5.0펀드'는 미국 투자 비중이 44%로 높은 편이지만, 금(金)과 원유, 원자재 ETF와 같은 대체자산에도 5% 이상 투자하고 있다.

◇투자 자산 비중 따라 성과 차이 커져

해외 시장에 투자하는 글로벌 분산투자 펀드는 수익이 나면 세금(15.4%)을 내야 한다. 과세 고민을 덜고 싶다면, 과세 이연 효과가 있는 연금저축계좌에 담아 투자하거나 최대 10년간 3000만원까지 비과세 혜택을 주는 '비과세 해외주식형 펀드'를 활용하는 것이 방법이다. 또 똑같은 자산배분 펀드라고 해도 어느 자산의 비중을 높게 가져가는지에 따라 수익률 차이가 커지니 주의해야 한다.

16일 제로인에 따르면, 시중에 나와 있는 60개 글로벌 자산배분펀드의 우등생과 열등생의 1년 수익률 차이는 19%포인트에 달했다. 홍융기 KB자산운용 상무는 "환헤지형이라고 해도 달러 등 주요 통화를 제외하고는 환헤지가 어려운 경우가 많기 때문에 어떤 통화에 대한 노출이 큰지 알아둬야 한다"고 말했다.

이정두 한화자산운용 팀장은 "글로벌 자산배분 펀드는 단기 고수익을 올리려는 목적보다는 2~3년 이상 긴 호흡에서 장기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