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을 멈출 수 있는 '킬 스위치'를 탑재해야
로봇세 물려야 한다는 내용도 포함

인공지능(AI)이 일상 곳곳에 침투하고 있는 가운데 AI 로봇을 ‘전자 인간’으로 지정하는 결의안이 통과됐다.

12일(현지시간)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유럽연합(EU) 의회가 AI 로봇의 법적 지위를 ‘전자 인간(electronic personhood)’으로 지정하는 결의안을 통과했다고 전했다.

결의안은 12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EU 의회에서 찬성 17표, 반대 2표, 기권 2표로 통과했다. 이는 국가 차원에서 AI 로봇의 지위, 개발, 활용에 대한 기술적·윤리적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이어서 전 세계의 비상한 관심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중국 로봇 제조 스타트업 ‘유비텍’의 인간형 로봇 ‘알파’.

이번 결의안은 일상 속에서 AI 로봇 확산됨에 따라 법적 기틀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에서 통과됐다. EU 의회 조사위원인 매디 델보(Mady Delvaux)는 “EU는 AI 로봇을 전자 인간으로 규정해 로봇은 인간에 도움을 주는 존재일 뿐임을 명확히 하고 이를 위한 탄탄한 법적 근거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번 결의안에는 AI 로봇의 사회적 악용 가능성과 해킹에 대한 사회적 불안감을 해소하고 로봇이 인간에 무조건 복종하면서 위협을 가하지 않도록 하는 항목도 있다.

로봇 제작자들은 프로그램 오류, 해킹 등 비상 상황에서 로봇을 즉각 멈출 수 있는 ‘킬 스위치’를 탑재해야 할 뿐만 아니라 당국에 로봇을 등록해야 하고 만일 로봇이 사고를 낼 시, 당국이 시스템 코드에 접근할 수 있게 해야한다.

EU 의회는 결의안에 AI 로봇이 산업 전반에 확산됨에 따라 대규모 실직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반영했다. 의회는 AI 로봇 활용에 따른 새로운 고용모델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AI 로봇을 고용하는 기업에 ‘로봇세’를 물려야 한다는 내용도 결의안에 포함했다.

결의안은 EU 내에 로봇담당국을 신설해 AI 로봇에 대한 법적·윤리적 제재를 가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한다. 또 최근 시범주행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 자율주행차량에 대한 법률 제정과 기금 마련도 시급하다 강조했다.

AI 로봇을 ‘전자 인간’으로 지정하는 결의안은 EU 내에 ‘로봇국’을 신설해 AI 로봇에 대한 법적·윤리적 제재를 가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한다.

EU 의회의 결의안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도 있다. 이 결의안이 결국엔 로봇에 인간과 같은 권리를 보유해 인간과 로봇의 지적재산권 다툼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글로벌 로펌 오스본 클라크(Osborne Clarke)의 법 전문가 애쉴리 모건은 로봇을 ‘전자 인간’으로 정의하면 로봇과 인간 사이에 지적재산권 소유 분쟁이 일어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모건은 “만약 내가 만든 AI 로봇이 스스로 음악을 작곡했다면, 그 음악의 지적재산권은 나에게 있는 것인가 혹은 로봇에게 있는 것인가?”라며 “이 문제는 앞으로 AI 로봇 제조사들의 큰 골칫덩이가 될 것”이라 덧붙였다.

EU 회원국들이 이 결의안을 토대로 자국 내에서 논의와 수정을 거치면 EU는 공식적으로 ‘로봇시민법’을 제정할 계획이다. 법이 제정되면 EU에 로봇·AI 등을 수출하는 회원국 이외의 국가들도 관련 규정을 따라야 해, 사실상 전 세계 로봇산업에 영향을 미치는 로봇 윤리·기술 규정이 생긴다.

이 결의안은 다음달에 있을 EU 본회의에서 본격적으로 논의 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