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포털 사이트 네이버의 작년 한 해 광고 매출액이 3조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주요 증권사들은 12일 발표한 네이버 기업 분석 자료에서 지난해 이 회사 광고 매출을 약 2조9500억원으로 잠정 집계했다.

이는 국내 전체 신문사와 KBS·MBC ·SBS 지상파 방송 3사(社) 광고 매출을 합친 액수를 넘어서는 수치다. 여기서 네이버가 일본 라인을 통해 해외에서 벌어들이는 광고 수입(약 5700억원)을 제외하더라도 지난해 국내 총광고비 11조2960억원(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 추정)의 20%가량이 네이버 한 회사에 쏠린 것이다.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는 지난해 국내 3700여개 신문사의 광고 매출을 1조5395억원, 지상파 방송 3사 광고 매출은 1조2391억원(협찬·지역민방 제외)으로 각각 추정했다.

검색 점유율이 광고 수익으로 직결

네이버는 75%(코리안클릭 기준)에 달하는 국내 검색 시장 점유율을 바탕으로 매년 막대한 광고 수익을 올리고 있다. 이용자들은 네이버에서 무언가 검색할 때마다 광고에 노출된다. 네이버는 홈페이지나 모바일 앱(응용프로그램) 상단에 나온 연예·스포츠·푸드 등 주제별로 이용자들에게 콘텐츠를 제공하면서 관련 업체 광고를 보여주는 디스플레이 광고와 검색 광고가 주요 수입원이다. 예를 들어 모바일로 네이버에서 남성 정장을 검색할 경우 '파워 상품' '파워 링크' 등 검색 결과가 노출되는데, 이는 모두 네이버에 광고비를 낸 기업의 제품이다. 네이버는 이 외에도 작년 11월 출시한 쇼핑 검색 광고, TV캐스트에 들어가는 동영상 광고 등 신규 서비스와 연계된 광고 상품을 내놓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국내 광고 부문 성장 둔화에 대한 우려에도 (네이버는) 신규 광고주가 지속적으로 유입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네이버처럼 한곳에서 정보 검색, 콘텐츠 소비(뉴스·블로그), 구매(네이버 쇼핑), 결제(네이버페이)까지 모두 가능한 모델은 해외에서도 유례를 찾기 어렵다. 이는 미국 구글의 검색, 아마존의 상거래, 페이스북의 소셜미디어 사업이 한곳에 집중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네이버는 한글 서비스를 통해 그동안 세계 1위 인터넷 기업 구글의 국내 진출을 막는 역할도 해왔지만, 지나친 '독과점 구조'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김민기 숭실대 언론홍보학과 교수는 "기업 한 곳이 국내 총광고비의 20% 정도를 차지하면서 수익 모델을 끊임없이 확대하는 구조는 결코 건강하지 않다"고 말했다.

정부 "인터넷 기업 광고 규제 검토"

문제는 사용자가 스마트폰을 하루 종일 곁에 두고 있는 모바일 시대로 넘어오면서 네이버의 광고 독점력이 더 강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온라인 시장에서도 중소 인터넷 기업이나 전문 사이트들이 성장하기 어려운 쏠림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 온라인 쇼핑 사이트 대표는 "국내 온라인 시장에서 네이버가 갖는 비중은 우리 경제에서 삼성그룹이 갖는 비중에 못지않다"면서 "온라인에서 네이버를 통하지 않고는 어떤 서비스도 성공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동안 온라인 광고 규제에 대해 미온적이었던 정부에서도 네이버 등 인터넷·모바일 기업의 광고 독과점에 대해 우려를 보이고 있다. 최성준 방송통신위원장은 12일 정부 과천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그동안 모바일·인터넷 기업들은 자율 규제만 있었고, 광고에 대한 규제는 거의 없었다"며 "규제가 없으면 '기울어진 운동장'이 되는 만큼 올해부터 구체적인 규제 방안을 연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네이버뿐만 아니라 최근 모바일 광고가 쏠리는 카카오·페이스북·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 기업들에 대한 최소한의 규제안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