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방문 중인 유일호 경제부총리가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 측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글로벌 금융회사 수장을 잇달아 만나 트럼프 정부와의 대화 채널 확대에 나섰다.

유일호 부총리는 10일(현지 시각) 트럼프의 '경제 교사' 격인 스티븐 슈워츠먼(70) 블랙스톤 회장을 만나 40분간 대화를 나눴다. 블랙스톤은 세계 최대 자산 운용사이며, 슈워츠먼 회장은 트럼프의 정책 자문 기구인 전략정책포럼의 위원장을 맡고 있는 경제계 거물이다.

유일호(왼쪽) 경제부총리가 10일(현지 시각) 미국 뉴욕에 있는 세계 최대 자산 운용사인 블랙스톤 본사에서 스티븐 슈워츠먼 회장을 만나 악수를 나누고 있다.

11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유 부총리는 슈워츠먼 회장에게 "(한국 정부가) 대미 무역 흑자를 축소해 나갈 방법을 검토 중"이라며 "이런 입장을 트럼프 행정부에 정확하게 전달해 달라"고 요청했다. 유 부총리의 발언은 인위적으로 국내 기업에 손해를 끼치겠다는 뜻이 아니라, 미국산 상품의 수입을 늘려 통상 마찰이 생길 여지를 줄여보겠다는 취지다. 우리나라의 대미 무역 흑자는 2013년 이후 4년 연속 200억달러 이상을 기록하고 있어 트럼프 행정부가 통상 압력을 가할 때 주된 근거로 삼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따라서 정부는 한국가스공사를 통해 미국산 셰일가스 수입을 추진하는 등 한·미 간 무역 불균형을 완화해 통상 마찰을 줄이겠다는 입장을 미국 측에 보내는 중이다. 이에 대해 슈워츠먼 회장은 "(한국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고, 새 정부 주요 인사들에게 (한국 측 입장을) 잘 설명하도록 노력하겠다"며 "한·미 양국이 서로 도움될 수 있는 경제 협력 관계가 지속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앞서 유 부총리는 세계 최대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의 로이드 블랭크페인(63) 회장과 한 시간 동안 면담했다.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 지명자를 비롯해 골드만삭스 출신이 트럼프 행정부의 요직에 여럿 참가할 것을 예상한 행보다. 유 부총리는 블랭크페인 회장에게 "(탄핵 정국 속에서도) 한국은 헌법과 법률에 따라 경제 정책 운용을 위한 시스템은 차질 없이 작동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블랭크페인 회장은 "(트럼프 정부의) 규제 완화와 감세가 미국 경제에 우호적인 여건을 만들어 줄 것이며, 무역정책도 트럼프 당선인이 반무역주의자가 아닌 만큼 우려와 달리 실용적으로 접근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