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최근 서류 미비 등을 이유로 일부 한국산 화장품 수입을 불허했다. 한국과 중국이 한반도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를 놓고 갈등을 빚는 가운데 벌어진 일이어서 당국에서도 주시하고 있다.

10일 무역협회와 국내 화장품 업계 등에 따르면 중국 질량감독검험검역총국(질검총국)은 지난 3일 '2016년 11월 불합격 화장품 명단'을 발표했다. 28개 제품에 대해 수입 불허 조치를 내렸는데 이 중 19개가 애경산업, 이아소, CJ라이온 등 한국산 화장품이었다. 반품된 물량이 11t에 달한다.

이번에 불합격된 한국산 화장품은 로션과 에센스, 클렌징, 팩, 목욕 세정제 등으로 중국에서 비교적 잘 팔리는 제품이었다. 화장품 업계 관계자는 "수입 불허 대상 28개 제품 중 영국산·태국산을 빼면 19개가 한국산"이라면서 "한국산 화장품 규제가 강화된 것 아닌가 우려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애경산업은 목욕 세정제 2종을 중국 상하이 지역으로 수출했는데, 현지에서 '서류에 신고된 성분과 제품 성분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반품됐다. 중소 화장품 제조업체 이아소 관계자는 "2007년 중국 수출을 시작, 현재 기초부터 색조 제품까지 53개 품목을 수출하고 있지만 이전까지 아무 문제가 없었다"면서 "제품 품질과 관계 없이 유상으로 제공해야 하는 샘플을 무상으로 제공한 것에 대해 절차적 하자를 구실 삼은 것 같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현지에서 중국 당국이 '한국 화장품에 대해 뭔가 문제를 잡아서 보고하라'고 했다는 얘기도 들었다"고 전했다. 이번 조치에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 등 국내 대표 화장품 업체들은 포함되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한류 연예인 방송 출연을 금지한 한한령(限韓令)이 거세질 경우, 다음 타깃은 'K뷰티'가 될 것이라 우려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1~11월) 중국 수출 화장품 규모는 14억2470만달러(약 1조7000억원)에 달한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環球時報)는 지난 7일 "한국 정부가 중국 사드 여론을 과소평가하고 있다"며 "중국인들은 한국이 미국 편에 서기로 선택한다면 한국 화장품 때문에 국익을 희생하려 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무역협회 관계자는 "과거에 크게 문제 삼지 않았던 부분을 지적한 것으로 보아 향후 화장품 관련 통관이 더 까다로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